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홀딩스 김은선 회장 이후 2~3세 여성 경영인 전면에 나서
한미·삼진·하나·동화·한국파마·신일 등 유리천장 깨기 ‘선봉장’
제약업계 “시대 흐름 따라 성별서 능력 중심으로 무게추 이동”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제약업계 오너 일가의 경영 풍토가 성별에서 능력 중심으로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주로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던 오너 일가가 딸에게도 경영 참여의 문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타 산업에 비해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던 제약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사들의 여성 채용률은 국내 전체 평균치를 한참 밑돌고 있다. 최근 <메디코파마뉴스>가 상장 기업 32곳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올해 반기 보고서의 임직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여성 채용률은 평균 30%에 불과했으며, 남녀 채용률 격차도 40%에 달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관련 기사: 제약바이오, 10명 중 3명만 여성…임금 격차도 최대 7,600만원]

이러한 상황에서 제약업계 오너 일가의 딸들이 경영 일선에 전면적으로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왼쪽부터) 보령홀딩스 김은선 회장, 한미약품 임주현 사장, 한국파마 박은희 대표이사
▲ (왼쪽부터) 보령홀딩스 김은선 회장, 한미약품 임주현 사장, 한국파마 박은희 대표이사

≫ 유리천장 깨기 ‘선봉장’…경영 최전선 배치되는 오너家 딸들

보령홀딩스 김은선 회장, 한미약품 임주현 사장, 신일제약 홍재현 대표이사 사장, 한국파마 박은희 대표이사, 삼아제약 허미애 대표이사, 하나제약 조예림 이사, 삼진제약 최지현 전무, 동화약품 윤현경 상무 등이 그 주인공이다.

오너의 딸이 경영 전면에 나선 대표적인 기업은 보령제약이다.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은 슬하에 아들 없이 딸만 넷이다. 보수적인 환경 속에서도 김 회장은 사위 대신 장녀인 김은선 씨를 경영에 참여시켰다.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은 1986년 보령제약에 입사해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00년 사장으로 승진했고, 2001년 보령제약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경영 일선에 나섰다.

2009년 경영권을 승계한 김은선 회장은 지난 2018년 12월까지 대표이사를 지내며 보령제약을 제약업계 10위권으로 올려놓았으며, 포브스 아시아 파워 여성 기업인 30인 중 한 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미약품 임주현 사장은 지난해 12월 임종훈 부사장과 함께 승진하며 경영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미약품 창업주 故 임성기 회장의 장녀인 임주현 사장은 1974년생으로 미국 스미스 칼리지 음악과를 졸업한 후 2007년 한미약품 인재개발팀(HRD) 팀장으로 입사해 글로벌 전략과 인적자원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임 사장은 인사와 글로벌 사업 전략 등 핵심 부서에서 업무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평이다. 일각에서는 故 임성기 회장이 두 아들보다 임 사장을 신뢰했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내부 평가도 좋았다는 후문이다.

신일제약도 일찌감치 오너 일가의 딸이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회사 창업주 홍성소 회장은 슬하에 아들 없이 딸만 넷을 두고 있다. 홍 회장은 일찌감치 장녀 홍재현 대표이사 사장을 경영승계의 적임자로 키웠다.

동덕여대 약학과를 졸업, 2000년 신일제약에 입사해 전무이사를 역임한 바 있는 홍 대표는 지난 2019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홍재현 사장 취임으로 신일제약은 전문경영인에서 오너경영체제로 전환됐는데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소폭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홍 사장 취임 전인 2018년 대비 2020년 매출액은 15.32% 늘어났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13.28%, 32.03% 상승했다. 전문의약품 부문의 매출 증대가 실적 개선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파마 박은희 사장(1966년생)도 창업주인 박재돈 회장의 딸로 오너 2세 경영인이다.

박 회장은 슬하에 2남 2녀를 두고 있는데 이 중 장녀인 박은희 사장만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 1997년 입사 후 경영수업을 받아왔으며 미국 CPA(회계사)와 서강대 MBA(경영학) 과정을 수학했다.

오너 3세 삼아제약 허미애 대표는 창업주 허익 명예회장의 딸로 해외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1975년생인 허 대표는 컬럼비아대학교 버나드 경제학과 및 국제대학원 석사 출신으로, 지난 2005년 삼아제약에 입사해 2010년 이사로 선임됐다.

≫ 남성 중심의 제약업계, ‘능력 인사’로 무게추 이동 중

마취제와 마약성진통제를 주력으로 하는 하나제약의 조예림 이사는 창업주 조경일 명예회장의 차녀다.

1979년생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대학교를 졸업하고 2002년 하나제약 마케팅부에 입사했다. 이후 개발부서, 글로벌사업팀 등으로 자리를 옮기며 제품 수출 등에 관여해왔다.

회사 내부에서는 지난 2013년 독일 바이오벤처 파이온으로부터 전신마취제 신약인 레미마졸람을 기술 도입하는데 조 이사의 역할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진제약 공동 창업주 최승주 회장의 장녀인 최지현 전무는 지난 2009년 회사에 입사해 2015년 이사, 2017년 상무를 거쳐 2019년 전무로 승진했다.

1974년생인 최 전무는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과 홍대건축도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삼진제약 입사 이후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과거와 달리 오너가 딸들의 경영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여성 평사원들이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여성 채용률 향상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당수 제약사들이 사내 문화를 정비하면서 여성들이 경력 단절 없이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며 “그동안 제약사들이 남성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여성들의 장점이 이제서 제대로 드러나고 있다. 성별 차별보다는 능력에 따른 인사 이동으로 무게추가 이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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