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모듈형 음압병상 설치에만 6개월 소요될 듯
군의관·공보의 이미 현장 투입…신규 인력 내년 4월께나
전문가, “인력 이탈 현실화…기존 인력 처우 개선안부터”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정부가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병상 확보와 의료인력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과부하가 걸린 의료 인력들의 이탈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 미흡한 데다 무리하게 병상까지 확충할 경우 일반진료에까지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병상 확보와 의료 인력 확충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를 치료하는데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며 “관건은 충분한 병상 확보와 의료인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국립대병원과 공공의료 자원을 총동원해 병실을 획기적으로 보강하고 의료 인력도 조속히 확충해 달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주문에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내년 1월까지 6,944병상을 추가로 확보하고 의료인력 1,200여 명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일상회복 위기극복을 위한 추가병상 확충 및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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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립대병원과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병상 확충이 이뤄지면서 일반진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코로나19 중환자 42병상, 준중환자 12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은 코로나19 병상을 90병상까지 확대하고, 의료인력도 확보하기로 했다.

관건은 병상과 인력을 어디서 끌어와야 하는지다. 서울대병원은 척추·관절 수술, 당장 급하지 않은 뇌·심장 수술 등 비응급 수술을 미루고 중환자실 수요를 줄여 병상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충북대병원도 기존 호흡기센터 병동을 리모델링해 일주일 내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6개, 준중환자 병상 14개를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부족한 의료 인력은 일반병동 2개를 폐쇄해 충원할 방침이다.

특히 정부가 국립중앙의료원 등 일부 공공병원을 비워 499병상(중증 9, 준중증 490)을 확보하기로 하면서 취약계층의 의료이용 공백도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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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대책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당장 인력 수급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안은 내년 4월에나 가능하다는 것.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22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인력 투입 결정은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이미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가 현장에 투입됐기 때문에 신규 인력은 내년 4월에나 배치된다. 병원에 오더라도 중환자를 제대로 보려면 어느 정도의 교육도 필요하다. 배치도 늦은 데다 할 수 있는 역할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대병원에서 테니스장에 모듈형 음압병상을 설치한다고 했지만 완성하는 데만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간을 단축한다 하더라도 단기간 안에 완성하기는 어렵다”며 “대통령까지 나서서 ‘특단의 대책’이라고 언급했지만 사실상 영양가 있는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도 병원의 코로나19 전담 인력에 대한 지원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이들에 대한 감염관리수당을 신설했는데 월 150만 원 내외에서 책정한다는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그동안 병원 소속 중환자실 간호사와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파견한 간호사와의 급여 차이가 2배 이상 벌어지면서 간호사들의 현장 이탈이 급증했다”며 “이미 한계에 달해 그만두는 간호사들이 150만 원을 더 준다고 해서 계속 버틸 수 있을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무리한 코로나 병상 확충으로 일반진료 축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앞서의 김우주 교수는 “기존의 병상과 인력을 코로나19 진료에 투입하면서 일반진료가 축소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꼭 필요한 수술까지 지연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 동안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진료를 전담하기 위해 일부 병상 만을 활용했는데도 취약계층의 의료이용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며 “국립중앙의료원 등 일부 공공병원에서 코로나19 치료에 집중하기로 한다면 그들에 대한 의료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대부분 ‘땜질식 처방’에 가깝다”며 “정부는 확진자 수를 줄이고 인력 이탈을 막을 보다 실효성 있는 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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