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국내 제약바이오 2021년 3분기 실적 해부(下)
현대·진양·유니온·명문 ‘웃고’ 경남·삼성·경보·서울 ‘울고’
10곳 중 4곳 외형↓, 절반은 적자…설립 10년째 적자 늪
잘나가던 진단키트마저…‘실적 성장통’ 장기화 될 가능성도

국내 중소제약바이오사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적 부진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 때 잘 나가던 진단키트 업체마저도 하반기 들어 실적 감소세가 뚜렷해졌다.

3분기 매출 규모 400억 원 미만의 제약바이오기업 74곳 가운데 31곳은 외형이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도 55곳(74%)이 적자(38곳)를 냈거나 감소했다. 10곳 중 7~8곳은 수익성 부진을 겪은 셈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2021년 각사 3분기 공시자료를 근거로 매출 400억 원 미만의 국내 제약기업 74곳의 실적을 심층분석 했다.

≫ 수익성 부진 시달리는 중견제약사…팬데믹 탈출 ‘특명’

3분기 매출 100억 원 이상 400억 원 미만의 중소제약사 45곳 가운데 16곳은 매출이 역성장했다. 영업이익 역시 30곳이 쪼그라 들었다.

특히 그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해오던 중견제약사 상당수가 영업이익이 급감하거나 적자 전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장기화되면서 항생제와 감기약, 진해거담제 등 호흡기 약물의 내수 판매고가 급격히 추락했기 때문이다.

기업별로 보면 경남제약(3분기 영업손익 -85억 원), 삼성제약(-53억 원), 일성신약(-4억 원), 조아제약(-9억 원), 아이큐어(-63억 원), 메디포스트(-14억 원) 등이 작년에 이어 올 3분기에도 영업적자가 지속됐다.

또 지난해 같은 기간 흑자를 냈던 알리코제약(-6억 원), 경보제약(-37억 원), 서울제약(-7억 원), 종근당바이오(-38억 원), 녹십자엠에스(-30억 원), 피씨엘(-24억 원) 등은 올해 영업에서 적자가 발생했다.

이 외에도 이연제약(영업이익 1억 원, 전년比 96%↓), 삼일제약(2억 원, 79%↓), 화일약품(1억 원, 70%↓), 유유제약(6억 원, 61%↓), 에스텍파마(16억 원, 48%↓) 등은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74곳 2021년 3분기 영업실적 현황> 전체 표 내려받기는 최하단에 박스를 클릭해주세요.

▲ 표=2021년 3분기 매출 400억 원 미만 국내 제약기업 74곳 실적 현황 일부 캡처(자료 출처=각사 공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표=2021년 3분기 매출 400억 원 미만 국내 제약기업 74곳 실적 현황 일부 캡처(자료 출처=각사 공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코로나 특수 ‘희비’…자체 제품 보유 역량서 갈렸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영 악화 속에서도 외형과 내실 두 마리 토끼 모두 챙긴 곳도 있었다.

팜젠사이언스(영업이익 9억 원, 전년比 645%↑), 쎌바이오텍(30억 원, 216%↑), 파미셀(34억 원, 173%↑), 셀루메드(29억 원, 163%↑), 한올바이오파마(22억 원, 114%↑), CMG제약(11억 원, 62%↑), 진양제약(21억 원, 48%↑), 엘앤씨바이오(32억 원, 32%↑), 국전약품(13억 원, 25%↑) 등은 매출이 늘어난 가운데 영업이익이 증가한 대표적인 기업들이었다.

3분기 들어 흑자전환 한 곳도 나왔다. 현대약품(영업이익 22억 원), 명문제약(4억 원), 우진비앤지(5억 원), 한국유니온제약(20억 원) 등이 전년 같은 기간 적자영업에서 올해 수익을 낸 곳들이었다.

기업별로 보면, 쎌바이오텍은 3분기 매출 127억 원(전년比 14%↑), 영업이익은 30억 원을 올리면서 전년보다 2배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자체 개발한 대표 유산균 브랜드 ‘듀오락’ 시리즈의 판매고 증가가 실적 개선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국내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제품을 포함한 매출은 303억 원으로 전년보다 4% 늘어났다.

최근 이 회사는 총사업비 74억 원의 정부 출연(중소기업청) 과제인 마이크로바이옴 대장암 치료 신약 ‘CBT-P8’을 개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1상 시험 계획(IND) 승인 신청을 완료했다.

파미셀은 3분기 매출 132억 원(전년比 67%↑)으로 전년보다 67% 늘어난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34억 원으로 전년보다 3배에 달하는 이익을 냈다. 다만 아직 시장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앞서 이 회사는 RNA 치료제와 코로나 진단 시약의 주원료인 ‘뉴클레오시드’를 판매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해 매출 성장은 16%에 불과했으며 영업이익은 72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 뉴클레오시드의 누적 매출은 135억 원으로 20.5% 늘어났다.

