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백신패스 확대·병상 확보 행정명령 등…"대안 더 없나"
醫, “자영업자 관련 비상계획 제외한 나머지 이미 알려진 것”
“병상·인력 확대 한계치 도달…방역 시스템 개선해야” 경고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이후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을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짜놓은 상당수 계획은 이미 시행 중인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3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699명으로, 위중증 환자는 549명 발생했다.

위중증 환자 수는 지난 17일 522명을 기록한 후 18일 506명, 19일 499명, 20일 508명, 21일 517명, 22일 515명, 23일 549명으로 매일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환자 병상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22일 기준으로 전국 중환자 전담치료병상은 총 1,134병상 중 69.0% 이동 중으로 348병상만 남아있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3.3%(694개 중 578개 사용)에 달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84.3%(345개 중 291개 사용), 경기 81.6%(270개 중 221개 사용), 인천 83.5%(79개 중 66개 사용)였다.

준중환자병상도 총 503병상 중 67.8%를 사용하고 있어 162병상만 남았다. 수도권은 61병상에 불과해 병상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더욱이 23일 0시 기준 수도권 1일 이상 병상 배정 대기자는 총 836명에 달했다. 병상 대기자가 사상 최다였던 전날(907명)보다는 71명 줄었지만, 4일 이상 대기자가 122명에 달하는 등 입원 과정의 과부하는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 한계치 도달한 의료계, ‘의료 붕괴’ 우려

의료계는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입장이다. 2년 동안 지속된 팬데믹으로 지칠대로 지친 상황에서 인력·재정적인 지원 없이 밀려드는 환자에 의료진들의 번아웃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급격한 방역 완화에 따른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코로나19 치료 시스템 뿐만 아니라 전체 의료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23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급격히 늘어난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해 非코로나 중증 환자들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병상부터 숙달된 의료인력들이 코로나 환자에 투입되면서 非코로나 중증환자들이 입원을 못 하거나 수술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행 시스템이 지속될 경우 코로나19 치료 뿐만 아니라 전체 의료 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비상계획 도입 검토?…"상당수는 이미 시행 중"

의료계의 지적에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비상계획 발동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당장 비상계획을 조치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이러한 엄중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비상계획을 비롯한 여러 조치들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비상계획 중 일부는 현재 시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일상회복 전환과정에서 상정 범위를 초과한 중증환자, 사망자 발생이 지속돼 의료체계 부담이 가중되는 경우 일시적으로 강력한 비상조치를 통해 방역상황을 안정화 시킬 수 있도록 비상계획을 마련했다.

비상계획은 중환자실 병상가동률이 75% 이상 되거나 주 7일 이동 평균이 70% 이상인 경우 발동할 수 있도록 했다.

비상계획에는 ▲접종증명·음성확인제 확대(백신패스) ▲사적모임·행사 규모 제한 ▲시간제한 ▲취약시설 면회금지 ▲병상 확보 및 재택치료 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 현재 취약시설 면회 금지와 병상 확보 및 재택치료 확대는 이미 시행 중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일 중환자와 준중환자 치료 병상 확보를 위해 민간의료기관에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또 지난 22일에는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 면회도 전면 금지하도록 했으며, 현재 백신패스를 청소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사적모임과 영업시간 제한을 제외한 모든 계획안이 현재 시행 중인 것이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23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는 비상계획 발동을 염두에 둔다고 말하고 있지만 자영업자 영업과 관련된 것을 제외한 나머지 안은 모두 시행 중인 것”이라며 “사적 모임 규제 없이 병상만 늘린다고 해서 이 위기를 넘길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재 코로나 입원 환자를 수송할 구급차 수배도 어려운 상황이다. 병상을 늘리더라도 확진자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지금이라도 위드 코로나를 중단하고 거리두기를 상향 조정한 후 의료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기석 교수는 공공병원을 중환자 치료병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 경기의료원 등 공공병원 병실 전체를 코로나 중환자 치료병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며 “치료에 필요한 에크모와 인공호흡기 등 의료장비와 인력을 정부와 대학병원에서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상급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코로나 중중환자들은 필요한 검사와 수술을 못 받고 있다. 검사장비와 수술도구 감염 위험 우려 때문”이라며 "공공병원을 중환자 치료병상으로 전환하면 코로나 환자의 CT와 MRI 등 영상검사 및 수술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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