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난 9월 “청소년 접종 실익 글쎄”…사실상 '백신 선택권’ 인정
두 달 만에 입장 ‘번복’…정작 ‘청소년 위험 분석 연구 결과’는 없어
전문가, “굳이 서둘러야 했나…안전성 데이터 확보 후 발표했어야”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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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병실 대란이 현실화되자 정부가 방역패스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를 반대하는 글로 도배됐으며, 학부모를 중심으로 반대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헌법소원까지 제기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열어 소아청소년의 접종 편익 분석 연구를 서둘러 진행하고 백신접종의 안전성과 피해보상에 대한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지난 3일 청소년 유행 억제를 위해 방역패스의 예외 범위를 11세 이하로 조정하고 12~18세에도 방역패스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청소년에게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는 유예기간을 부여해 내년 2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학원이나 도서관, 독서실, 태권도장ㆍ수영장 등을 이용하려면 백신을 반드시 맞아야 한다. 대다수 학부모와 학생들이 방역패스 확대 적용을 ‘접종 의무화’로 인식하는 이유다.

상당수 학생과 학부모들은 사실상 접종을 강요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청소년 방역패스 확대 발표 1주일…학부모들 거센 반발 ‘후폭풍’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2월 3일 이후 1주일 만에 방역패스 반대 청원글이 50건이나 게재됐다. 정부 발표 당일 2건에 불과했던 방역패스 반대 청원은 12월 6일 하루에만 16건의 글이 올라왔으며, 이튿날인 7일에도 11건의 글이 쏟아져 나온 것.

이 중 12월 6일 올라온 ‘아이들까지 백신 강요 하지 마세요!’라는 청원글의 경우 불과 4일 만에 12만8,380명이 동의를 얻으면서 방역패스 확대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 심각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급기야 방역패스가 위헌이라며 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국민 452명이 헌법소원 심판까지 청구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양 모군 등 청구인 약 40여 명은 지난 10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백신패스 헌법소원 기자회견을 열고 “델타 변이 감염 시 접종자도 미접종자와 같은 수준의 전파력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종 미완료자의 일상을 더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자의적인 차별로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학부모 단체도 곳곳에서 방역패스 확대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고, 한국교총과 전교조 등 교원단체도 방역패스 반대 입장을 밝혔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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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달 전만 해도 ‘자율에 맡긴다’고 해놓고…정부, 논란 ‘자초’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정부가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지난 9월 27일 12~17세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은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코로나19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12~17세에 백신 접종을 권고하면서도 “당뇨·비만 등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12~17세 소아청소년의 경우 순편익의 크기가 성인이나 고위험 소아청소년에 비해 작기 때문에 코로나19 예방접종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검토한 후 접종 여부를 결정할 것을 권고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당시에만 해도 사실상 ‘백신 선택권’을 더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발표를 한지 두 달 만에, 정부는 방역패스를 소아청소년까지 확대하기로 하면서 결국 ‘백신 접종 의무화’로 말을 바꿨다.

문제는 정부가 이렇게 입장을 번복하면서도 소아청소년에 대한 구체적인‘위험 분석 연구’는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홍정익 중앙방역대책본부 접종관리팀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12~17세에 대한 접종 편익 분석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자문을 공유한 정도로 이뤄진 것으로, 공개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13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질병청은 지난 9월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연구한 결과 청소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득은 감염 위험보다 크지 않아 학부모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해놓고 두 달 만에 말을 번복했다”며 “번복에 대한 공식적인 이유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접종을 강제화한 것이라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은 당연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소아청소년의 방역패스는 내년 2월에 적용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굳이 지금 서둘러 발표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된 절차를 밟고 학부모와의 소통을 통해 원활히 해결했어야 했다”며 “객관적으로 백신접종에 대한 편익 분석 결과가 없다보니 학부모에게 알리는 과정이 생략되면서 더 어려운 상황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교수는 소아청소년의 백신 접종에 반발하는 학부모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백신의 안전성과 보상의 범위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질병청은 지금이라도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열어 12~17세 백신접종 편익 분석을 하고 그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며 “최근 10대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했던 만큼 편익 분석을 하면 백신 접종이 코로나19 감염 보다 이득이 크다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인은 본인이 백신의 위험성과 안전성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지만 청소년은 부모의 판단이 중요하다. 문제는 백신을 접종했던 고3 학생 중 여러명이 급성 심근염 진단을 받거나 사망하기까지 했다”며 “백신 접종 이득이 크다는 말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실제 안전성과 피해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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