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피젠트 독주 속, 약가 절반 이하 JAK 억제제 급여 절차도 순항
린버크, 듀피젠트 직접 비교 임상 우위…12세 이상 적응증까지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중증 아토피피부염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사노피-아벤티스의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가 독주하던 시장에 JAK 억제제 계열의 경구제들이 시장에 속속 진입하는 형세다.

지난 5월 일라이 릴리의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에 이어 애브비의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 또한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적응증을 잇달아 획득했다.

듀피젠트는 그간 치료에 난항을 겪던 대표적인 분야인 중증 아토피피부염에서 획기적인 효과를 보이며 글로벌은 물론 국내 매출 규모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사노피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듀피젠트는 지난해 35억3,400만 유로(한화 4조8,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73.9% 증가다.

국내에서 또한 2020년 급여 등재(환자부담률 40~60%) 후 올해 1월부터는 산정특례까지 적용(환자부담률 10%)까지 적용되면서 급속도로 처방을 늘려가고 있다.

의약품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듀피젠트의 매출액은 2019년 80억 원에서 2020년 236억 원까지 성장했다. 산정특례가 적용된 올해부터는 분기 매출액 100억 원을 넘어서며 올해 500억 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 듀피젠트, 시장 독점 구조…높은 가격·주사제 한계 넘어 시장 지킬까

듀피젠트는 염증을 일으키는 인터루킨-4와 인터루킨-13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주사제다.

듀피젠트의 허가임상인 SOLO-1과 SOLO-2 연구에는 중등도~중증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 각각 671명, 708명 참여했다.

무작위/이중맹검/위약 대조로 진행된 이들 연구 결과 16주 시점에 연구자 전반적 평가지표(IGA, 0~5점까지 0점이 병변이 없는 깨끗한 상태) 0~1점 달성, 혹은 2점 이상 개선한 비율이 SOLO-1 듀피젠트군이 38%, 위약군 10%였고 SOLO-2에서 듀피젠트군 36%, 위약군 8%로 나타났다.

병변 크기가 75% 이상 개선된 EASI75 달성률은 SOLO-1에서 듀피젠트군이 51%, 위약군 15%였으며 SOLO-2에서 듀피젠트군 44%, 위약군 12%로 확인됐다.

이후 듀피젠트는 장기 효과·안전성을 평가한 SOLO-CONTINUE를 비롯 12세 이상 청소년까지 적응증을 확대한 LIBERTY ASTHMA 연구, 6세 이상 소아까지 적응증을 확대한 LIBERTY AD PEDS 연구 결과까지 내놓으며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장기 추적연구 결과를 앞세워 경쟁 제품들을 견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장점에도 듀피젠트의 약점은 명확하다. 듀피젠트의 약가는 300mg 당 71만 원으로 4주(한달) 약가가 142만 원, 초기 투약비용을 제외한 52주(1년) 약가는 1,846만 원에 달한다.

위험분담제(RSA)를 통해 국민건강보험 등재하면서 일정 처방액을 환급하기 때문에 실제 가격은 이보다는 낮다. 그럼에도 개인이 비급여로 처방받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건보급여 기준에 부합하는 환자더라도 주사제 형태의 생물학적 제제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처방이 대형병원에서 이뤄지는데 이 경우 환자부담률은 60%로 높다. 1,100만 원 이상의 약값에서 일정 금액이 환급되는 것.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와 의료계에서는 중증 아토피피부염의 산정특례 적용을 요구했고 2021년 1월부터 산정특례 대상이 됐다. 산정특례 대상이 되면 환자 부담 10%로 모든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아직 산정특례 대상에 청소년과 소아가 포함돼 있지 않고, 대상이 되기 위한 기준이 까다롭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나오고 있다.

≫ 올루미언트, JAK 억제제 최초 아토피피부염 승인

지난 5월 올루미언트는 JAK 억제제 최초로 국내에서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적응증을 획득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JAK 억제제는 류마티스관절염에 주로 쓰이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기전이다. 염증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 내 단백질인 JAK를 억제해 염증을 차단하는 것. JAK 계열은 류마티스관절염 분야에서도 경구제라는 장점으로 각광받은 바 있다.

