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글루티드, 비만치료제로 미국 이어 유럽 허가 앞둬
릴리 틸제파티드, 세마글루티드 비교임상서 우월성 입증
경구 세마글루티드도 비만치료제 임상, 국내 임상도 승인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GLP-1을 이용한 비만 치료제가 진화하고 있다. 새로운 GLP-1 치료제가 비만 치료의 진정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음식물 섭취에 반응해 분비되는 GLP-1 호르몬. 이 호르몬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는 억제해 식후 혈당 상승을 막는 역할을 한다. 또한 위장관 운동에도 관여해 포만감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이를 타깃하는 치료제는 당초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조절하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당뇨병 환자에게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저혈당 발생 가능성이 낮은 채로 혈당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후 심혈관계 사건 발생까지 낮춘다는 연구 결과까지 얻으면서 당뇨병 치료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흐름은 다른 방향이다. GLP-1의 ‘포만감 증가’ 효과를 이용해 비만치료제로서 주목받고 있는 것.

이 흐름은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가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빅토자의 용량을 늘려 비만 치료제로 2015년 출시됐다.

이후 비만치료제 시장은 삭센다의 독무대였다. 향정신성의약품 위주의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

삭센다의 국내 출시는 2018년 3월이다. 이 약은 국내 출시 이후 품귀사태까지 겪으며 이른바 ‘강남주사’로 불렸다.

2019년 삭센다는 아이큐비아 기준으로 42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여전히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2020년에는 368억 원으로 하락했고 2021년 상반기에는 167억 원으로 올해 300억 원선도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삭센다의 하락은 알보젠의 큐시미아 성장의 반대급부로도 볼 수 있다. 큐시미아는 2020년 22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올해 상반기 129억 원으로 성장세에 있는 약이다.

큐시미아는 향정신성의약품이지만, 가격이 싸고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결정적으로 큐시미아는 경구제라는 장점이 있다. 매일 복부에 주사해야 하는 삭센다에 비해 환자의 거부감에서 차이가 있다.

게다가 삭센다는 2023년 특허가 만료된다. 향후 바이오시밀러 출시도 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세마글루티드라는 새로운 GLP-1 치료제를 시장에 내놓으며 다시 한 번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 위고비, 주 1회 주사로 효과 담보…비만 치료 ‘게임체인저’ 될까

최근 유럽의약국(EMA) 의약품위원회(CHMP)는 비만 혹은 체중 관련 질환을 가진 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주 1회 세마글루티드 2.4mg의 적응증에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순조로운 상용화 수순을 밟고 있는 만큼 이 약의 유럽 시장 출시는 내년 하반기로 점쳐지고 있다.

세마글루티드 2.4mg의 제품명은 위고비(Wegovy)로 지난 6월 미국에서 비만 치료제로 출시된 바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 후 출시까지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위고비의 허가는 당뇨병이 없는 4500명의 비만 환자가 참여한 4가지 STEP 연구가 근거가 됐다.

연구 결과, 68주 동안 위고비를 투여한 환자군은 17~18%의 체중 감소를 달성했다. 이는 비만 수술을 얻을 수 있는 체중 감소와 견줄만한 결과다.

이 결과를 두고 지난 6월 열린 미국당뇨병학회(ADA) 연례학술대회 관련 세션에서는 세마글루티드를 ‘비만 치료의 게임체인저’로 부르기도 했다.

국내 임상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375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에는 국내 환자 40명이 포함됐다. 이 임상은 내년 10월이면 종료되며 국내 허가는 2023년경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개발사인 노보 노디스크는 현지 가이드라인에 맞춘 임상이라는 명목으로 별도의 임상도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 위고비의 사용 기준은 BMI 30kg/㎡ 이상의 비만 환자, 혹은 당뇨·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의 질환을 동반한 BMI 27kg/㎡ 이상의 과체중 환자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일부 아시아에서는 미국·유럽과 달리 비만 기준이 BMI 25kg/㎡ 이상이기 때문에 여기에 맞춘 추가 임상을 진행하는 것.

