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국내 제약바이오 120곳, 2021 3분기 실적 해부(上)
올 6곳 '1조 클럽' 가입, 5곳 예약…위드코로나 비즈니스 ‘총력’
영업이익 3곳 중 1곳만 증가…10곳 중 3~4곳 남는 장사 ‘실패’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대체로 몸집은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일부 기업을 제외하곤 당초 기대치에 한참 부족한 수준이었다.

제약바이오기업 3곳 중 2곳은 전년보다 매출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쪼그라들면서 수익성 악화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일부 대형제약사들의 선방이 뒤따르긴 했지만, 바이오 중심의 하위권 기업 대다수는 이익이 난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여전히 적자에 시달렸다.

18일 <메디코파마뉴스>는 2021년도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120곳의 공시자료(연결기준)를 심층 분석했다.

≫ 국내 제약사 10곳 중 6~7곳, 수익성 ‘악화’

전체 120개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77곳이 전년 3분기 대비 매출 성장에 성공했다.

이 중 매출은 증가했어도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 성장률인 5%의 벽을 넘지 못한 곳이 12곳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성장을 기록한 곳은 65개사에 불과했던 것이다. 즉 절반에 가까운 55개사는 사실상 성장에 실패하고 외형도 쪼그라든 것.

수익성 악화를 보인 곳도 전체의 65%(78곳)에 달했다. 10곳 중 6곳 이상에서 이익이 줄어든 셈이다. 특히 44곳은 영업적자를 내면서 남는 장사를 하지 못했다.

구체적으로는, 제일약품, 일동제약, 신풍제약, 삼천당제약, 경보제약, 알리코제약, 서울제약, 녹십자엠에스, 피씨엘, 종근당바이오, 대성미생물 등 11개사가 적자전환 했다. 영진약품, 경남제약, 삼성제약, 아이큐어,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등은 전년 같은 기간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다.

이렇게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 돋보인 곳도 있었다. JW중외제약, 부광약품, 대웅제약, 삼진제약, 셀트리온제약,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12개사는 이익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한미약품, 메디톡스, 에스티팜, 현대약품, 한국유니온제약, 안국약품 등 11개사는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했다.

 

☞  <제약바이오기업 120곳 2021년 3분기 영업실적 현황> 전체 표 내려받기는 최하단에 박스를 클릭해주세요.

▲ 표=제약바이오사 120곳 2021년 3분기 경영실적 일부 캡처(자료 출처: 각사 공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표=제약바이오사 120곳 2021년 3분기 경영실적 일부 캡처(자료 출처: 각사 공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제약바이오 6곳 3분기 만에 ‘1조 클럽’ 가입…5곳은 ‘예약’

올 3분기 누적(9개월 간) 매출 8,000억 원 이상을 달성한 곳은 11개사로 확인됐다. 매출 1위는 코로나19 진단키트의 힘이 작용한 에스디바이오센서였다. 이 회사는 전년 같은 기간(7,552억 원)보다 외형이 3배 넘게 불어나면서 2조4,862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코로나 사태 전 줄곧 1위를 지켜왔던 셀트리온은 1조2,897억 원으로 2위로 밀려났다.

전통 제약사 중에는 유한양행이 1조2,638억 원으로 최다 판매고를 기록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조1,987억 원으로 4위를 차지했다. GC녹십자(1조1,355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1조1,124억 원)도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면서 3분기 만에 ‘1조 클럽’에 진입했다.

이 외에도 종근당(누적매출 9,817억 원), 광동제약(9,774억 원) 씨젠(9,608억 원), 한미약품(8,527억 원), 대웅제약(8,500억 원) 등 5개사는 3분기까지 매출 8천억 원을 넘기면서 올해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대형제약사 실적 ‘희비’…46곳 중 20곳만 수익성 개선

3분기 매출 규모 400억 원 이상의 상위 제약사 46곳 중 20곳에서만 수익성이 전년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6곳은 적자거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3분기로만 봤을 때 영업이익을 가장 많이 낸 곳은 진단기기 업체인 에스디바이오센서였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0.4%가 줄어들어 수익성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2,495억 원의 대규모 이익을 냈다. 회사는 올해 누적으로도 무려 1조2,162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상태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3분기 영업이익 1,674억 원, 전년比 196%↑)가 전년보다 3배 이상의 이익을 내며 그동안 수익성 면에서 앞섰던 셀트리온(1,640억 원)을 제치고 3분기 영업이익 규모 2위로 올라섰다.

