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38곳 복리후생비 해부
한미, 임직원 복지 '최다' vs 신풍, 총액·1인당 모두 '최저'
“사람이 전부…글로벌 기업 도약 복지 정책부터 시작”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복리후생’은 구직자들에게 연봉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10곳 중 3곳은 복리후생비용 지출을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약바이오업계가 다른 산업군 대비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의 영향권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만큼 직원 복지를 외면했다는 지적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7일 <메디코파마뉴스>는 3분기 매출 상위 제약바이오기업 38곳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를 토대로 복리후생비 현황을 분석했다. 복리후생비를 공개하지 않았거나, 자회사는 집계에서 제외했다.

복리후생비는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 등의 보수를 제외하고, 근로자의 복지와 후생, 즉 부가급부(fringe benefits)를 위해 지불되는 경비를 말한다. 여기에는 특별상여, 주식배당, 유급휴가, 유급병가 등의 재정적 급부와 보험급여, 휴가시설이용, 유연한 업무스케줄, 여행 기회, 은행서비스, 훈련과 개발 등 비화폐적인 급부가 있다.

올 3분기까지 제약바이오기업 38개사가 들인 복리후생비는 총 1,878억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썼던 1,739억 원 대비 8% 가까이(138억 원) 늘어난 규모지만 사실상 일부 기업이 전체 평균을 높인 것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복리후생비로 가장 많은 비용을 지급한 곳은 한미약품이었다. 이 회사는 올해 3분기까지 총 251억 원의 복리후생비를 지원하면서 직원 한 명에게 돌아간 복지비만 1,000만 원을 웃돌았다. 243억 원을 지출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58% 증가한 규모다.

100억 원 이상 복리후생비를 사용한 기업은 3곳이었다. HK이노엔이 149억 원으로 뒤를 이었으며, 대웅제약이 108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00억 원을 지출한 정도가 전부였다.

50억 원 이상 쓴 회사는 종근당(83억 원), 광동제약(82억 원), 하나제약(82억 원), 동아에스티(79억 원), 일동제약(69억 원), 대원제약(60억 원), 보령제약(52억 원), 삼진제약(51억 원) 등 11곳에 달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각사 분기 보고서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자료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각사 분기 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제약바이오기업 10곳 중 3곳은 복리후생비 ‘축소’

작년보다 전체 복리후생비 지출이 줄어든 곳도 있었다. 전체 38곳 중 10곳은 직원 복지 규모를 줄였다. 제약바이오기업 3곳 중 1곳은 임금 등의 보수를 제외한 부가급부를 축소시킨 셈이다.

복리후생비가 가장 많이 감소한 기업은 명문제약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영업 방식을 외주 격인 CSO(영업대행)로 전환하면서 영업인력을 대폭 감축했다. 이에 따라 작년 3분기까지 54억 원의 복리후생비를 지출했던 명문제약은 올 들어 25억 원으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이어 안국약품(29억 원→19억 원, 32.28% ↓), 신풍제약(7억5,00만 원→5억6,000만 원, 24.61% ↓), 녹십자(19억 원→17억 원, 14.73% ↓), 대원제약(69억 원→60억 원, 12.80% ↓), 국제약품(21억 원→18억 원, 12.44% ↓), 종근당(91억 원→83억 원, 8.70% ↓), 일동제약(71억 원→69억 원, 2.16% ↓), 부광약품(16억 원→16억 원, 2.15% ↓), 광동제약(84억 원→82억 원, 1.50% ↓)이 복리후생비 지출을 축소했다.

≫ 전 직원 복지에 쓴 돈 ‘10억 원 미달’도 3곳 달해

올해 3분기까지 복리후생비 지출이 10억 원에 못 미치는 회사도 3곳이나 나왔다.

직원 복지에 가장 무심했던 곳은 신풍제약이었다. 이 회사가 올 3분기까지 전 직원에 대해 복리후생비로 쓴 돈은 5억6,000만 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지난해 같은 기간 7억 5,000만 원을 썼던 것과 비교하면 24.61% 쪼그라든 수치다.

바이오니아 역시 7억4,000만 원에 불과했으며, 동구바이오제약은 7억8,000만 원 수준이었다.

10억 원대 기업도 9곳에 달했다. 유유제약이 13억 원을 직원 복지에 사용했으며, 부광약품(16억 원), 영진약품(17억 원), 안국약품(19억 원) 등이 올 3분기까지 10억 원대 선에서 전 직원에 복리후생비를 지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 직원 한 명당 복리후생비, 절반 가까이 쪼그라 들어

직원 한 명에게 들이는 복리후생비를 작년보다 줄인 곳도 15곳에 달했다. 10곳 중 4곳은 직원 복지 규모를 줄인 셈이다.

1인당 복리후생비가 가장 많이 감소한 기업은 신풍제약이었다. 이 회사는 작년 3분기까지 직원 한 명에 대한 복지 비용을 95만 원으로 책정했지만 이는 올 들어 70만 원으로 26.67% 줄어들었다.

안국약품도 67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25.49% 감소했으며, 명문제약은 1,000만 원에서 800만 원으로 23.50% 쪼그라들었다.

이 외에도 SK바이오사이언스(300만 원→200만 원, 21.52% ↓), SK바이오팜(3,300만 원→3,000만 원, 8.11% ↓) 등이 복리후생비 지출을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최근 인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복리후생비 역시 여기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일부 기업들이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직원들의 복리후생비를 리베이트 자금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지적까지 나올 만큼 사람에 대한 투자에 인색한 현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사람이 전부’라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복지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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