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임상 참여 가능 인구 500만명…기저질환·접종기피자 상당수
“확진자 꾸준해 치료제 개발은 나은 편”…위드 코로나가 ‘걸림돌’
갈수록 좁아지는 피험자 모집 여건…개발 동력 약화 우려 목소리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코로나19 백신·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백신 접종률이 80%에 육박하면서 피시험자 인구가 줄어들자 당초 계획대로 개발을 완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달부터 본격적으로 재택치료까지 확대되는 만큼 국내 업체의 개발 동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4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3일 0시 기준 우리나라 인구(작년 12월 기준 5,134만9,116명) 대비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은 75.7%(3,889만5,232명)다. 18세 이상으로 한정하면 88.1%에 달한다.

정부의 접종 독려가 이어지고 있고, 백신 패스가 시행된 만큼 앞으로 접종률은 더 올라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토종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는 먹구름이 끼는 분위기다. 이들 대부분이 국내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어 피험자 모집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백신 개발 업체에 대한 우려는 더 크다. 접종 완료자는 임상 참여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임상에 참여할 수 있는 18세 이상 국내 인구는 약 500여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적지 않은 수이지만 이들 미접종자가 기저질환이나 백신 불신 등을 이유로 접종을 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피험자로 모집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문제다.

여기에 비교 임상의 전제조건인 대조 백신 확보 난항도 국내 백신 개발사를 힘들게 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에 돌입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와 위탁생산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 대조 백신을 수월하게 제공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그렇지 못한 상항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임상 3상 시험계획 신청에 들어간 유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2일 필리핀 대사 일행과 만나 필리핀 정부 측에 대조 백신 공여와 임상시험계획 승인 협력 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국내 백신 개발사가 피험자 모집과 대조 백신 확보라는 이중고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때문에 개발 업체들이 성공 여부를 떠나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해외 임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역시 개발 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백신보다는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백신 접종 완료 여부와 관계없이 코로나19 확진자는 임상 참여가 가능한 데다 수개월 간 일일 확진자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그러나 이달 들어 본격 시행된 단계적 일상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가 변수다. 기존에는 확진자 모두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아 피험자 모집이 그나마 수월했지만 이제는 무증상자·경증 환자의 경우 재택격리 치료로 전환할 예정이라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또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사용승인 심사를 받고 있는 미국 머크(MSD)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가 출시되면 토종 치료제의 임상 참여율이 더 저조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손쉽게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검증된 약이 있는 상황에서 환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담보로 굳이 임상 참여라는 모험을 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국내 감염학 분야 한 권위자는 “백신 접종 완료자는 원칙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 참여가 불가능한 만큼 접종률이 올라갈수록 개발사의 어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임상 1·2상은 피험자 수가 많지 않아 개발사의 의지만 있다면 어떻게든 끌고 갈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 인원이 필요한 임상 3상의 경우 현재 상황을 놓고 봤을 때 계획대로 진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치료제는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확진자가 임상 참여 대상인 데다 최근 병원 입원이 필요한 중등증 및 중증 환자 풀이 증가하고 있어 백신보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이달부터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환자를 대상으로 재택 치료가 확대될 예정이라 경증 환자 모집은 기존보다 훨씬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