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코로나19 특수…글로벌 마스크 시장 72조 규모로 확대
정부, 마스크 수출 규제…전체 물량서 30%만 해외거래 가능
지난해 10월 규제 풀렸지만 골든타임 지나가…업체 ‘한숨만’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코로나19 유행 초기, 세계 시장 선점 경쟁에 뒤처지면서 호황기를 놓친 모양새다. 지난해 반짝 급증했던 실적 수치는 수출 확대 실패와 내수시장에서의 출혈 경쟁으로 예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 진출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가격 경쟁력이 크게 밀려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영세한 국내 마스크 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탄식이 현장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코로나19 반짝 특수를 뒤로하고 악전고투하고 있다. 지난해 초 국내 마스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실적이 대폭 개선됐지만 이후 후발업체가 대거 진입하며 단가 하락과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37개에 불과했던 마스크 제조업체는 현재(11.7 기준) 1,622곳으로 10배가 넘게 늘었다. 이 기간 품목 허가 제품도 1,012개에서 7,633개로 급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뒤늦게 마스크 생산에 뛰어든 영세 업체 상당수는 이미 문을 닫았거나 폐업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일정 규모의 생산 시설을 갖춘 중견 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제약업체 중 유일하게 마스크를 자체 생산하는 국제약품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며 마스크 매출이 전년(4억 원/2019년) 대비 3,500% 증가한 140억 원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3분기까지 9억 원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사업 환경이 악화되자, 마스크 업계는 작년 정부의 수출 규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발 빠르게 대응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 진단키트 업체들처럼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

전 세계에서 구매자가 몰려들던 작년 4~7월, 정부가 수출 물량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았다면 글로벌 판매 루트를 넓혀 충분히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당시 구매자들의 요구 물량이 보통 수 억장에서 수 십억 장에 달했는데, 이는 전체 생산 물량에서 수출 가능했던 30%(국내 비축용 70%)만으로는 사실상 이를 맞출 수 없어 본계약이 성사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수요 폭증은 지난해 글로벌 마스크 판매액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 앤 마켓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7억3,700만 달러(8,700억 원)였던 전 세계 마스크 시장 규모가 지난해 610억 달러(72조 원)까지 급증했다.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몇 십년 만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한 큰 장을 사실상 손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만큼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마스크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정부가 수출 규제를 풀었지만 이 때는 이미 골든 타임이 지나간 상황이었다”며 “중국이 저가 제품을 앞세워 전 세계 마스크 시장의 90%를 장악하며 코로나19 특수를 사실상 싹쓸이를 했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만큼 제품력을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으로 수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선점 업체들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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