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백회, 정 청장 면담…인과성 기준 확대 등 9가지안 제시
기본권 제한은 ‘있고’ 피해보상 기준은 ‘없는’ K-방역
“질병청, 피해자 나몰라라”…매주 ‘토요집회’ 개최 예고

▲ 사진 설명=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는 지난 24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청사에서 정은경 청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하고 기자 회견을 열었다. 
▲ 사진 설명=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는 지난 24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청사에서 정은경 청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하고 기자 회견을 열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9개월 만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백신 피해자 가족들을 만났지만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면서 그들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대못을 박았다. 가족들은 피해자를 나 몰라라 하는 정부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매주 토요일 촛불집회를 열고 인과성 인정 등의 주장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이하 코백회)는 지난 24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청사에서 정은경 청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했다. 당초 이날 회의는 1시간 가량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예상 시간을 훌쩍 지난 1시간 40분 넘게 이어졌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19일 추가접종을 위해 청주의 한 위탁의료기관을 찾은 정 청장에게 면담을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코백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피해자 가족들과의 소통 부족 ▲인과성 판단 기준 확대 ▶정보공개 확대 ▲주치의ㆍ부검 소견서와 다른 피해보상위원회 판단 결과 ▲대통령 신년인사에 대한 질병청 입장 공개 ▲특별법 제정 ▲행정 오류로 인한 미부검 피해자에 대한 보상 확대 ▲인과성 심의위원회에 피해자·가족 참여 등 총 9가지 안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은경 청장이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했다는 것이 코백회 측의 주장이다.

코백회 측 변호를 맡은 김기윤 변호사는 간담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 청장을 만나 한국형 인과성 기준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며 “그러나 인과성 기준은 의학적ㆍ과학적 분야라며 안전성위원회에서 판단해줘야 보상이 가능하다는 게 정 청장의 대답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정 청장은 인과성을 일부 인정했던 주치의와 부검의의 소견서를 피해보상전문위원회가 부인한 점에 대해서도 해명을 내놨다.

김 변호사는 “정 청장은 부검의나 역학조사관, 주치의의 소견은 하나의 의견에 불과하고, 판단은 피해보상전문위원회에서 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위원회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정 청장은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서도 ‘국회에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기윤 변호사는 “인과성판단심의위원회에 피해자와 가족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정 청장은 적절치 않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만 밝혔다”고 성토했다.

다만, 정 청장은 소통 부재에 대한 문제점을 인정하고 ▲1339 콜센터 보강 및 지자체 업무 분담 ▲정보 공개 확대 ▲행정 착오로 인한 미부검자 피해 보상 확대에 대해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청장은 그동안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던 피해자와 추가 간담회도 진행하기로 했다. 12월 안으로 일정을 잡아 코백회 측에 통보한다는 계획이다.

 

최은영 부회장은 기자회견 내내 눈물을 쏟으며 피해자를 외면하는 정부에 울분을 토했다.
▲ 사진 설명=최은영 코백회 부회장(사진 맨 오른쪽)은 기자회견 내내 눈물을 쏟으며 피해자를 외면하는 정부를 향해 울분을 토했다.

≫ “피해자 나몰라라 하는 질병청”…토요집회 ‘예고’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는 정 청장에 일부 유가족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내 눈물을 쏟으며 자리를 지키고 있던 최은영 코백회 부회장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큰 것이 아니었다. 인과성을 인정해달라는 것 단 하나 뿐이었는데 정부는 그것조차 쉽게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질병청은 처음부터 백신 접종으로 인한 후유증이라도 알려줬어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후유증은 알려주지도 않은 채 백신은 안전지킴이라고 홍보하면서 접종을 독려해놓고 이제와서 피해자들을 나몰라라 하는 질병청과 정부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면서 “이제는 토요집회에서 보여주겠다. 아주 추운 날도, 차디찬 곳이라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모여 억울함을 풀어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안향옥 코백회 충북지부장도 12월 1일부터 질병청 앞에서 매일 집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향옥 지부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만족할 만한 답을 얻지 못했다”며 “피해자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12일 1일부터 질병청 앞에서 매일 집회를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K-방역, 기본권 제한은 ‘있고’ 피해보상 기준은 ‘없고’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해 방역에 성공했던 K-방역이 피해보상은 외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기윤 변호사는 “그동안 질병청은 K방역이라는 명목 하에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했다. 사적 모임 인원, 자영업자 영업 시간 제한이 바로 그것”이라며 “그렇다면 K-방역으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에 대한 피해 보상도 그에 준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하지만 질병청은 인과성 인정과 관련해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피해보상을 외면하고 있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K-방역을 내세우면서 막상 피해보상에서는 K-방역이라는 기준은 없고 외국 사례를 들먹이고 있다. K-방역의 완결체는 방역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피해 보상까지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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