코로나19 백신 수혜주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 기간 작년 대비 3배에 가까운 1,005억 원(전년比 175%↑)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 상위 제약사들의 선전도 볼 만했다. GC녹십자(3분기 영업이익 715억 원, 41%↑), 한미약품(369억 원, 흑자전환), 메디톡스(339억 원, 흑자전환), 대웅제약(227억 원, 284%↑), 삼진제약(204억 원, 187%↑), 보령제약(190억 원, 55%↑), HK이노엔(171억 원, 16%↑), 광동제약(149억 원, 11%↑), 셀트리온제약(130억 원, 122%↑), 일양약품(125억 원, 10%↑), 동아에스티(116억 원, 72%↑) 등이 수익성을 대폭 개선하며 100억 원 이상의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대한뉴팜(82억 원, 10%↑), 에스티팜(78억 원, 흑자전환), JW중외제약(76억 원, 6004%↑), 경동제약(66억 원, 19%↑), 대원제약(65억 원, 29%↑), 부광약품(30억 원, 2806%↑), 동구바이오제약(22억 원, 26%↑), 안국약품(13억 원, 흑자전환) 등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개선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반면, 수익성 부진에 시달린 곳도 있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 3분기 각각 1,640억 원과 22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작년 기록했던 영업이익보다는 33%, 83% 쪼그라든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진단키트 대표 기업인 씨젠 역시 지난 2분기(전년比 15%↓)부터 영업이익이 감소하다 3분기에는 39% 급감한 1,286억 원의 영업이익에 그치면서 급성장세가 완연히 꺾인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 외에도 바이오니아(3분기 영업이익 1억 원, 99%↓), 차바이오텍(5억 원, 95%↓), 동국제약(115억 원, 54%↓), 동화약품(37억 원, 49%↓), JW생명과학(60억 원, 37%↓), 콜마비앤에이치(161억 원, 30%↓), 한독(81억 원, 21%↓) 등이 영업이익에서 20% 이상 감소하며 수익성 부진을 겪었다.

일동제약(-149억 원), 삼천당제약(-89억 원), 신풍제약(-57억 원), 제일약품(-25억 원) 등은 3분기 영업 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영진약품(-42억 원)과 테라젠이텍스(-14억 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가 계속됐다.

≫ 날개 단 위탁생산…SK바이오사이언스·삼성바이오로직스 ‘급성장’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기업들 가운데 눈길이 가는 곳도 있었다.

우선 백신 위탁생산으로 재미를 본 기업들의 실적 상승이 뚜렷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3분기 2,208억 원의 매출을 내면서 지난해보다 123.8% 급성장했다. 대형사 중 가장 큰 폭의 성장률이다. 이 회사는 영업이익도 작년 같은 기간 365억 원에서 올해 1,004억 원으로 뛰어올랐다. 이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에 따른 매출 효과가 이익에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이 회사는 올해 새롭게 CDMO 등 용역 매출로만 1,799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64.2%, 196.1% 늘어난 4,507억 원, 1,674억 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에 따른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 증가로 현재 1, 2공장 모두 풀가동 중이다. 여기에 3공장 가동률도 최근 상승하고 있으며 2022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4공장 수주도 진행 중이다. 실제로 2019년 41.6%에 그쳤던 공장가동률은 올 3분기 79.2%까지 올라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항체의약품 수주잔고(아직 이행되지 않은 수주액)는 9월 현재 41억6,400만 달러(한화 약 4조9,197억 원)로 집계됐으며 제품 개발이 성공할 경우 91억1,100만 달러(10조7,646억 원)까지 확대되는 구조다. 향후 이 회사의 수익성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배경이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델타 변이 등으로 인해 장기화되면서 감기약 등 제네릭 영업 위주의 중소형 제약사와 거액의 투자비용이 필요한 바이오사가 더 큰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작년 하반기부터 기업 간 실적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제약바이오 생태계에 적응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회사 간 격차가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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