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각인 효과…입맛만 다시는 국내사
식약처, 대체품목 권고했지만 효과 無…구매 쏠림 해소 ‘글쎄’
실익 크지 않은 해열제 시장…국내사, 정중동 행보 지속할 듯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백신 3차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아세트아미노펜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같은 성분의 토종 제품들은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올 초 정부가 백신 접종 후 발열 부작용 관리의 대안으로 특정 상품명을 언급했던 여파가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각인 효과를 등에 업은 타이레놀의 독주 체제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타이레놀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가 펜데믹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에 사활을 걸자 상비약 차원의 구매 행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동일 성분의 토종 품목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타이레놀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자 권고한 18개사 22개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매출 실적은 미미하다는 뜻이다. 정부의 권고 품목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꾸준하게 대중 광고를 진행하며 소비자 인지도를 쌓아 왔던 제품들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타이레놀 상품명 언급으로 품귀 현상을 야기한 방역당국이 이를 수습하기 위해 내놓은 아세트아미노펜 수급 안정화 정책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타이레놀 품귀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민들 사이에서 타이레놀 각인 효과가 워낙 뚜렷하게 남아 있어 복약 상담과 판매를 담당하는 약국의 전방위적인 노력도 통하지 않고 있어서다.

관련 직능 단체인 대한약사회는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고 전국 약국에 배포하면서 대국민 인식 개선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약국가는 수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자 오히려 타이레놀을 더 찾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희소가치가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반드시 타이레놀을 구매해야 만족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

서울 지역 A 약국장은 “인지도가 높은 일반의약품은 소비자들에게 한 번 각인되면 약사들이 아무리 설명해도 다른 대체품으로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역 당국이 매일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아세트아미노펜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면 약국의 노력과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이라며 “타이레놀 수요가 급증한 것도 결국 정부의 입을 통해서 벌어진 일인 만큼 실수를 현장에 미루지 말고 결자해지하는 자세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와 약국가는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수요 분산을 위해 나름 골몰하고 있지만 정작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를 보유한 국내 제조사는 판매 확대를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팬데믹에 따른 수혜를 사실상 한국얀센(타이레놀 수입사) 한 곳이 독점하고 있는 데다 이미 70여개에 달하는 동일 성분 제품이 존재하는 현 시장 상황에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국내 제조사 상당수는 제품 인지도를 끌어 올리기 위한 영업·마케팅 강화가 투자 대비 실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쟁에서 이긴다 해도 어차피 시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A 제약사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유명 해열제 업체들이 톱 모델을 기용하고 대중 광고를 공격적으로 진행했지만 투자 대비 결과가 좋지 못했다”며 “제품 인지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영업·마케팅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데 국내 시장 규모나 성장세가 이를 감당할 정도로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수요가 늘기는 했지만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리딩 품목의 입지가 워낙 확고한 만큼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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