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2021년 3분기 제약바이오 판관비 지급수수료 해부
제약바이오 5곳 중 4곳 수수료 확대…우회적 영업 지원 늘어
한미·녹십자·대웅·제일 등 계열사와 ‘맞손’…중소사는 ‘아웃소싱’

▲ 자료 출처=각사 2021년 3분기 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자료 출처=각사 2021년 3분기 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우리나라 제약사들은 외주를 주는 방식에서도 기업별로 차이를 드러냈다. 대형 제약사들은 주로 계열사에 용역료를 주고 있던 반면, 중소제약사들은 보통 CSO(영업대행)를 이용하는 데 돈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메디코파마뉴스>는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5개사의 2021년 3분기 보고서를 통해 회사별 지급수수료 지출 현황을 분석했다.

지급수수료는 용역에 대한 대가로, 일종의 외주비 정도로 볼 수 있다. 대체로 코프로모션 상품이나 판권에 대한 수수료, 도급 및 영업대행 위탁, 지적재산권, 법률 자문 등에 대한 수수료를 집계하는 게 일반적이다. 영업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판촉비보다는 우회적인 수수료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단 기업들이 지출한 지급수수료는 올 들어 대체로 늘어난 모습이었다. 55곳 중 44곳의 제약바이오기업들에서 관련 비용을 늘린 반면, 지출이 줄어든 곳은 11곳에 불과했다. 5곳 중 4곳은 지급수수료 지출을 늘린 셈이다.

지급수수료는 전체 규모 면에서도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21.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는 1,650억 원 늘어난 수준이었다. 특히 3분기 들어 총 665억 원이 증가하면서 영업 지원을 위한 수수료 지출이 급증한 모습이었다. 외부에 지급한 용역 등 부대비용 지출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5개사 지급수수료 현황> 전체 표 내려받기는 최하단에 박스를 클릭해주세요.

▲ 자료 출처=국내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5개사 2021년 3분기 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자료 출처=국내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5개사 2021년 3분기 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아웃소싱도 천차만별…대형 제약사, 계열사와 ‘맞손’

제약사들은 외주를 주는 방식에서도 규모별로 차이를 드러냈다.

제약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지주사들은 대체로 자회사인 제약사를 통해 기술수출이나 특허권 및 상표권 등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업무대행 수수료를 받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한미약품은 최대주주인 한미사이언스와 지적재산 계약에 따라 일정 수수료를 지불하는 등 올해만 지주사에 215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웅제약도 올해 지주사인 대웅에게 용역 서비스비로 251억 원을 사용하는 등 계열사로 총 526억 원의 외주비를 사용했다.

녹십자는 녹십자홀딩스로 62억 원의 지급수수료를 송금했다. 제일약품도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에 34억 원, 영업 대행을 맡고 있는 제일앤파트너스로 170억 원을 지급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사 관리에 들어가는 실비를 계열사에 몰아주고 있었다. 경비업체인 에스원으로 133억 원, 삼성전자 49억 원을 포함해 계열사로만 총 247억 원의 수수료를 지불했다.

셀트리온은 상표권(Trademark/Brand)과 관련한 브랜드 사용료로 셀트리온홀딩스에게 매 분기별 로얄티를 지급했다.

유한양행은 얀센바이오테크 및 베링거인겔하임으로 기술 이전한 수익에 대해 원천기술을 공동개발한 오스코텍과 제노스코, 제넥신에 수수료 비용을 각각 지급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잘 잡은 협력사, ‘늘어난’ 매출…중소 제약사, 외부 영업대행 ‘재미’

대형 제약사와 달리 CSO에 판매대행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동구바이오제약, 대원제약, 셀트리온제약, 알리코제약, 팜젠사이언스, 한올바이오파마, 명문제약, 유니온제약, 동성제약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대부분 중소 규모의 제약사다.

CSO 효과를 제대로 누린 곳은 셀트리온제약이었다. 이 회사는 한국메딕스에 일부 의약품에 대한 유통을 맡겨왔다. 한국메딕스와 협력을 시작한 2016년 이후 간질환 치료제 ‘고덱스’는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실제로 2015년 266억 원에 불과하던 고덱스 매출은 지난해 657억 원으로 2배 넘게 성장했다. 이에 총 지급수수료 역시 같은 기간 22억 원에서 지난해 150억 원으로 7배 가량 증가했다. 올해는 3분기 현재 141억 원이 지급된 상태다.

동구바이오제약도 회사의 실적을 가르는 핵심이 영업에 있다고 보고 외주 영업 체제인 CSO 등을 통해 영업망을 확대함으로써 외형 성장을 꾀했다. 이 회사는 올 3분기에만 매출이 14%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26%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명문제약은 지난해 7월 CSO 영업본부를 신설했다. 당시 영업 직원 260여 명 중 80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구조조정하고 외주 영업대행 체제로 전면 탈바꿈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522명이던 이 회사의 직원 수는 1년 만에 315명으로 40%의 인원이 감축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게 CSO를 전격 도입한 명문제약은 올 3분기까지 수수료 비용이 지난해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246억 원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외부 영업 수수료가 늘어난 대신 인건비와 관련한 비용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이 회사의 수익구조가 개선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까지 199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던 명문제약은 올 같은 기간 21억 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 제약바이오 5곳 중 4곳 수수료 확대…우회적 영업 지원 늘어

올 들어 지급수수료를 가장 큰 폭으로 올린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이 회사는 올해 3분기까지 408억 원을 관련 비용으로 집행하며 외부 협력에 따른 수수료를 작년보다 286억500만 원(전년 대비 234.1%↑) 늘렸다.

이어 명문제약(전년 대비 지급수수료 증감액 219억 원, 789.81%↑), 씨젠(127억 원, 207.81%↑), 셀트리온(110억 원, 48.52%↑), 광동제약(52억 원, 12.19%↑), JW중외제약(99억 원, 59.07%↑), 안국약품(83억 원, 35.39%↑), 한미약품(82억 원, 14.63%↑), 휴온스(82억 원, 45.88%↑), 동구바이오제약(75억 원, 22.31%↑), 하나제약(70억 원, 307.79%↑), 휴젤(67억 원, 66.17%↑), 경보제약(61억 원, 129.44%↑), 광동제약(52억 원, 12.19%↑), 알리코제약(50억 원, 11.61%↑) 등이 지난해보다 50억 원 이상 수수료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로 나가는 수수료가 올 들어 감소한 곳도 있었다. 대웅제약과의 소송비가 줄어든 메디톡스는 지난해보다 절반에 가까운 119억 원의 관련 비용이 절감됐다.

이 외에도 일동제약(전년 대비 지급수수료 증감액 -17억 원, 6.16%↓), 영진약품(-15억 원, 16.13%↓), 한독(-8억 원, 4.96%↓) 등이 올 들어 지급수수료를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지급수수료 지출 규모로 보면, 대웅제약(951억 원), 한미약품(644억 원), 광동제약(483억 원), 알리코제약(482억 원), GC녹십자(435억 원), 동구바이오제약(412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408억 원), 셀트리온(335억 원), 안국약품 (317억 원), 일양약품(280억 원), JW중외제약(266억 원), 일동제약(264억 원), 휴온스(261억 원), 제일약품(259억 원), 명문제약(246억 원), 유한양행(238억 원), 동아에스티(224억 원), 종근당(216억 원), 팜젠사이언스(214억 원) 순으로 관련 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