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형태, 현행 시스템 유지…“정부 지침 따라 유동적으로 대처”
대면 영업 기대하지만 아직 ‘시기상조’…의료기관 변화도 ‘관건’
대세된 비대면 영업,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필수’로 자리잡을 듯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제약업계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도입한 재택·유연근무, 비대면 영업 문화가 이미 자리잡은 만큼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늘(1일) 대한민국 공동체가 단계적 일상 회복의 첫발을 내디뎠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652일 만의 일이다.

지난달 29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발표한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 최종안에 따르면, 유흥시설을 제외한 모든 시설에서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지며, 사적모임은 접종 여부를 따지지 않고 수도권은 10명까지, 비수도권은 12명까지 모일 수 있다. 100명 미만의 행사는 조건 없이 허용된다. 100명 이상일 경우 백신 패스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삼성,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줄이고 대면 회의를 재개하는 등 방역기준을 완화하며 일상 업무 정상화에 나섰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그동안 중단됐던 대면 회의와 대면 교육을 재개하고, 사업부 자체 판단에 따라 해외 출장도 허용하기로 했다.

≫ 제약업계, 위드코로나 전환 신중…“재택·유연근무 시스템 유지할 것”

하지만, 제약업계는 방역 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부의 최종안 발표가 나온 이후에도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확진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달아 나오면서 성급한 전환보다는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

무엇보다 지난 2년 동안 재택·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시행하면서 장단점이 파악된 만큼 일상을 회복하더라도 이 같은 근무 형태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자 국내 제약기업들은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이후 정부 지침에 맞춰 재택·유연근무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했던 회사들은 지난 여름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되자 재택근무 전환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제약기업에서는 현재 필수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의 30~50%가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현재 자율적으로 근무 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운영 중이고 임직원의 30%는 재택 또는 탄력근무제를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위드 코로나가 시행된다 하더라도 확진자 급증 등 새로운 변수가 많은 만큼 당분간은 이 시스템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령제약 관계자도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라면서도 “유연근무제가 하나의 근무 시스템으로 정착한 만큼 코로나 이전으로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위드 코로나로 재택근무 비율을 축소는 하더라도 새로운 근무형태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위드 코로나 시대, 비대면-대면 ‘투트랙 영업’ 만이 살 길

그렇다면 위드코로나시대에 제약업계의 영업 환경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은 제약업계의 영업 활동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신종 감염병의 빠른 전염력이 대면 영업을 ‘올스톱’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제약기업들은 새로운 판로 개척을 위해 빠르게 비대면 영업 방식을 도입했다. 그 중 하나가 의료전문 포털사이트 개설이다.

현재 한미약품 ‘HMP’, 대웅제약 ‘닥터빌’, 동아에스티 ‘쇼타임’, 일동제약 ‘후다닥’, 유한양행 ‘유메디’, 종근당 ‘메디뷰’, 보령제약 ‘브릿지’ 등을 운영하며 의·약사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단계적으로 일상을 회복함에 따라 상당수의 제약기업들은 비대면과 대면 영업을 양립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앞서의 보령제약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면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의료정보 채널인 ‘브릿지’를 오픈하며 비대면 영업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놓았다”면서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대면 영업도 어느 정도 활성화될 수 있겠지만 비대면 영업 역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만큼 이를 양립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위드코로나가 된다고 해서 완전 대면 영업 전환도 불가능하고, 비대면 영업만 할 수도 없다”며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만큼 이를 조화롭게 활용해 영업 마케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 굳게 닫힌 의료기관 ‘빗장’,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유지할 듯

제약기업의 대면 영업은 좀 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그동안 굳게 닫혔던 의료기관의 빗장이 위드 코로나시대에도 여전히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방역당국도 의료기관은 위드 코로나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현 방역 정책을 유지, 적용하기로 했다. 일부 고위험 시설·행사의 경우 백신접종 증명서나 음성확인서를 보여주면 입장을 허용하는 백신패스도 당분간은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 대다수는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정책과 무관하게 현행 방역체계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의료기관은 마지막 방어선인 만큼 1단계 수준의 높은 수위로 대응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메디코파마뉴스>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위드코로나가 시행되도 병원은 현행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면서 “외부 바이러스 유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 문진을 완료한 환자와 보호자만 병원 출입이 가능하며, 외부인 차단 역시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현행대로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면 면회 등도 원칙적으로 불가하며 입원 시 필요한 PCR 음성 결과지 지참도 여전히 유효하다”며 “제약기업의 대면 영업 활동 역시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확진자 폭증이 우려되는 데다 의료기관 내 돌파감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병원으로서는 섣불리 방역을 완화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관계자 역시 “의료기관은 방역의 수위를 낮출 수도 없고, 낮춰서도 안 된다”며 “현재 병원 내 돌파감염이 잇따르는 만큼 정부의 새로운 방역 조치가 나오면 전국적인 상황을 고려한 후 그에 맞춰 지침 완화 등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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