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렉스, 행정처분 뒤 세계일류상품 인증…신뢰 하락 '자초'
조직 내 '소통 부재'…시장 혼란 야기한 정부 ‘불신’ 목소리도
산자부, “각 부처 정책에 따른 것일 뿐"…식약처는 ‘묵묵부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행정처분이 예고된 휴젤의 보툴렉스가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로부터는 세계일류상품으로 인증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각 부처의 수출 관련 기준이 일원화돼 있지 않고, 제각각이라는 점이 이번 일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공신력 하락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지난 18일 산자부가 주관하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코트라)가 운영하는 ‘2021 세계일류상품 수여식’에서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툴렉스가 세계일류상품 인증서를 수여 받았다.

세계일류상품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세계 시장 점유율 5위 이내이거나 5% 이상이면서 특정 조건 등을 충족해야 한다. 휴젤에 따르면 보툴렉스는 지난해 생산액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4위(3%)를 기록했고, 생산량 기준으로는 2위(20%)를 차지했다.

특히 산자부와 코트라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통해 휴젤의 직접수출, 간접수출, 대행수출 모두를 사실상 수출로 인정했다. 즉 해외용으로 생산되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갔다면 물량 유통 방식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는 지난 10일 식약처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 도매상을 통해 해외에 판매된 보툴렉스를 국내 판매로 보고, 품목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당시 식약처 관계자는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출용 생산 물량이 해외에서 판매가 됐더라도 국가출하승인 없이 국내 도매상이 유통했다면 수출이 아닌 내수 판매로 봤다”며 “이에 관련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두 부처가 자체 수출 심사 기준에 따라 보툴렉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갈리자 시장은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산자부와 식약처 모두 정부 조직인데 이들의 해석에 따라 상과 벌이라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게 모순이 아니냐는 것.

특히 식약처와 휴젤이 현재 보툴렉스 행정처분과 관련해 법적 다툼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자부의 세계일류상품 인증이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정부 불신에 기름을 부을 것이란 목소리가 상당하다.

부처 간 각기 다른 수출 심사 기준이 향후 소송에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정부 조직 내에서 협의나 의견 공유가 필요한 중요 사안들이 사실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스스로 공신력과 신뢰성 하락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산자부 관계자는 “각 부처의 정책에 따라 수출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이 상이할 수 있고,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때문에 직접수출, 간접수출, 대행수출 등의 인정 기준과 통계가 다를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식약처의 행정 절차와는 별개로 생산 물량이 실질적으로 해외로 나가 판매됐는지 여부가 세계일류상품 선정 평가 기준이고, 검토를 통해 보툴렉스가 세계 시장 점유율과 순위가 시상 기준에 부합된 것을 확인했다”며 “행사의 취지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활성화와 지원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최근 식약처의 행정처분과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일류상품 선정은 해당 기업이 신청을 하면 관련 협회나 감사기관 등이 우선 검토를 하고, 산자부에 추천을 하는 형태로 진행된다”며 “산자부와 코트라 자체 가이드라인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본지는 식약처에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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