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입 신약 2개 뿐, 이마저도 비급여…환자 접근성 ‘우려’
복지부 항생제 내성관리 2차 대책 발표…사용량 감소에만 초점
미국서도 항생제 별도 기금 대안으로…국내 법안 상정은 불발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항생제 내성관리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새로운 대책이 나와 관심을 끈다. 다만 이번 대책에서도 항생제 신약의 확보보다는 사용량 감소와 확산 방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달 초 보건복지부는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제2차 국가 항생제 내성관리 대책을 내놓았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1차 대책의 다음 단계다.

항생제는 감염병 치료를 위한 필수적인 의약품이지만, 과다사용으로 인한 내성균이 세계적인 위협으로 부상했다. 기존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는 균이 나타난 것.

이 내성균은 사람, 식품, 동물, 환경 등 생태계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발생하고 전파된다. 이에 정부는 범부처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이 대책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내성균 관리대책에 따라 5년마다 보건복지부 장관 주체로 감염병관리심의위원회를 통해 수립된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람에게 사용되는 항생제는 70kg 성인 1,000명이 하루 사용량 기준으로 26.1이다. OECD 29개국 가운데 3번 째다. 우리나라보다 항생제 사용량이 더 많은 곳은 터키(31.9), 그리스(34.1) 두 곳 뿐이다.

여전히 높은 사용량이지만, 1차 대책 운영 이후 2016년 30.3, 2017년 29.0, 2018년 29.8에서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1차 대책에서 목표로 세웠던 25.4에는 미치지 못했다.

≫ 정부, 항생제 내성관리 2차 대책…사용량 관리에만 초점

정부는 2차 대책을 ▲항생제 오남용에 따른 내성균 발생 예방 ▲이미 발생한 내성균·유전자 확산 방지 등 2가지 전략으로 구분했다.

세부적인 비전으로는 항생제 사용 관리 프로그램(ASP) 도입과 적정사용 지침개발 등을 통해 2025년까지 사용량을 20.9로 낮추고 항생제 사용량 분석 시스템(KONAS)을 이용해 감시체계 강화와 항생제 개발 R&D 투자, 국제기구 참여 등을 제시했다.

1차 대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료 현장에서는 내성균에 사용 가능한 이른바 ‘슈퍼 항생제’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2019년 열린 항생제 내성균 감염 관련 국회 토론회에 참여한 모 교수는 “최근 광범위 항생제보다 특정 내성균에 잘 듣는 항생제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 도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내성균 감염이 세계적으로도 높은 상황임에도 쓸 항생제가 없어 환자가 사망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재 경제성평가로는 100년이 지나도 국내에 항생제 신약은 들어올 수 없다”며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의료계가 문제로 지적했던 건 2014년 이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13개(이후 2종 추가 허가)의 항생제 신약 가운데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것은 1개 뿐이고, 이마저도 보험이 안되는 비급여라 환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은 어떨까.

현재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항생제는 기존 MSD의 항균제 저박사(성분명 항세프톨로잔-타조박탐)에 화이자의 항진균제 크레셈바(성분명 이사부코나조늄)가 추가돼 2종으로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보험 급여권에 진입해 있는 항생제 신약은 없는 상태다.

2020년 정부는 항생제를 경제성평가 면제 트랙에 포함시켰다. 기존 약제보다 우월성을 입증해야만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는 경제성평가를 면제해 내성에 대한 효과 등도 반영하겠다는 것.

제약계는 경제성평가 면제에도 여전히 약가에 대한 정부와의 입장 차가 크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아직 슈퍼 항생제 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 항생제 신약 확보방안 부재…‘별도 기금’, 해답될 수 있을까

문제는 2차 대책에서도 항생제 신약의 확보에 대한 개선점이 미진하다는 점이다. 그나마 유일하게 포함된 내용이 올해 3월 시행된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개발 촉진 및 긴급 공급을 위한 특별법」에 대한 추후 후속 하위법령 제정 추진 정도가 전부다.

이 법령을 통하면 신속허가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재 슈퍼 항생제가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배경이 허가 속도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찍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항생제에 대한 이 같은 고민이 국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감염병학회(IDSA) 학술지에는 미국 내 항생제 내성 문제가 의료비용의 폭발적 증가와 치명적 결과를 초래했다는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주목할 점은 이 연구결과에 동반한 연구자 리포트다. 연구자들은 항생제의 관리 및 혁신, 사용 감시, 연구, 진단, 감염 예방, 글로벌 협력 등을 포함한 영역별 시급한 정책을 제언했다.

이 가운데 항생제 신약 개발과 관리 강화를 위해 연방정부 차원의 별도 기금(Pioneering Antimicrobial Subscriptions to End Upsurging Resistance, PASTEUR) 마련이 필요하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국내에서도 별도 기금 마련이 해답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중증질환, 희귀질환에 대한 치료 비용을 복권 등을 이용해 별도 기금으로 조성하자는 법안이 발의(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대표발의)돼 있다. 이 법안에 항생제 문제도 포함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해당 법안은 11일 전체회의에서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논의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이 외에도 영국의 항암제 기금을 모델로 삼는 별도 기금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사 관계자는 “슈퍼 항생제 뿐 아니라 혁신 신약들이 빨리 환자에게 처방될 수 있는 별도 기금이 필요하다는 점은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실현을 위해 넘어야 할 절차가 많아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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