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곳 중 2곳만 ‘합격점’…제약바이오기업 친환경 경영 ‘민낯’
CMG·삼성·일양·부광·셀트리온·씨젠 ‘바닥권’…갈길 먼 ESG 경영
ESG B등급 ‘보통’ 33곳…최하위 수준 C등급 34곳, D등급도 1곳
동아ST·일동·종근당·한미·삼성바이오 등 대형사 ESG ‘톱’ 싹쓸이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이다. 시장참여자 관점에서 보면 ESG는 투자 결정을 내릴 때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여기서 환경요소에는 기후변화 영향, 친환경 제품 등이 있으며, 사회책임에는 인적자원, 산업안전, 제품 안전성 등이 포함된다. 지배구조는 주주 권리나 감사제도 등에 의해 측정된다. 향후 ESG 공시가 기업의 가치를 매기는 주요 지표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보는 배경이다.

실제로 올해부터 자산 2조 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는 ESG의 일부인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이는 시간이 갈수록 범위가 더 확대될 예정으로 내년에는 자산 1조 원 이상 기업, 2024년에는 5천억 원 이상 기업, 2026년에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의무적으로 ESG를 공시해야 한다.

특히 최근 정부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코드 시행(기업에 대한 의사결정) 강화와 투자 결정 시 ESG 평가를 투자 전략에 확대 반영하도록 하면서 기업의 ESG 등급은 향후 중요한 투자지표로 활용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역시 ESG 평가 결과를 ‘KRX 사회책임투자지수(SRI)’ 종목구성에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ESG(기업의 비재무적 요소) 등급은 어느정도 수준일까.

<메디코파마뉴스>는 ESG 경영(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2021년 KCGS ESG 평가등급’을 적용해 제약바이오기업 90곳의 ESG 평가등급을 심층 해부했다.

우선 결과부터 보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ESG 등급이 ‘우수’하거나 ‘양호’한 곳은 10곳 중 2곳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제약바이오기업의 절반 가까이는 보통 이하 수준의 ‘취약’ 결과지를 받아든 것이다.

KCGS ESG 평가등급은 7등급(S, A+, A, B+, B, C, D)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S등급은 최우수 등급에 해당한다.

현재 국내 상장사 중에는 환경·사회·지배를 통합 평가했을 때 한 개의 기업도 S등급을 부여받지 못했다.

A+는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등급으로 전체 코스피 상장사에서는 11곳이 선정됐지만, 국내 제약사 중에는 통합등급으로 보면 단 한 곳도 없었다.

A는 우수, B+는 양호를 의미하는 등급이다. 통합등급에서 A등급을 받은 제약사는 10개사(11% 점유), B+는 12개사(13%)로 조사됐다.

B는 보통에 해당하는 등급으로 여기에 해당하는 제약사는 총 33개사(37%)로 집계됐다.

C와 D는 취약하거나 매우 취약한 상태를 나타내는 위험 단계로 평가할 수 있는데, C등급에 포함된 제약사는 34개사(38%)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D등급은 1개사(1%)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이번 본지 조사 대상에 포함된 90곳의 제약사 가운데 S등급과 A+등급을 받은 제약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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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2021년 제약바이오 ESG 등급 현황(자료 출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2021년 KCGS ESG 평가등급,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표=2021년 제약바이오 ESG 등급 현황 중 일부 캡처(자료 출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2021년 KCGS ESG 평가등급,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제약바이오업계, ESG 경영 ‘시동’…10곳 중 3곳 전년대비 평가등급 ‘상향’

작년 등급과 비교해 보면, 28곳 제약바이오기업의 ESG 등급이 상향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평가 결과가 워낙 부진했던 탔도 있었지만 상당수 제약바이오기업이 ESG 경영 체제로 본격 전환한 것을 수치로 확인한 셈이다.

다만, 7곳의 기업은 오히려 등급이 내려앉았고 등급 자체에 아예 변화가 없는 곳도 49곳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6곳은 신규로 평가 대상에 올랐지만 이 가운데 5곳은 C등급을 받으며 열악한 ESG 경영 상황을 그대로 노출했다.

기업별로 보면, B+ 또는 B에서 A로 상향된 곳은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에스티, 삼성바이오로직스, 에스티팜, 일동홀딩스, 종근당, 한독, 한미사이언스로 이들은 우수 기업군에 이름을 올렸다.

B 또는 C에서 B+로 상향된 곳은 경보제약, 녹십자홀딩스, 보령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 영진약품, 종근당바이오, 종근당홀딩스로 확인됐다.

C에서 B로 한 단계 올라온 곳은 국제약품, 대웅, 명문제약, 서흥, 에이치엘비, 이연제약, 지트리비엔티, 코미팜, 코오롱생명과학, 콜마비엔에이치, 크리스탈지노믹스, 휴젤로 집계됐다.

반면, JW생명과학, JW홀딩스, 대웅제약, 인트론바이오, 일양약품, 제넥신, 씨젠은 평가등급이 내려앉은 대표적인 기업들이었다.

≫ ‘우수’ 등급 이상 10곳 뿐…대형제약사, 상위권 ‘싹쓸이’

‘우수’에 해당하는 A등급 기업은 10곳에 불과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에스티, 삼성바이오로직스, 에스티팜, 일동제약, 일동홀딩스, 종근당, 한독,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등이 유일하게 합격점을 받은 곳들이었다.

