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내년초 확진자 500명 추산…예산 194억원이 전부
당초 2만명 분서 40만명으로 물량 확대…20배 이상 ‘급증’
다급해진 정부, ‘땜질식 처방’…최악 대비 전략 ‘부재’ 민낯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급변하는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준비 과정없이 무리하게 ‘단계적 일상 회복’을 추진하면서 감염 확산세를 부채질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 확진자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내년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구매 예산을 급하게 증액한 것도 전형적인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최악을 대비한 방역 전략이 사실상 부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2년도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구입 예산이 3,516억 원으로 확정됐다. 기존 정부안(417억 원)보다 3,099억 원이 증액된 것이다. 이 예산은 40만 4,000명 분의 경구용 치료제 구매에 모두 투입될 예정이다.

당초 정부는 내년 코로나19 치료제 구입 예산으로 417억 원(렘데시비르 189억 원, 렉키로나 33억 7,000만 원, 몰누피라비르 194억 4,000만 원)을 배정했었다. 이 중 경구용 치료제(몰누피라비르)에 책정한 예산은 194억 4,000만 원(2만명 분)이었다. 현재 확정된 내년 경구용 치료제 예산과 비교하면 무려 18배가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처럼 불과 수개월 만에 예산 간극이 크게 벌어진 배경에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확진자 발생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질병관리청이 내년 1분기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를 500명 수준으로 가정하고 예산을 편성했는데 이 예측이 완전히 빗나가면서 급하게 수정이 불가피했다는 것.

지난 7월 초부터 5달 동안 4차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매일 수천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방역 관리 대책을 얼마나 근시안적으로 준비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경구용 치료제 구매 계획을 좀 더 치밀하게 세울 수 있는 기회는 없었을까.

의료계는 전문가 의견에 귀를 열고, 합리적 기준을 마련했다면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서정숙 국회의원을 비롯해 의료계 여러 인사들이 이 문제를 지적하고, 수차례 우려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정부가 예측한 내년 1분기 물량으로는 2~3주도 버티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다만 정부가 뒤늦게라도 내년도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구매 예산을 대폭 늘리고, 올해 예비비를 활용해 10만명 분을 추가 구입하기로 한 결정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예산이 확보됐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상당하다. 정부가 구매를 추진하고 있는 머크(MSD)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게 되면 글로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물량 도입이 지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6월 미국은 12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여러 국가들이 수개월 전부터 머크와 구매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마디로 돈을 마련했다고 해서 필요할 때 당장 바로 살 수 있는 여건이 안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한 관계자는 “지금 나오고 있는 방역 대책을 보면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행하기 전 과연 충분한 검토와 준비를 했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최근 확진자가 5,000명 대를 넘나들고,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응급의료체계가 한계에 직면한 상태인데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태다.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가 현재 상황을 타개할 옵션 중 하나인데 정부가 계획대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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