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가족친화인증기업 4,918곳 중 제약기업 36곳이 전부
유연근무제·휴가제도 및 사내 어린이집 등…‘소수의 전유물’
여전히 ‘보수적인’ 제약바이오업계, 일과 가정 양립 ‘외면’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최근 수년 동안 전 산업계에 걸쳐 일과 가정의 양립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문화가 자리 잡고 있지만 제약업계는 사실상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가족부에서 인증하는 가족친화인증기업에 제약회사의 비중은 0.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22일 <메디코파마뉴스>는 여성가족부 가족친화인증기업 현황을 들여다 봤다.

분석 결과, 2008년부터 현재까지 가족친화인증기업으로 인증 받은 기업 4,918곳 중 제조업으로 분류된 제약기업은 36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증 기업 가운데 0.1% 수준인 셈이다.

그동안 높은 업무 강도와 보수적인 기업문화로 유명했던 제약바이오업계가 직원 복지 혜택을 확대해 가족 친화적인 기업 문화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과는 정반대되는 모습이다.

‘가족친화인증기업’은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따라, 자녀출산 및 양육지원, 유연근무제도, 가족친화 직장문화 조성 등을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에 대해 심사를 통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평가 항목은 가족친화제도 운영 실적, 임직원 만족도, 최고 경영진의 관심과 의지 등이다.

그렇다면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받은 제약바이오기업은 어디일까.

대웅제약은 지난 2008년 제약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가족친화기업 타이틀을 달았다. 이어 2011년 한독, 2014년 메타바이오메드가 그 뒤를 따랐다.

2015년에는 3곳의 기업이 인증응 통과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유유제약, 휴온스였다. 이듬해 2016년에는 동화약품, 알리코제약, 피씨엘이 가족친화기업이 됐다.

2017년에는 가장 많은 기업이 인증 리스트에 올랐다. ▲그린제약 ▲극동에치팜 ▲녹십자셀 ▲단정바이오 ▲대원제약 ▲메디포스트 ▲영진약품 ▲케이제이메디텍 등 8곳이다.

이듬해 2018년에는 국제약품, 유영제약, 젠큐릭스, 큐롬바이오사이언스, 한미약품 등 총 5곳이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받았으며, 2019년에는 일화, 조아제약, 휴메딕스 등 3곳이 가족친화기업인증을 통과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도 동아에스티와 비씨월드제약, 엔젠바이오, 휴젤이 가족친화기업이 됐으며, 올해는 경보제약, 더유제약, 에스티팜, 유한양행, 종근당, 한국콜마, 한림제약 등 7곳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제약바이오업계는 ‘보수적’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이른바 ‘워라밸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유연근무제(탄력근무제) 도입이나 단체 연차 및 리프레쉬 휴가제도 실시, 연차 사용 활성화 등 직원들의 휴식권을 보장했으며, 사내 어린이집 개원 등 워킹맘을 비롯한 여성을 위한 사내 복지를 늘려 일과 가정의 양립을 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소수에 불과한 36곳이 전부였다. 업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가족친화사업에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인 것.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기업들이 가족친화 정책을 도입하고 있지만 실제 직원들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며 “삶의 질을 높이는 워라밸 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만큼 추후 인증받는 기업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받으면 정부와 지자체, 금융기관에서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며 “다만, 일부 기업에서는 가족친화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가부 인증 제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신청을 안하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