이 가운데 한미약품과 일동제약은 2년 연속 A등급을 받아들면서 ESG 경영을 뿌리 내리고 있었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업계 처음으로 사회적 책임경영과 관련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으며 2017년부터는 CSR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한미약품의 사회적 책임 부문에 대한 등급을 A+로 평가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도 전년 대비 5.2% 절감했다. 용수 사용량 역시 4.9% 낮췄으며 R/O(재활용 용수)를 100% 다시 사용했다. 또 대기, 수질 오염물질 배출도 법적 기준치와 대비해 50% 이하를 달성하면서 내년도 환경부문 평가에서 상향된 등급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환경부문 등급이 B+였던 점을 감안하면 내년 평가는 업계 처음으로 통합 등급에서 A+를 바라볼 가능성을 높여놓은 셈이다.

일동제약은 제약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환경·사회·지배 부문에서 모두 A등급을 받은 기업 타이틀을 거머줬다. 이 회사는 UN SDGs(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협회의 회원사로 활동하면서 미세먼지 문제 개선에 참여하거나 캠페인용 마스크를 별도 제작하는 등 미세먼지 저감 활동에 동참했다. 이에 국제친환경인증인 GRP에서 엑설런트(AA+) 등급을 따내며 국제적으로도 친환경 우수 기업에 올라섰다.

지난해 B+등급에서 A등급으로 올라온 동아에스티도 사회적 책임 부문과 지배구조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이 회사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위해 이사회를 사외이사 과반으로 구성하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사외이사가 의장직을 수행하도록 했다.

사회적 책임 부문에서 A+를 받은 종근당은 매년 환경 정보를 공개하며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9년 업계 처음으로 ‘에너지 경영 시스템 국제 표준(ISO-50001)’ 인증을 획득하고 일반 자재부터 포장재까지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 마지막 합격점 B+ 클래스 탑승 기업 12곳…“친환경 경영 분발해야”

B+등급 ‘양호’에 해당하는 곳은 경보제약, 녹십자, 녹십자홀딩스, 보령제약,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영진약품, 종근당바이오, 종근당홀딩스, 케어젠, 한국콜마 등 12곳이었다.

다만 이들 기업의 경우 지배구조, 환경, 사회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 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다소 분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환경 부문에선 A등급이 전무 했는데 셀트리온의 경우 C등급에 해당하는 ‘취약’ 평가를 받았으며 셀트리온헬스케어는 D등급으로 낙제점을 맞았다.

반면, 사회적 책임에서는 경보제약, 보령제약, 영진약품, 유한양행, 종근당바이오, 종근당홀딩스, 한국콜마가 A등급으로 합격점을 받아들었다.

≫ B등급 ‘보통’ 33곳…“비재무적 리스크, 주주가치 훼손 여지 있어”

B등급 ‘보통’ 기업에는 JW생명과학, JW중외제약, JW홀딩스, 광동제약, 국제약품, 대웅, 대원제약, 동화약품, 메디포스트, 명문제약, 삼일제약, 삼진제약, 서흥, 신풍제약, 에이비엘바이오, 에이치엘비, 유나이티드, 유유제약, 이연제약, 제일파마홀딩스, 지트리비앤티, 코미팜, 크리스탈지노믹스, 파미셀, 하나제약, 한올바이오파마, 헬릭스미스, 현대약품, 환인제약, 휴온스, 휴젤 등 33곳이 지정됐다. 이들 기업은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위한 노력이 다소 필요하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평가다.

B등급을 받은 기업군에서는 대부분이 사회적 책임과 지배구조에서는 B 이상의 평가를 받았지만, 환경에서는 C와 D등급을 받은 곳이 33곳 중 31곳이나 됐다.

이 중 환경에서 D로 매우 취약하다고 평가받은 곳은 JW홀딩스, 국제약품, 대웅, 대원제약, 동화약품, 메디포스트, 명문제약, 삼일제약, 삼진제약, 신풍제약, 에이비엘바이오, 유유제약, 제일파마홀딩스, 지트리비엔티, 코미팜, 코오롱생명과학, 크리스탈지노믹스, 하나제약, 한올바이오파마, 헬릭스미스, 환인제약, 휴온스, 휴젤 등으로 나타났다.

≫ 업계 최하위 수준 C등급 34곳, D등급 1곳…“절대적 노력 시급 ”

ESG 경영이 ‘취약’ 또는 ‘미흡’하다고 평가되는 C등급에는 가장 많은 수인 34곳이 지정됐다. 

여기에는 CMG제약, 네이처셀, 녹십자셀, 대웅제약, 동국제약, 레고켐바이오, 메드팩토, 메디톡스, 메지온, 부광약품, 삼성제약, 삼천당제약, 셀리버리, 셀트리온제약, 안트로젠, 알테오젠, 에스티큐브,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에이프로젠제약, 엔케이맥스, 엘앤씨바이오, 오리엔트바이오, 오스코텍, 인트론바이오, 일성신약, 일양약품, 제넥신, 제일약품, 진원생명과학, 차바이오텍, 텔콘RF제약, 팜젠사이언스 등이 포함됐다.

C등급은 ESG 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절대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이 체계를 갖추지 못했을 경우 ESG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의 훼손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주목할 점은 진단키트 대표기업인 씨젠이 업계에서 유일하게 D등급을 맞아 평균치를 끌어내렸다는 점이다.

지난해 C등급이었던 이 회사는 올해 D등급으로 ESG 경영수준이 한 단계 더 내려 앉았다. 씨젠은 진단키트 수출 수혜로 지난해 매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11조2,522억 원의 매출을 올린 곳으로 영업이익만 6,762억 원에 달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관계자는 "D등급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ESG 경영 체제를 거의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향후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크다고 평가된 만큼 ESG 경영과 관련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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