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국내 진단키트사 15곳 2021년 3분기 실적 해부
2곳 중 1곳 전년 대비 매출·영업이익·순이익 일제히 ‘하락’
‘제 살 깍아먹기’가 원인…단가 하락으로 수익성 ‘빨간불’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진단키트 업계가 시장 내 치열한 경쟁으로 ‘치킨 게임’에 빠지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진단키트 기업 2곳 중 1곳이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일제히 하락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돌파감염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진단키트 수출 시장이 고공행진을 기록했지만, 과당 경쟁으로 인한 단가 하락이 이 같은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23일 <메디코파마뉴스>는 2021년도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진단키트 기업 15곳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15개 진단키트사 가운데 8곳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대비 역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피씨엘과 미코바이오메드는 매출이 반토막 났다. 올해 3분기 피씨엘은 134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46억 원을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41% 쪼그라들었다. 미코바이오메드도 122억 원에서 68억 원으로 44.08% 줄어들었다.

진매트릭스도 30% 가까이 매출이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38억 원에서 28억 원으로 26.71% 감소했다.

EDGC와 바이오니아도 10% 이상 매출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3분기 28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EDGC는 올해는 243억 원으로 13.98% 쪼그라들었으며, 바이오니아도 737억 원에서 640억 원으로 13.17% 감소했다.

진단키트 대표기업인 씨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 역시 매출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매분기 어닝서프라이즈 기록했던 씨젠은 3분기에만 3,26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올해 3,05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6.60% 줄어든 수치였다. 에스디바이오센서도 5,359억 원에서 5,267억 원으로 1.72% 쪼그라 들었다.

이 외에도 씨티씨바이오가 전년 동기 대비 1.87% 감소했다.

 

▲ 자료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각사 분기 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정리
▲ 자료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각사 분기 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정리

≫ '매출 감소=수익률 하락'…적자전환 기업만 3곳 달해

매출 감소는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매출이 줄어든 기업 8곳 모두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심지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늘었던 회사 중 일부는 오히려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5곳 중 4곳은 영업적자를 내면서 남는 장사를 하지 못했다.

피씨엘과 미코바이오메드, EDGC, 진매트릭스는 올해 3분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134억 원을 기록했던 피씨엘은 같은 기간 –24억 원으로 적자의 늪에 빠졌다.

미코바이오메드도 같은 기간 20억 원에서 –36억 원을 기록했으며, EDGC는 15억 원에서 –43억 원으로 영업 손실을 냈다.

바이오니아는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42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지난해 3분기와 달리 올해는 1억 원의 수익 만을 내며 99.77% 쪼그라든 것이다. 진매트릭스도 17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영업 적자에 시달렸다.

씨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도 성장과 수익성 개선 모두 실패했다. 씨젠은 2,099억 원에서 1,286억 원으로 –38.74% 줄어들었으며, 에스디바이오센서도 2,784억 원에서 2,495억 원으로 –10.37% 쪼그라들었다.

씨티씨바이오는 –18억 원에서 –27억 원으로 적자가 계속됐다.

마크로젠과 바디텍메드는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부진을 보였다. 마크로젠은 올해 3분기 285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4.67% 성장했다. 바디텍메드도 같은 기간 406억 원에서 439억 원으로 8.09% 판매고가 증가했다.

하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마크로젠은 올해 3분기 1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27.35% 줄어든 수치다. 바디텍메드 역시 196억 원에서 160억 원으로 18.46% 쪼그라들었다.

≫ 과당 경쟁에 단가 하락…수익 악화 ‘예견된 일’

이처럼 진단키트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는 과당 경쟁에 따른 단가 하락으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연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진단키트 사용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게 불 보듯 뻔한 일이었기 때문.

다만, 이 과정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장과 방역 완화, 돌파감염의 영향으로 전 세계에 신종 감염병이 재확산되면서 진단키트 수요는 다시 살아났다.

그러나 글로벌 진단키트 업체의 경쟁 심화로 단위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출량이 늘어도 정작 수출액은 줄어들게 된 것. 일부 진단키트기업들의 수익성이 곤두박질 친 배경이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진단키트 수출액은 5억7,037만 달러(약 6,7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억41만 달러(약 7,100억 원) 대비 5% 감소했다. 반면, 수출량은 올해 3분기 2,517톤으로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다. 1,467톤을 수출한 지난해 3분기 대비 72% 증가한 것이다.

신종 감염병 사태 초기 기술력과 생산력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가 주목받았지만,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국내·외 후발업체가 증가했다.

이는 진단키트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초기 진단키트 가격은 20~30달러였으나 현재 5~1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진단키트 수출량은 늘었지만 벌어들인 금액은 오히려 줄어들면서 고스란히 기업의 실적으로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에 따라 진단키트 시장 내 경쟁이 과열되면서 ‘치킨 게임’으로 치닫는 모습”이라며 “진단키트 기업들은 자사 제품의 다양성과 편리성을 강조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펼쳐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단키트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등 수익 다각화 방안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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