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 대비 효과 좋지만…트립탄 대비 효과 ‘열등’
트립탄, 심혈관계 환자 금기…약가 반영 어려워
신규 기전 약물 급여 진입…“가치 인정 쉽지 않을 듯”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편두통 치료제가 CGRP 계열의 등장으로 옵션이 다양해지고 있다. 만성 편두통에 이어 급성 편두통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급성 편두통의 새로운 치료 옵션은 게판트 계열로 불리는 CGRP 길항제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게판트 계열의 급성 편두통 치료제에는 애브비의 우브렐비(성분명 우브로게판트)와 바이오헤이븐의 너텍ODT(성분명 리메게판트)가 있다.

다만 아직 국내에 도입된 게판트 계열의 편두통 치료제는 없다. 우브렐비는 한국인 임상이 없어 당장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너텍ODT의 경우 글로벌 임상(1,430명 대상)에 한국인을 180명 포함시킨 바 있다.

너텍ODT의 한국인 대상 임상은 최근 종료됐으며 결과 도출 과정에 있다. 결과가 나오는대로 국내 허가신청도 가능하다.

문제는 국민건강보험 급여권 진입이다. 앞서 국내에 만성 편두통 치료제로 도입된 CGRP 계열의 편두통 치료제도 가격 탓에 여전히 급여권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게판트 계열의 급성 편두통 치료제는 만성 편두통 치료제보다 국내 보험 급여 등재에 더 큰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최근 미국의사협회 저널인 JAMA 네트워크 오픈에는 게판트(gepant) 계열과 기존 급성 편두통 치료제를 메타 분석한 논문이 게재됐다.

(논문 링크: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networkopen/fullarticle/2784777)

4만6,442명을 대상으로 64개의 무작위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트립탄(triptan) 계열의 기존 표준 치료제가 새로운 기전의 편두통 치료제들보다 우월한 결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투여 2시간 후 통증이 사라지거나 완화된 비율에서 새로운 기전, 즉 게판트 계열의 치료제들은 위약보다는 뛰어난 결과를 얻었지만, 기존 표준 치료요법인 트립탄군보다 열등한 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트립탄 계열 치료제의 경우 마약성 진통제인 데다 혈관 수축 부작용과 같은 한계점을 갖고 있다. 심혈관계 질환 위험에 노출된 환자 등에게 처방하기 어려운 것.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모든 트립탄 계열의 치료제들은 CGRP 유사체 길항제에 비해 부작용 위험이 높았다”며 “이들 새로운 기전의 약물(게판트 계열 치료제)은 급성 편투통 치료 옵션을 풍부하게 하고 향정신성 의약품의 중독 위험을 줄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게판트 계열의 치료제가 트립탄 계열의 약물과 비교해 효과는 떨어지지만, 혈관을 수축시키지 않는 장점으로 인해 심혈관계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쉽게 투여할 수 있는 혜택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다만 문제는 약가에 있다. 트립탄 계열의 급성 편두통 치료제는 국내에서 1정에 2,000~4,000원 대에 형성돼 있다.

게판트 계열 치료제가 국내에서 급여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트립탄과의 경제성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트립탄 대비 높은 약가를 받기 위해서는 우월한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결과만으론 오히려 효과가 떨어지는 상황인 것.

제약업계 관계자는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래 전 개발된 치료제와 약가 비교를 할 경우 경제성평가를 통과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 최근 항생제 등에 대해서는 경제성평가를 면제하는 방법이 마련됐지만, 뇌전증 등 신경계 치료제 분야에서는 여전히 급여권 진입이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특정 환자군에게 필요한 치료 옵션으로 새로운 기전의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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