엘앤씨바이오는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하면서 ‘턴어라운드’를 이끌어냈다. 3분기에도 119억 원의 매출로 전년보다 외형을 43% 불렸다. 이 회사는 인체조직 이식재의 수요 증가와 자회사(GMRC·글로벌의학연구센터)의 성장이 실적 개선을 이끌면서 3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통 제약사 중에는 팜젠사이언스, CMG제약, 진양제약, 국전약품, 현대약품, 명문제약, 한국유니온제약이 합격점을 받았다. 다만, 현대약품과 진양제약, 유니온제약은 영업이익으로 20억 원을 겨우 웃돌아 4분기 실적을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약품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영업 적자를 내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회사는 3분기 들어 실적 반등에 성공하면서 매출은 전년 대비 18%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22억 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은 오너 3세인 이상준 단독 대표 경영 체제의 첫 성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지혈제 ‘타코실’ 등을 필두로 도입상품 매출이 올 한 해 382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보다 20% 성장을 달성, 실적 개선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앞서 이 회사는 CNS(중추신경계) 사업에 집중하면서 산도스社의 우울증 치료제 3품목을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진양제약은 3분기에 순환기계 전문의약품의 판매고가 증가하면서 157억 원의 매출을 기록, 외형이 32% 성장했다. 이 회사의 대표 품목인 항혈전제 ‘크리빅스’ 등 순환기계 처방 약의 3분기 판매액은 전년보다 16% 늘어난 5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최근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홍역을 앓고 있는 명문제약은 앞서 1, 2분기 연속 영업 흑자전환에 이어 3분기에도 3억 원의 이익을 내면서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모습이다.

지난해 이 회사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29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재무구조 개혁에 돌입한 명문제약은 CSO(판매대행)로 영업 체제를 전환하고 인건비와 판관비 축소에 들어갔다. 실제로 올해 3분기까지 판관비를 전년대비 18% 줄이면서 102억 원을 아껴 누적 21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매출 100억 원 미만 바이오기업, 10년 흘러도 ‘만성 적자’

매출 100억 원 미만에 속한 29개 기업은 3분기에 대부분 적자를 냈다. 그나마 가까스로 흑자를 낸 곳은 인트론바이오(영업이익 19억 원), 나이벡(4억 원), 바이오솔루션(3억 원), 테고사이언스(4,300만 원), 제일바이오(700만 원)로 5곳에 불과했다.

반면, 전년에 이어 영업적자를 기록한 곳은 이수앱지스(영업이익 –18억 원), 프로스테믹스(-2억 원), 코아스템(-25억 원), 코미팜(-28억 원), 진원생명과학(-86억 원), 제노포커스(-13억 원), KPX생명과학(-11억 원), 강스템바이오텍(-50억 원), 팬젠(-4억 원), 옵티팜(-12억 원), 엔케이맥스(-117억 원), 퓨쳐켐(-21억 원), 애니젠(-4억 원), 오스코텍(-70억 원), 펩트론(-44억 원), 앱클론(-18억 원), 헬릭스미스(-95억 원), 티앤알바이오팹(-28억 원), 에이비엘바이오(-114억 원), 제넥신(-81억 원), 아스타(-38억 원), 에스씨엠생명과학(-38억 원), 신라젠(-46억 원) 등이었다. 대성미생물(-8억 원)은 적자전환 했다.

이들 기업 상당수는 설립된 지 이미 10년 이상 경과한 곳들인 만큼 이제는 최소한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이 가운데 설립한지 10년이 안된 곳은 프로스테믹스, 티앤알바이오팹, 에이비엘바이오, 에스씨엠생명과학 등 단 4곳뿐 이었다.

≫ 잘 나가던 진단키트기업…3분기 ‘실적 성장통’ 뚜렷

진단키트 업체 역시 올 3분기 들어 실적 감소세가 뚜렷했다. 특히 매출이 늘었어도 단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부진이 나타난 곳들이 속출했다.

대표적으로 피씨엘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거의 반토막(3분기 매출 135억 원, 전년比 45%↓) 나면서 24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내고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이 회사의 누적 영업이익은 247억 원이었지만 1년 만에 76억 원의 손실로 반전된 것.

바이오니아도 외형과 수익성 모두 쪼그라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의 3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13%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424억 원에서 1억 원으로 급감했다. 간신히 적자만을 면한 결과지를 받아 든 것이다.

바디텍메드는 외형이 8% 성장하고도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어든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앞서 이 회사는 면역진단 항체 카트리지를 통해 2분기에만 34% 성장한 419억 원의 판매고를 올리고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11% 늘어난 166억 원을 기록하면서 ‘레벨 업’이 기대됐다. 그러나 3분기 들어서는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19% 줄어든 160억 원에 그치면서 내실 다지기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대형사에서도 실적 정체가 나타나는 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씨젠은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외형은 6.6%로 줄어들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8.7%가 감소했다.

진단키트 대표기업으로 등극한 에스디바이오센서도 3분기 들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0.4% 감소한 2,495억 원에 그치면서 성장세가 한풀 꺾인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진단키트 업체들의 실적 하락을 두고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들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라 진단키트의 판매량이 감소한 데다 경쟁 업체까지 늘어나면서 공급량 증가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진단키트 수출은 이미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여 향후 실적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