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40곳 R&D 투자 비용 해부
작년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 10% 이상 증가한 곳 25곳 달해
매출比 R&D 투자 10% 미달도 24곳…"신성장동력 발굴 시급"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40곳 가운데 34곳에 해당하는 85%가 R&D 비용을 작년보다 늘린 것이다. 불투명한 미래 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세대 먹거리 발굴을 위해 지갑을 열었다는 분석이다.

19일 <메디코파마뉴스>는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40곳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를 토대로 R&D 투자 현황을 분석했다. 다만, 정부보조금의 경우 지원 받는 기업이 상이하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집계에서 제외했다. 또한, 대웅제약과 동국제약, 유유제약은 별도 재무제표의 매출로 R&D 투자비율을 계산했다.

먼저, 40개사의 연구개발비용은 2020년 3분기 누적 1조5,530억 원에서 2021년 1조7,904억 원으로 2,375억 원(15.29%) 늘어났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용을 늘린 곳은 34곳에 달했다. 이 얘기는 R&D 비용이 감소한 기업은 단 6곳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상당수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 생존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표=제약바이오기업 40곳 연구개발 투자 현황(자료 출처: 각사 분기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표=제약바이오기업 40곳 연구개발 투자 현황(자료 출처: 각사 분기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국내 제약기업 5곳 중 4곳, ‘새 먹거리’ 투자 늘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SK바이오팜은 올해 3분기 매출의 45.98%에 달하는 864억 원의 자금을 R&D에 투자했다. 전년 동기 보다 91억 원(11.83%) 증액한 것이다.

이 회사는 뇌전증신약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출시에 이어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한국, 중국, 일본에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또한, 적응증 확대를 위해 성인 전신발작과 소아 부분발작 질환을 대상으로 다국가 임상도 진행하고 있다.

희귀질환 레녹스-가스토 증후군(희귀 소아 뇌전증), 희귀신경질환, ADHD, 조울증 등의 신약 개발에도 나서면서 R&D 투자금을 대폭 늘린 것으로 보인다.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사활을 건 삼천당제약도 연구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 회사는 3분기 누적 340억 원을 R&D에 사용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9억 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161억 원 늘어난 수치다. 매출 대비 투자 비중도 14.04%에서 27.53%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주사제를 경구제로 바꾸는 S-PASS 플랫폼 기술을 접목해 먹는 인슐린과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추진하면서 대규모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40개사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이 회사의 3분기 누적 연구개발 투자액은 2,962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503억 원) 대비 18.35% 늘었다. 그동안 바이오시밀러 R&D에 주력했던 이 회사는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에 대한 글로벌 임상 진행으로 비용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은 영업이익이 지난해 4분기 이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연구개발 투자에는 과감히 지갑을 열었다.

올 한해 동안 쓴 비용만 796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485억 원) 대비 311억 원(64.10%)이나 늘어난 규모다.

이 회사는 제2형당뇨병,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황반변성, 안구건조증, 녹내장, 편두통, 고형암 등의 영역에서 10여 개의 신약 연구를 진행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연구개발비를 50% 이상 확대한 곳은 6곳에 달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253.83%) ▲씨젠(243.29%) ▲이연제약(90.63%) ▲명문제약(71.25%) ▲신풍제약(59.23%) ▲제일약품(50.12%)이 올 들어 R&D 투자를 대폭 늘린 곳들이다.

이 외에도 ▲바이오니아(45.74%) ▲부광약품(37.77%) ▲동아에스티(35.68%) ▲삼성바이오로직스(31.65%) 유유제약(26.31%) ▲동국제약(24.98%) ▲JW중외제약(22.59%) ▲한독(22.30%) 등이 연구개발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 전통 제약사 6곳, 연구개발비 투자‘축소’

한미약품 등 전통제약사 6곳은 지난해 보다 매출 대비 R&D 투자를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해 1분기 매출의 23.39%에 달하는 1,868억 원을 R&D 비용으로 쏟아부었다.

올해도 1,130억 원이 연구개발에 투자했지만 전년 대비 780억 원 줄어든 수치다. 비율로 보면 39.48% 쪼그라든 규모다.

이 회사의 연구개발비용이 줄어든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난해 사노피가 당뇨병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 권리 반환을 통보함에 따라 그해 10월 한미약품은 사노피에게 지급해야 할 연구개발 비용을 일시 회계처리하면서 R&D 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일양약품도 한미약품과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274억 원이었던 이 회사의 연구개발 비용은 올해 218억 원으로 56억 원(20.46%) 감소했다.

국제약품도 40억 원에서 34억 원으로 13.65%(5억 원) 쪼그라들었으며, 영진약품은 116억 원에서 107억 원으로 9억 원(7.69%) 줄어들었다.

이 외에도 휴젤(6.60%), 삼진제약(0.40%) 등이 전년 보다 연구개발비가 쪼그라든 곳들이었다.

≫ 40곳 중 24곳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 10%도 못 미쳐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이 10%에 못 미치는 기업도 24곳에 달했다.

연구개발에 가장 소극적인 회사는 광동제약이었다. 이 회사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6,136억 원인데 반해 R&D 투자금은 87억 원이었다. 매출 대비 비율이 1.42%에 불과한 것이다.

명문제약도 3%대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회사는 1,024억 원의 매출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에는 37억 원 투자에 그쳤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이 4%대에 머무르고 있는 기업은 동국제약(4.41%), 한독(4.45%), 제일약품(4.92%)이었다.

이 외에도 ▲하나제약(5.25%) ▲씨젠(5.56%) ▲유유제약(5.76%) ▲삼성바이오로직스(5.90%) ▲동화약품(5.99%) ▲보령제약(6.33%) ▲영진약품(7.53%) ▲바이오니아(7.68%) ▲이연제약(7.80%) ▲일양약품(8.23%) 등이 매출 성장과 비례해 연구개발 투자에는 인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업계 내부에서도 R&D 투자를 활성화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일부 기업에서는 이 같은 점을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기업들은 여전히 매출 대비 10%도 투자하지 않고 있다”며 “국내 제약주권 확립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업들도 R&D 투자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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