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약가 인하 강행…日 제약협회장 “보상 없다면 혁신도 없어” 반발
美 바이든 약가인하 공약, 의회 반대로 껍데기만…제약사 로비 ‘판정승’
최근 출시 신약, 가격 ‘높아지는’ 추세…공공건강보험 운용 국가들 ‘고민’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최근 혁신 치료제 개발이 잇따르면서 그간 난치로 분류되던 환자들이 신약의 혜택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혁신 신약의 약가가 환자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초고가 의약품의 약가를 낮추기보다 보험이 완충제 역할을 해주기만 바라고 있다.

민간 보험사의 경우 더 많은 신약을 보장하기 위한 옵션으로 높은 보험료를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건강보험의 경우 보험료의 대규모 인상에는 한계가 있다.

전 국민의 준조세로 국민건강보험을 운용하는 한국 정부가 다국적제약사와의 약가 협상에서 골머리를 앓는 배경이다.

그런데 이 같은 약가 문제가 신약의 자국화에 성공한 국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다만 제약사의 입장은 다르다. 약가를 낮추면 신약 개발 동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의 주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차이가 있다면 이들 다국적제약사는 자국에 혁신 신약을 내놓고 있지만, 국내 제약사는 수십 년간 제네릭(복제약) 판매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정도다.

≫ 일본 제약계 “계속되는 약가인하, 산업 발전 못해”

오카다 야스시 일본제약협회 회장(에자이 COO)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외에서 일본으로 들어오는 신약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6~2020년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된 176개의 신약이 일본에 출시되지 않았으며 이는 지난 2011~2015년보다 증가한 수치라는 것.

그는 “기술 혁신에 대한 보상이 없으면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며 “일본에 기반을 둔 제약사로서 이점을 거의 느끼지 못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계획된 약가 조정 외에 비정규 약가 인하를 단행했다. 판매액의 증가율만큼 약가를 인하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일본 정부는 자국 제약사인 오노약품의 면역항암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의 약가를 23.8%, 미국 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11.2% 가격을 인하했다. 이는 전년도에 이미 면역항암제의 가격을 절반으로 낮춘 이후라 타격이 컸다.

지난해 2월과 4월, 올해 8월에도 일본 정부는 고가 치료제에 대한 약가 인하를 강행했다. 올해부터는 고가 의약품의 인하 기전으로 비용효과성에 대한 평가 도구까지 활용하고 있다.

이에 일본 제약계는 반발하고 있다. 최근 키트루다 약가인하에 대해 일본MSD가 “키트루다 약가는 일본과 경제수준이 비슷한 국가와 비교해 저렴하다”며 “적응증 확대에 대한 임상 투자를 일본에 하는 것에 대해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 美 바이든 정부 ‘약가인하’, 국회 반대로 힘 잃어…제약사 반발 ‘성공’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약가 인하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화이자, MSD 등 대형 글로벌 제약사가 즐비한 미국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약으로 국가 보험인 메디케어의 보장성 확대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약가제도 개편을 동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정부에 의한 메디케어 약가 협상과 약가 독립검토위원회 설치, 독점의약품 가격 제한 등이 개편 방안으로 제시됐다.

특히 미 정부가 메디케어 가입자들을 약가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던 계획은 제약사 반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미국의 약가 설정은 제약사가 임의로 제시한 가격에서 보험사와 제약사가 환급률을 비밀계약에 의해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제약사는 예외조항을 통해 메디케어의 약가를 협상 없이 책정할 수 있었다.

바이든 정부는 이 예외조항을 삭제하고 직접 협상에 나서 약가를 추가적으로 인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미국 제약계는 “이 같은 접근방식으로 약가를 인하할 경우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를 줄일 것”이라며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위협하고 의료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반대 입장을 공개서한, 보도자료, 성명서 등으로 지속해서 표명했다.

그렇다면 제약사의 로비가 성공을 거뒀을까.

바이든 정부의 법안 개정 계획은 의회의 반대로 힘을 잃었다. 메디케어 협상 대상 약제를 상위 10개로 규정하는 등 제한적인 법안 만이 최근 통과된 것.

의회예산국은 이번 약가인하 조항으로 10년간 1,600억 달러(190조 원)의 예산 절감을 예상했다.

당초 바이든 정부의 약가인하 계획에 대해 의회예산국이 2023~2029년 4,500억 달러(535조 원) 규모의 절감액을 예상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결과는 제약계의 승리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현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약가인하 법안이 제약계에 미칠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나오고 있는 신약은 대상 환자가 좁은 대신 가격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공공건강보험을 운용하는 국가에서는 약가에 대한 고민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해외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