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증화율 1.6% 예상했지만 실제 2~2.5%…‘오판 인정’
중증화율 0.2%↑=병상 가동률 20%↑…증가치 최대 100배
병상 확대 ‘역부족’…“3차 접종 확대 및 재택치료 재정비 시급”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코로나19 환자의 중증화율이 1% 늘어날수록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평균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본지 분석 결과 확인됐다. 델타 변이가 본격적으로 확산을 시작한 지난 7월 7일 중증화율이 1%였을 때 중환자 병상 사용률은 26%에 불과했으나, 중증화율이 2.1%까지 치솟았던 10월 26일에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42%까지 급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환자 병상 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고령층을 대상으로 3차 접종을 독려하고 재택치료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단계적 일상회복을 하는 과정에서 중증화율 예측에 오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손 반장은 “당초 중증화율 1.6% 정도를 가정해 병상을 확보해 놓은 상태였다”며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중환자 병상은 약 3배 정도,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 역시 3배 정도 확충한 규모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7,000명 정도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중증화율이 당초 가정했던 1.6%보다 높은 2~2.5% 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전체 확진자 규모 대비 중증환자의 발생률이 높고 중환자실 가동률 역시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증화율은 전체 확진자 중 위중증으로 악화되는 환자 비율로, 중환자와 사망자 발생 비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오판을 인정한 중증화율이 1% 차이가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16일 <메디코파마뉴스>는 코로나19 발생 현황과 중환자 병상 현황을 토대로 위중증 환자수와 중환자 병상 가동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봤다.

≫ 늘어나는 중환자, ‘못따라가는’ 병상…"치료 못 받는 상황 올수도"

본지 분석 결과, 중증화율이 1% 늘어날수록 중환자 병상 사용률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던 지난 7월 7일 신규 확진자는 1,212명이 발생했다. 이날 위중증 환자는 11명, 사망자는 1명이었으며,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155명이었다. 이에 중증화율은 1% 수준이었다.

당시 중환자수 병상 가동률은 26.42% 수준에 머물렀다. 795병상 중 210병상만 사용해 비교적 중환자 치료에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단계적 일상회복을 하기 직전인 10월 26일부터 상황이 급격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당시 신규 확진자는 1,266명으로 7월 7일 대비 54명 증가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각각 12명, 15명으로 늘어남에 따라 중증화율은 2.1%까지 치솟았다.

당시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가 334명에 달할 정도였는데 이는 고스란히 중환자 병상 가동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총 1,070병상 중 450병상을 사용하면서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42.06%까지 치솟았다. 이마저도 전체 병상 수가 늘어난 덕에 그나마 가동률 수치가 7월 7일 대비 2배를 넘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하자마자 신규 확진자가 폭증함에 따라, 정부는 결국 시행 5일 만인 11월 5일 민간 의료기관에 병상 동원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튿날인 11월 6일 신규 확진자는 2,248명 발생했으며,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각각 29명, 20명 발생하면서 중증화율은 2.2%까지 올라갔다.

당시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411명이었는데 이는 10월 26일과 비교했을 때 77명이 늘어난 규모였다.

그렇다면 병상 가동률은 어땠을까. 이날 병상 가동률은 49.15%로 확보된 병상의 절반 가까이 사용하고 있었다.

문제는 불과 열흘 만에 병상이 51개 늘어나는 동안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77명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중환자의 증가 속도가 확보 중인 병상 수를 순식간에 압도하면서 추후 중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11월 26일은 중증화율 뿐만 아니라 병상가동률도 최고점을 찍었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2,699명이 발생했는데 이 중 위중증 환자가 34명, 사망자는 30명이었다.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549명까지 늘어났다.

이에 따라 병상 가동률도 69.31%까지 치솟았다. 1,134병상 중 786병상을 사용한 것이다. 20일 동안 중증화율이 0.2% 오르는 동안 병상 가동률은 20% 이상 급증한 것. 중증화율과 병상 가동률 간 비례치가 100배에 달한 셈이다.

그러나 이 기록은 금새 갈아 치워졌다. 11월 30일 신규 확진자는 3,032명으로 늘어났으며 중증화율은 2.5%까지 급상승했다. 이 가운데 위중증 환자만 32명, 사망자도 44명에 달했다.

무엇보다 병상 가동률이 80%에 육박했다. 1,154병상 중 906병상을 사용해 사실상 병상 대란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나흘 전인 11월 26일과 비교해 병상은 20개를 추가 확보하는 데 그쳤지만 입원 중환자는 120명이 늘어난 것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의료자원은 ‘유한’, 중환자는 ‘무한’…내몰리는 중증 환자들

문제는 의료자원은 유한한데 중환자 발생은 무한대라는 점이다.

병상과 인력 등 의료자원은 유한하다.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중환자 발생을 의료체계 한계치 이내로 관리해야 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춘 격리 병상에서 전문 인력의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한 달에서 두 달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마냥 병상을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1% 가량 늘릴 경우 非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의 10% 이상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병상만 늘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중환자를 돌볼 전문인력과 의료장비가 필요한데 이를 제때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년 동안 지속된 코로나 사태로 한계에 봉착한 의료진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코로나19 중환자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령층 중심으로 3차 접종을 늘리고 재택치료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최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신규 확진자 중 상당수는 돌파감염된 60대 이상인데 이 중 많은 수가 위중증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고령층 중심으로 3차 접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병상 부족으로 재택치료 환자가 늘어나면서 제때 관리받지 못한 고위험군이 위중증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산소 포화도가 94% 이하로 떨어지면 재택 치료자들을 입원 시키는데 이는 이미 폐렴이 심해져 상태가 중한 상황이다. 이렇게까지 되어도 정작 병실이 없으니 입원을 못 시키는 등 사실상 ‘재택 방치’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연령을 제한하지 않고 재택치료를 확대하면 중증 환자를 양산하고 가족 간 감염 전파를 확산시킬 위험이 커진다”며 “앞으로의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재택치료를 지금보다 협소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