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중외 등 사내 인사 채용·홍보에 제한적으로 활용
메타버스=MZ세대 놀이터…의·약사 대상 마케팅 활용 ‘한계’
“참신하지만 제약업계 특성상 위법 소지 있어”…도입 주저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메타버스(Metaverse, 3차원 가상세계)가 전 분야의 산업군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제약업계는 시큰둥한 모습이다.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제약사들은 도입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버스가 참신한 건 사실이지만 비용 대비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은 데다 마케팅 활용에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섣부른 도입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메타버스는 가공 또는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기존의 게임이나 콘텐츠를 즐기는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이나 혼합현실(MR, Mixed Reality) 수준에서 더 나아가 실제 세계를 온라인 공간으로 옮긴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의 개념이다.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 2019년 50조 원이던 메타버스를 둘러싼 산업이 2025년 540조 원, 2030년 1,7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를 비롯한 전 산업 분야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며 도입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최근 일부 기업에서 도입해 활용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회사들은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모습이다.

제약업계에서 메타버스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GC녹십자다. 이 회사는 최근 메타버스를 활용한 온라인 가상 연수원에서 신입사원 입문 교육을 진행했다.

용인시에 위치한 본사 및 R&D센터 전경과 신입사원 교육이 이뤄지는 교육장을 메타버스로 구현해 신입사원들이 본인의 아바타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JW그룹은 유튜브에서 운영 중인 뉴스룸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했다. 회사 내부 이야기나 직무 설명 콘텐츠에 스노우(SNOW)의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캐릭터 기능을 이용해 콘텐츠를 구성한 것이다.

보령제약은 최근 오픈한 의료정보채널 ‘브릿지’에 구축한 3D 가상공간 ‘BR타운’을 메타버스로 확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외 상당수 기업에서는 메타버스 도입에 미온적인 반응이다.

그렇다면 제약업계가 메타버스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약사법 적용받는 전문의약품…"메타버스 활용 마케팅 위법 소지도"

우선 비용 대비 효과성이 불분명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시장 추세에 따라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효율성과 효과가 나올 것인가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제약업계는 타 산업에 비해 보수적인 데다 활용도에 있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만큼 섣부른 도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은행과 증권업계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금융 교육과 자문을 하고 있으며, 보험업계는 보험 관련 세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패션업계도 가상공간에 제품을 전시하고 체험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의약품은 다른 산업과 달리 홍보·마케팅에 대한 규제가 적용된다는 문제가 있다.

약사법 제68조 6항에 따라 전문의약품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의약전문매체에서만 광고가 가능하다.

때문에 제약기업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플랫폼을 구축하더라도 의약품 홍보·마케팅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메타버스 주소비층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라는 점도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다.

MZ세대를 포함한 미래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메타버스 도입이 시급하지만, 제약기업의 주소비층이 의·약사 등 전문직 종사자라는 점에서 과연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약기업에서 메타버스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홍보·마케팅 보다는 사실상 내부 소통용으로 활용하는데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가 참신한 면은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행사 등 이벤트성으로 접목해볼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업계에 정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도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메타버스까지 나오다 보니 트렌드를 따라가기가 버거운 건 사실”이라며 “전문의약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꾸려진 회사들의 경우 메타버스의 활용도는 더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