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대폭 증액 및 예비비 편성…추가 수급 여건 마련
각국 선구매 경쟁…“계약 규모보다는 도입 시점이 핵심될 듯”
과거 백신 ‘늑장 확보’로 십자포화…먹는약, 적시 활용 가능할까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정부의 먹는 코로나 약 공급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개발사의 초기 생산량이 제한적인 데다 최근 세계 각국이 앞다퉈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수급으로 한 차례 곤욕을 치렀던 만큼 이번 경구용 치료제 도입에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2일과 23일(현지시간)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화이자)’와 ‘몰누피라비르(MSD)’의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물량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며 십자포화를 맞았던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듯 개발사와의 협상 과정과 선구매 계약 규모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발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2일 팍스로비드의 FDA 긴급사용승인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는 이튿날 기존 7만 명 분 외에 9만 2,000명 분을 추가로 도입하기 위해 화이자 측과 협의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연이어 지난 24일에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화이자와 30만 명분 이상의 물량 계약 논의를 진행했고,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선구매 물량 규모는 24일 현재, 팍스로비드 30만 명 분, 몰누피라비르 24만 2,000명 분으로 총 54만 2,000명 분이 확보된 상태다. 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40만 4,000명분의 물량보다 불과 이틀 사이에 13만 8,000명 분이 더 늘어난 셈이다.

정부의 구매 예산 집행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가 내년 코로나19 치료제 구입 예산을 기존 417억 원에서 3,516억 원으로 743.2% 증액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1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구입 비용 1,920억 원이 포함된 ‘2021년도 일반회계 목적 예비비 지출안’이 의결된 상태라 추가 물량 도입을 위한 자금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팍스로비드의 가격이 63만 원, 몰누피라비르가 83만 원 선에서 책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만큼 예비비만으로도 각각 30만4,762명 분, 23만1,325명 분의 물량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의료계는 정부의 이 같은 최근 행보를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양새다. 일일 확진자가 6,000~7,000명 대를 넘나드는 상황이 지속되며 한계에 직면한 응급의료체계에 경구약이 숨통을 트여 줄 수 있는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물량이 제때 공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특히 몰누피라비르 보다 효능과 부작용 모든 측면에서 더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는 팍스로비드의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

정부는 내년 2월로 예정된 도입 시기를 개발사인 화이자와 협의해 1월로 앞당기겠다는 구상이지만 현실화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화이자가 보유한 초도 생산 물량이 18만 명분에 불과한 데다 제조 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는 데에만 약 9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화이자 측은 내년 생산 물량을 8,000만 명분~1억2,000만 명분으로 상향하고, 제조 기간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이다.

또 팍스로비드의 글로벌 선구매 수요가 상당하다는 점도 수급 불균형의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주요 외신을 종합해 보면 미국(1,000만 명분), 영국(275만 명분), 일본(200만 명분), 호주(50만 명분), 이탈리아(5만 명분), 벨기에(1만 명분) 등이 계약한 팍스로비드 도입 물량은 총 1,631만 명분에 달한다. 당장 가용한 초도 생산 물량(18만 명분)의 90배가 넘는 규모다. 즉 선구매 계약 체결과 실질적 도입 시점은 전혀 별개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발 빠르게 먹는 코로나 약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라면서도 “다만 계약된 물량 규모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약을 언제 사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지금처럼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 시기에 바로 투입돼야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약의 임상 데이터에 차이가 있지만 비상 상황인 만큼 국내에 빠르게 대량으로 들어올 수 있는 약을 우선으로 삼아 방역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가짜뉴스 등으로 인해 특정 약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하면 치료 옵션으로서 제 기능을 못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최소화할 방안도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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