이 임상에는 150명의 아시아인이 참여하는데 이 중 85명의 한국인이 참여할 예정이다. 연구는 내년 1월 시작해 2023년 5월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임상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다면 국내에서 위고비의 사용가능 기준은 BMI 25kg/㎡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경구 세마글루티드도 비만 치료제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9년 FDA는 노보 노디스크의 먹는 세마글루티드인 ‘라이벨서스’를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했다. 최초의 먹는 GLP-1 치료제다.

노보 노디스크는 올해부터 경구 세마글루티드의 비만 치료제 임상을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18일 경구 세마글루티드의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한 만큼 빠른 출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릴리 이중작용제 틸제파티드, 세마글루티드 직접 비교 우월성 입증

GLP-1 비만 치료제는 아직까지 노보 노디스크의 독주다. 다만 이 분위기를 오래 가져갈진 미지수다. 일라이 릴리의 틸제파티드(Tirzepatide)가 당뇨와 비만 모두에서 세마글루티드를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틸제파티드는 GLP-1와 함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또 다른 호르몬인 GIP까지 타깃하는 이중작용제다. 이 약은 세마글루티드와 마찬가지로 주 1회 주사제다.

틸제파티드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보기 위한 SURPASS 임상을 시작으로 다수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SURPASS-2 임상은 세마글루티드와 효능 및 안전성을 직접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우월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1,879명의 환자를 메트포르민과 병용한 틸제파티드 5mg, 10mg, 15mg군, 세마글루티드 1mg(표준용량)군으로 나눠 평가한 것.

지난 ADA 2021에서 공개된 SURPASS-2 임상 결과에 따르면 틸제파티드의 3가지 용량군 모두 세마글루티드 대비 우월성을 입증했다.

40주간 진행된 이 연구에서 틸제파티드 5mg군은 당화혈색소 감소율 2.01%, 10mg군 2.24%, 15mg군은 2.30%를 달성했다. 세마글루티드군의 당화혈색소 감소율은 1.84%였다.

당화혈색소를 7% 미만까지 감소시킨 비율 또한 탈제파티드군은 용량별로 82.0%, 85.6%, 86.2%였고 세마글루티드군은 79.0%로 나타났다.

저혈당증이 발생한 비율은 탈제파티드군 0.6%, 0.2%, 1.7%였으며 세마글루티드군 0.4%로 나타났다. 부작용으로 인한 치료 중단 비율은 탈제파티드군이 5.1%, 7.7%, 7.9%로 세마글루티드군 3.8%에 비해 높았다.

주목할 점은 체중감소 효과에서 틸제파티드의 모든 용량이 세마글루티드를 압도했다는 점이다.

연구 기간 동안 틸제파티드 5mg군은 7.6kg, 10mg 9.3kg, 15mg군은 11.2kg의 체중이 평균적으로 감소했다. 세마글루티드의 감소 체중 평균은 5.7kg이었다.

다만 이 연구는 당뇨병 환자만을 대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비만 치료제로서 평가를 하기에 무리가 있다.

이에 일라이 릴리는 틸제파티드의 비만 치료제 가능성을 판단하는 SURMOUNT-1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당뇨병이 없는 2,400명의 비만 및 과체중 환자가 참여한 이 연구는 지난 2019년 12월 시작, 내년 4월 종료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연구는 틸제파티드 5mg, 10mg, 15mg 및 위약군으로 나눠 72주간 진행된다.

다만 이 연구에는 중국과 일본, 인도, 대만 등은 포함됐지만, 한국은 빠져 있다. SURPASS 연구 상당수가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글로벌에서 진행하고 있는 비만 관련 SURMOUNT 추가 연구에도 한국은 포함돼 있지 않다.

때문에 틸제파티드가 비만치료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허가되더라도 국내 출시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2023년 삭센다의 특허가 만료될 때까지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세마글루티드, 틸제파티드 등의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진입은 그 이후가 될텐데 현재 국내 업체가 경구 리라글루티드 개발에 나서는 등 변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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