이후 JAK 억제제는 궤양성대장염, 건선성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올루미언트는 JAK1과 JAK2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으로 류마티스관절염 이후 아토피피부염에서 가장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다.

BREEZE-AD 연구에서 올루미언트 4mg군은 16주차에 IGA 점수를 2점 이하로 낮춘 비율이 위약군 9.8%보다 높은 29.8%를 보였으며 EASI50 달성률 또한 32.7%로 위약군 11.5% 대비 효과적임을 확인했다.

이 임상 결과를 토대로 올루미언트는 2020년 유럽에 이어 국내에서도 가장 먼저 아토피피부염 적응증을 획득했다. 국내에서는 현재 건보급여 절차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루미언트가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확인됐다. 다만 기존 선발 제품인 듀피젠트와 효능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직접 비교 데이터는 없지만, 16주차 결과로 미루어 효과가 떨어짐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올루미언트는 현재 듀피젠트가 보유한 소아, 청소년에 대한 적응증도 갖고 있지 않다. 아토피피부염의 경우 소아, 청소년 환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현재로선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올루미언트의 듀피젠트 대비 장점은 경구제라는 점과 약가가 있다. 현재 보험상한가 기준으로 4주 약가 61만4,376원, 52주 약가 798만6,888원이다. 약가가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보험등재 절차에서 약가는 추가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산정특례 대상의 경우 환자부담률이 10%로 낮아 연간 1,000만 원의 약가 차이일 경우 실제로 부담액 차이는 100만 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산정특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환자가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진짜 경쟁자는 린버크…직접비교 임상에 12세 이상 적응증까지

듀피젠트의 진짜 경쟁자는 애브비의 린버크다. 린버크는 JAK1을 차단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린버크는 3가지(MU1/MU2:단독요법, AU:TCS 병용요법) Measure Up 연구에서 효과를 확인했다. 2,500명 이상이 참여한 이 임상 결과 16주 EASI75 달성율에서 린버크 15mg군은 70%, 60%, 65%로 나타났다. 위약군은 16%, 13%, 26%에 그쳤다.

린버크는 이 연구결과에 그치지 않고 듀피젠트와 1:1 직접비교 임상인 Heads Up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16주차 린버크군은 EASI75 달성율이 71%로 듀피젠트군의 61% 대비 우월성을 입증했다. 가려움증에 있어서도 1주차부터 린버크군은 31% 감소, 듀피젠트군은 9% 감소를 보였으며 이 결과는 16주까지 유지됐다.

이 결과를 통해 린버크는 지난 8월 유럽 허가를 획득하고 10월에는 국내 허가까지 획득했다. 린버크의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적응증은 12세 이상 청소년까지 포함돼 있다.

약가 또한 4주 약가 59만380원, 52주 약가 767만4,940원이다. 현재 약가로는 올루미언트보다 낮지만, 이는 보험등재 과정에서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아토피피부염 시장은 듀피젠트와 린버크가 양분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 비교 임상을 통한 우월성 입증, 낮은 약가, 복약 편의성 등을 장점으로 한 린버크와 장기처방 경험, 류마티스관절염에서 나타난 JAK 억제제의 안전성 논란 등은 듀피젠트의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구 아토피피부염 치료제에 대한 1차 의료기관의 처방 확대 가능성도 있다. 린버크가 현재 약가로 건보 적용이 된다고 가정할 때 1차 의료기관에서 처방받는 환자(본인부담율 40%)의 부담은 연간 300만 원 수준이다.

다시 말해 가격이 낮아 산정특례 대상이 아니더라도 이를 부담할 수 있는 환자군이 폭 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는 아이를 둔 경기도 안양의 원모 씨는 5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아토피는 환자와 환자 가족의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아이가 가려워하면 부모도 굉장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며 “새로운 약제가 개발돼 기대가 크다. 약제 선택은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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