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적모임 제한·방역패스 확대 등…“생색내기에 불과”
1·2차 대유행 때도 강도 높은 방역…“현재는 오히려 느슨”
전문가, “보상금 확대 및 거리두기 강화…재택치료 조정도 시급”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까지 국내에 상륙하자 정부가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카드를 꺼냈지만 전문가들은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다’며 냉소적인 반응이다.

이 같은 방역 조치는 확진자가 1,000여명일 때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신규 감염자를 소폭 감소시킬 수는 있으나 위중증 환자 억제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영업시간 제한이나 집합 금지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금보다 강화하고 재택치료에 대한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오늘(6일)부터 감염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사적모임 인원규모를 조정한다고 밝혔다.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시행 후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시행되던 사적모임 제한은 기존 수도권 10인, 비수도권 12인에서 수도권 6인, 비수도권 8인으로 축소된다. 다만 영업시간 제한은 없다.

또한, 미접종자 전파 차단을 위해 현재 유흥시설 등에만 의무화됐던 방역패스도 식당ㆍ카페 등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로 확대하기로 했다. 단, 식당·카페의 경우 필수 이용시설 성격이 큰 점을 감안해 사적 모임 범위 내에서 미접종자 1명까지는 예외로 인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중대본은 청소년 유행 억제를 위해 방역패스의 예외 범위를 11세 이하로 조정해 12~18세도 방역패스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청소년에게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는 유예기간을 부여해 내년 2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 확진자 1천명일 때도 방역 수준 높았는데…“정부, 생색내기 불과”

문제는 확진자는 급증했는데 방역은 오히려 더 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많았던 1차 대유행 당시에는 정부가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등 국민 개개인이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지역 내 확산을 억제했다.

지난해 8월 2차 대유행 당시에도 교육부는 서울·경기·인천 지역 유치원과 초·중·고교 원격수업을 전면 실시하는 하는 등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차단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확진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12월 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하고, 식당,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운영 시간을 9시까지로 제한하기도 했다.

이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1일 확진자가 1,000명 이상 나오면서 3차 대유행이 정점을 찍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유지하고 5인 이상 모임 금지 및 카페에서 조차 포장과 배달만 허용하며 강도 높은 방역을 시행했다.

올해 7월에는 델타 변이 확산으로 잠시 주춤하던 신규 확진자가 다시 1,000명 이상 발생하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개편된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하며 방역의 고삐를 당겼다.

반면, 정부가 내놓은 이번 방역 조치는 앞서의 대응보다는 강도가 약한 편이다.

이달 들어 신규 확진자가 5,000명 안팎으로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적 모인 제한 인원을 수도권 6인, 비수도권 8인으로 오히려 이전의 조치보다 인원수를 늘렸으며 영업시간 제한이나 다중이용시설 집합 금지 등은 아예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이번 조치를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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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발 늦은 대책, 효과는 미미…“재택치료 아닌 재택방치”

전문가들은 이번 방역 대책이 국민에게 ‘위기 상황’이라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겠지만 정작 확진자 수 감소에는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6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이번 방역 조치 중 가장 큰 변화는 사적모임 규모를 10인에서 6인으로 제한했다는 점인데 고작 4인 줄이는데 그쳤다. 방역패스 확대 역시 소아청소년의 경우 내년 2월 적용된다”며 “당장 신규 확진자와 중증환자를 줄이고 병상을 회복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이맘 때 신규 확진자 1,200명대였을 때도 사적 모임 5인 이상 금지, 영업시간 제한, 집합 금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심지어 당시에는 요양기관 등의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집단 감염이 문제였다”며 “지금은 그때보다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4배 많은 데다 지역사회 소규모 중심으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오히려 방역은 느슨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경각심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이 정도 방역대책으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긴 어렵다”며 “중환자에게 감기치료만 하고 있는 것과 같은 꼴”이라고 일갈했다.

김 교수는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소상공인ㆍ자영업자에게 손실 보상금을 확대한 뒤 강력한 거리두기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가 자영업자 보상을 제대로 안 해주려다 보니 고삐를 조일 수가 없는 것”이라며 “보상은 확실하게 해주고 영업시간 제한 등 보다 강도 높은 거리두기를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같은 조치가 늦으면 늦을수록 실효성을 얻기 어렵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두고 정부가 손 놓고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위중증 환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의 재택치료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우주 교수는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한 싱가포르는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50세 이하 건강한 사람 중 백신을 접종한 자에 한해서 '홈케어'라는 것을 실시해 위험을 낮췄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70세 이하 확진자는 재택치료를 하기로 했다. 이 중에는 60세 이상 기저질환자도 포함됐는데 이들 대부분 중증으로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소 포화도가 94% 이하로 떨어지면 재택 치료자들을 입원 시키는데 이는 이미 폐렴이 심해져 상태가 중한 상황”라며 “이렇게까지 되어도 정작 병실이 없으니 입원을 못 시키는 등 사실상 ‘재택 방치’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연령 제한 없이 재택치료를 확대하면 중증 환자를 양산하고 가족 간 감염 전파를 확산할 위험이 생긴다”며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재택치료를 지금보다 협소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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