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뒤 확진자 1만 명 ‘우려’…의료계는 ‘근심만’ 가득
“경제 활성화 하려다 확진자 폭증…의료체계 붕괴될 수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정부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과 함께 소비쿠폰의 온·오프라인 사용을 전면 허용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핼러윈데이 직후 방역을 완화한 데 이어 소비쿠폰 사용까지 확대될 경우 확진자가 1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 대유행이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의료진의 번아웃이 심각한 만큼 감염자 폭증은 대한민국 전체 의료체계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정부는 위드 코로나 시행에 맞춰 농수산·외식·공연·숙박·체육·영화·여행·전시·프로스포츠 등 9개 소비쿠폰의 온·오프라인 사용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올해 본 예산 및 2차 추경으로 약 5,500억 원의 소비쿠폰 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방역 악화로 농수산, 외식(배달), 공연(온라인) 등 비대면 방식을 제외하면 지난해 11월 이후 소비쿠폰의 사용이 전면 중단됐다.

10월 15일 기준, 소비쿠폰 예산 집행률은 약 59%로, 현재 2,3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일 ‘위드 코로나’ 방역 체계에 맞춰 9개 분야 쿠폰 모두 오프라인 사용을 전면 재개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 같은 행보에 의료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움츠려들었던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굳이 이 시기에 소비쿠폰 사용을 오프라인으로까지 확대하면서 국민들의 이동량을 부추겨야 했냐는 지적인 것이다.

이제 막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행한 데다 지난 주말 핼러윈데이로 이동량이 최고점을 찍은 상황에서 정부의 소비를 부추기는 행동이 향후 확진자 폭증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실제로 10월 중순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민들의 소비 심리는 서서히 올라가는 추세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쓱데이 행사를 진행하면서 매출이 전년대비 3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단 일주일 만에 9,1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이마트는 두 달치 물량인 180t의 한우를 준비해 지난달 30~31일 이틀 동안 70억 원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총 9%의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경찰에 따르면 핼러윈데이가 한창이던 지난달 30일 하루 이태원 주요 길목에 몰린 인파는 8만 명으로 추산됐다. 파티가 절정에 달했던 오후 6∼9시경 최고 인원은 6만 명에 이르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11월 1일 위드 코로나가 시행됐고, 정부는 소비쿠폰을 오프라인까지 허용했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최대 쇼핑 축제인 ‘2021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도 지난 1일 개막하면서 소비 심리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방역 현장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확진자가 발생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3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위드 코로나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데 타이밍이 아주 안 좋다”며 “핼러윈데이 여파가 남은 상황에서 코리아세일페스타, 소비쿠폰까지 정부가 나서서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가 회복하고 일상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위드 코로나 연착륙이 상당히 중요한데 정부는 방역보다 경제 활성화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며 “확진자가 폭증할 경우 의료체계도 무너질 수 있다.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전체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직접 나서서 소비쿠폰을 발행하며 이동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좀 더 자제할 것을 당부하면서 확진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협회도 현재 위드 코로나가 축제 분위기처럼 진행되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홍보이사는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이해하지만, 현재 국민들의 분위기는 모든 방역이 풀리는 것처럼 이해하고 있다”며 “집단·개인 방역 수칙은 지키고 좀 더 차분한 자세로 단계적 일상회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이 완화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의료 인력이나 병상 확충 등 구체적인 의료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위드 코로나에 따라 앞으로 확진자 중심에서 위·중증 환자 관리 중심으로 의료체계가 전환된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현재 의료인력이나 병상 확충과 관련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소비 진작 문제는 의료적 관점에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의료체계 부담 가중은 불 보듯 뻔하다”며 “확진자가 폭증할 경우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 의료인력은 무너져 내릴 것이고, 이는 곧 방역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