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정부 제약바이오 수출 통계-각사 3분기 보고서 비교
바이오헬스, 또 수출액 경신…알고보면 ‘코로나 수혜 기업' 효과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30곳 절반 이상 전년대비 수출액 ‘감소’
30개사 평균 증감률 57.4%…SK바사·동화 제외하면 3.4%로 ‘뚝’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올 들어 우리나라 의약품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정부 통계에 허점이 드러났다. 특정 품목을 보유한 일부 기업에서만 수출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제약바이오업계 전체 평균을 끌어 올린 ‘착시현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이 발표한 2021년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1~9월)까지 바이오헬스(의약품·의료기기 등) 분야 누적 수출액은 103억8,300만 달러(한화 약 12조3,765억3,600만 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5억400만 달러(약 11조3,287억6,800만 원) 대비 9.25% 늘어난 수치다.

의약품만 별도로 따져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수출액은 60억4,100만 달러(약 7조2,008억7,200만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9.81% 증가했다.

그러나, 이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숨은 일인치’가 존재한다.

<메디코파마뉴스>가 지난해와 올해 3분기까지 분기보고서를 낸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수출 실적을 들여다 본 결과, 상당수 회사들은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저도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제약사, 즉 수출 실적이 이미 높은 대형 제약기업 30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내 전통 제약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처참한 수준인 것이다.

실제로 올 3분기 매출 400억 원 이상의 제약바이오사 30곳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2020년 및 2021년 분기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상장 제약사 2곳 중 1곳은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바이오시밀러와 진단키트 생산 업체 등 극히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국내 전통 제약사들은 코로나19 대유행과 저가의 중국산 원료의약품 공세 앞에 해외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한 셈이다.

 

▲ 자료 출처=400억 원 이상 제약바이오기업 30곳 2020년 및 2021년 3분기 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자료 출처=400억 원 이상 제약바이오기업 30곳 2020년 및 2021년 3분기 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의약품 수출액 경신했다는데…전통 제약사 일제히 ‘하락’

수출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기업은 영진약품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62억 원에 달하는 수출액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228억 원으로 반토막났다.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으로 주력 품목인 세파계 항생제와 원료 수출이 감소한 데다 중국에 수출하는 항생제 중간체의 현지 등록이 지연되면서 신시장사업부의 매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제일약품도 사정은 비슷했다. 작년 236억 원에 달하던 이 회사의 수출액은 137억 원으로 41.9% 쪼그라 들었다. 광범위 항생제인 ‘크라비트주’의 수출액이 절반 이상 감소했으며 주력 품목인 원료의약품 수출도 줄어들면서 전년 대비 수출액이 급감한 것이다.

한독은 주력 품목인 당뇨병 치료제 ‘아마릴’ 제품군의 수출이 반토막 나면서 역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총 수출액은 117억 원이었지만, 올해는 77억 원에 그쳤다. 1년 만에 40억 원(33.9%)이 줄어든 결과다.

이 중 아마릴이 한독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2에 달한다. 실제로 지난해 103억 원에 달하던 이 약의 수출액은 올 들어 55억 원으로 쪼그라 들면서 회사 전체 수출 규모에까지 영향을 줬다.

이어 ▲일동제약(올 3분기 수출액 48억 원, 전년 대비 증감률 37.7% ↓) ▲한미약품(473억 원, 34.8 ↓) ▲메디톡스(217억 원, 29.2% ↓) ▲보령제약(38억 원, 19.6% ↓) ▲씨젠(1,134억 원, 17.6% ↓) ▲JW중외제약(34억 원, 17.0% ↓) ▲휴온스(47억 원, 15.5% ↓) ▲동아에스티(147억 원, 12.6% ↓) ▲종근당(24억 원, 6.1% ↓) ▲바이오니아(48억 원, 5.4% ↓) ▲대원제약(3억 원, 4.3% ↓) ▲셀트리온헬스케어(432억 원, 3.5% ↓) ▲일양약품(4억 원, 1.3% ↓)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수출액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 코로나 수혜 기업만 ‘재미’…업계 평균치 끌어 올려

반면,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기업과 의료기기사업을 이끈 회사들은 예년보다 큰 폭으로 수출량이 증가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수출 매출은 전년 대비 10배 이상 폭증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수출액이 113억 원에 불과했으나 올 들어 같은 기간 무려 1,613억 원으로 1330.5%의 상승률을 보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말 개발된 코로나19 백신 중 아스트라제네카社의 제품의 원액 및 완제 위탁생산계약(CMO)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사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전세계에 공급하면서 수출량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모더나社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신종 감염병 수혜를 받았다. 바이오시밀러에 이어 코로나19 백신 수출로 급성장을 이룬 것이다. 실제로 3분기 누적 수출액이 9,3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9.9% 이상 증가했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9월 인수한 메디쎄이 덕을 톡톡히 봤다. 메디쎄이는 척추 임플란트 제조 기술과 3D 프린팅 맞춤형 임플란트 시스템을 구축한 정형 및 신경외과 임플란트 제조 전문기업이다.

이 회사 인수 후 동화약품의 수출액은 무려 4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27억 원 불과했던 수출 매출이 올해 같은 기간 107억 원으로 297.0% 증가한 것이다.

이어 ▲대웅제약(322억 원, 105.5% ↑) ▲GC녹십자(103억원, 72.1%↑) ▲에스디바이오센서(7,375억 원, 45.2% ↑) ▲휴젤(274억 원, 44.7% ↑) ▲동국제약(134억 원, 28.3% ↑) ▲유한양행(247억 원, 25.3% ↑) ▲하나제약(1억 원 23.8% ↑) ▲삼진제약(3억 원 11.7% ↑) ▲HK이노엔(20억 원 9.3% ↑) ▲광동제약(6억 원 8.3% ↑) ▲한국유나이티드제약(4억 원 2.5% ↑)이 지난해 보다 수출량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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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바이오 수출 증가율 ‘숨은 일인치’…2개사 제외하면 57%→3.4%

이처럼 코로나19 특수로 수출이 급증한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사실상 올해 해외 매출은 전년보다 소폭 상승한 수준이다.

실제로 30개사의 전년 대비 수출 증감률은 평균 57.4%였지만, 이마저도 올해 수출이 급증한 SK바이오사이언스 한 곳을 빼면 평균 증감률은 13.5%로 떨어졌으며 동화약품까지 함께 제외할 경우 평균치는 3.4%까지 내려 앉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백신, 진단키트 등 관련 제품을 보유한 일부 극소수 기업들의 수출 실적이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전체 평균을 큰 폭으로 끌어 올린 것.

문제는 일부 기업들이 올려놓은 이러한 상승세 조차 지속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최근 등장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전파력은 강하지만 치명률은 낮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데다 머크와 화이자가 각각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도 내년 초 시판을 앞두고 있는 만큼 백신과 진단키트 수요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코로나19와 직접적으로 관련한 기업의 제품 수출이 급증하면서 일종의 착시현상을 일으켰다”며 “진단키트 및 시약, 바이오의약품 등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전반적인 수출 실적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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