醫, 의대·의사 증원 도마 위…비대면 합법화까지 ‘설상가상’
藥, 약사 숙원사업 급물살 조짐…‘김대업 회장 발로 뛴 결과’
범정부 차원의 산업 지원 공감대 형성…신약개발 속도내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막을 내린 가운데 의·약단체 간 이해득실이 엇갈렸다.

그간 대한의사협회의 격렬한 반대로 ‘임시 봉합’ 상태였던 공공의대 설립과 의사인력 확충 문제가 올해 국감 도마 위에 오른 데 이어 비대면 진료와 관련한 의료법 개정안까지 발의되면서 의료계는 막대한 손해를 봤다는 평가다.

반면, 약업계는 이번 국감을 통해 재미를 봤다. 대한약사회 김대업 집행부의 숙원 사업이었던 공적 전자처방시스템을 공론화시키는데 성공했으며, 비대면 진료에 따른 약물 오남용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일부 의약품의 처방 제한도 이끌어냈다.

제약바이오산업 역시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전폭적인 국가 지원이 필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산업계도 올해 국감을 통해 일정 부분 소득을 챙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메디코파마뉴스>는 국감 이후 의·약단체 간 득과 실을 해부했다.

≫ 醫, 협상력 상실 ‘위기’…비대면 진료 합법화 추진까지 ‘설상가상’

국정감사 이후 의료계는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정부가 국감에서 다음달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 가능성을 언급하자, 일부 국회의원들이 의사인력 증원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급기야 ‘의정(醫政)협의체 패싱론’이 불거진 것이다.

앞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9.4 의정합의 당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코로나19가 안정화된 이후 이를 논의하기로 했으나, 이번 국감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당초 이 논의의 주체였던 의정협의체의 무효화 논란이 제기된 것.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의료계가 정부의 의료인력 충원 정책을 방해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미뤄둘 수 없는 사안인 만큼 의대가 없는 지역만이라도 의대 신설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도 울릉도 등 도서 벽지 근무를 자원하는 의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만큼 의대를 신설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 같은 주장에 보건복지부는 의정 간 합의를 존중한다면서도 전격적인 의대 증설 대신 의대가 없는 지역 내에 의사를 충원하는 방안을 먼저 논의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여기에 설상가상 위드 코로나와 함께 중단될 위기에 처한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 하는 작업도 여당을 중심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이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비대면 진료의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

먼저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경증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재진환자’로 대상을 한정해 대면진료의 보조수단으로써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원격모니터링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내놨다.

같은 당 최혜영 의원도 도서·벽지 등 환자들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던 의료진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인 셈이다.

의료계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보건의료정책을 정치에 악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홍보이사는 26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매년 선거 때마다 표심 확보를 위해 의료계 옥죄기는 반복됐다”며 “이번 국감에서도 의사 인력 확충이나 공공의대 설립, 비대면 진료 법제화 문제가 거론되면서 본격적으로 표심 확보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환자와 의사 간 신뢰감 형성이 중요한데 정치권에서는 나쁜 의사 프레임을 덧씌워 라뽀 형성에 방해하고 있다”며 “현재 의료 체계는 보완해가야 할 부분이 많은 상황임에도 이를 뒤흔드는 국회의 움직임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藥, ‘발로 뛴’ 김대업 회장…대한약사회 숙원사업 ‘급물살’

반면, 대한약사회는 이번 국감을 통해 김대업 집행부 주요 공약이었던 공적 전자처방전달 시스템 공론화에 성공했다.

약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지난 20일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서 정부 주도의 공적 전자처방전달시스템에 대한 구축 필요성을 제기한 것.

공적 전자처방전달시스템은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이 회장 선거 당시 내세운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당선 이후에도 중점 추진해온 사업이다.

그동안 민간 주도로 이뤄졌던 전자처방전 사업을 정부의 DUR(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을 통해 공적 시스템으로 돌리자는 게 대한약사회의 주장이었다.

서영석 의원은 “민간에 전자처방시스템을 위탁하는 것은 개인정보와 의료정보 노출 우려가 크다. 선진국처럼 처방시스템을 국가가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갖춰야 하는 이유”라며 “5억 장에 달하는 종이처방전 발행 문제와 관리 비용 및 수기 오류로 인한 조제 오류를 막기 위해 공적 전자처방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권덕철 장관은 “현재 전자처방시스템은 지난 20년 간 민간에서 맡아 왔다”며 “공적 전자처방시스템 도입에 대해 관련 기관 및 단체들과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그동안 약사사회 내부에서만 논의되던 공적 전자처방시스템 도입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된 셈이다.

더욱이, 김대업 약사회장이 직접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호소했던 약 배달 서비스에 대한 개선도 이끌어냈다.

지난 7일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국감에서 김 회장은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 및 처방약 배송에 대해 부작용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보건의료분야에서 약 배달 플랫폼은 옳은 방식이 아니다. 기업은 태생적으로 공공성이 아니라 이익을 추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약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편리성을 방패 삼아 필요하지도 않은 진료를 늘리고 약물 오남용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과 올해 졸피뎀 및 마약류 처방 건수가 비대면 진료시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2월 24일부터 12월 31일까지 비대면 진료를 통해 처방된 졸피뎀은 대면 진료보다 2.0배 높았으며, 올해(1월 1일∼4월 30일)는 2.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약물 오남용 문제가 국감에서 잇따라 지적되자 보건복지부는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오는 11월 2일부터 마약류·오남용 우려 의약품 등 특정의약품 277개 품목 처방을 제한하기로 했다.

국감에서 얘기가 나온지 2주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일사천리로 이뤄진 작업이다. 이는 김대업 약사회장이 직접 국감에 출석해 성토한 결과로 풀이된다.

≫ 코로나가 쏘아올린 ‘의약품 주권’…제약바이오, 미래 핵심산업 ‘낙점’

제약바이오업계 역시 이번 국감에서 소득을 챙겼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제약주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촉구하는 등 제약바이오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20일 종합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우리나라가 블록버스터급의 신약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현재 1조 원 규모의 제약바이오 펀드를 10조 원 상당의 메가 펀드로 확장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당 허종식 의원은 국산 항암신약 개발 성공을 목표로 대형 펀드를 조성하고 항암제 연구 개발자들의 통합 데이터뱅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도 지금이 K-바이오를 미래 혁신산업으로 육성할 골든타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보건복지위원회는 정규 회의와 별도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현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공청회 등 별도 일정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은 “정부와 민간이 협업해 메가펀드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 투자를 유도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K-바이오 육성과 백신허브 구축을 위한 정부 거버넌스(공공과 민간의 수평적 협력 구조)를 확충하고, 항암제 연구자들을 위한 통합 데이터 뱅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퀀텀점프(대약진)를 위한 판이 깔린 셈이다.

이와 관련,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26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임상 3상 비중은 2018년 6%대에서 2021년 7.9%로 1% 이상 증가했다”며 “국내 기업들의 신약 개발 역량이 크게 향상됐음에도 금전적인 문제로 도전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국감에서 메가펀드 조성의 필요성이 언급된 것은 업계에 큰 호재라고 할 수 있다”며 “이번 제언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국회와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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