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백신·진단키트·위탁생산 4개 분야 ‘코로나 테마주’ 리뷰
제약바이오 퀀텀점프 주도한 코로나19…올해는 ‘하락’ 견인차
비이성적 기대감 소멸에 버블 정리…‘옥석가리기 집중한 한 해’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올해도 코로나19는 국내 제약바이오 섹터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핵심 이슈였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는 지난해와 사뭇 달랐다. 코로나19 관련주로 묶이기만 하면 가파르게 우상향하던 흐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전반적으로 기나긴 조정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이성적 기대감에 양산된 제약바이오 버블이 정리되고,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한 해였다는 평가다.

올 한해 국내 제약바이오를 가장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용두사미(龍頭蛇尾)’다. 지난해 말까지 강력한 상승 모멘텀 역할을 한 코로나19가 올해도 위력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감이 상당했지만 이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 제약바이오, 작년 기세는 어디에?…‘끝까지 반등은 없었다’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했던 코스피·코스닥 제약바이오 주요 지수의 시가총액은 올 들어 그 기세가 완연히 꺾였다.

코스피 의약품 지수 시가총액은 지난해 초(2020.1.2) 77조 원에서 그해 연말 150조 원으로 95% 증가했지만 올해는 이달 24일 기준으로 136조 원으로 내려앉았다. 코스닥 제약 지수 시가총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 28조 원에서 57조 원으로 104% 늘었지만 현재는 49조 원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코스피200헬스케어와 코스닥150헬스케어 지수 시가총액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코스피200헬스케어는 지난해 73조 원에서 159조원으로, 코스닥150 헬스케어는 38조 원에서 83조원으로 모두 118% 성장했지만 올해는 각각 138조 원, 61조 원으로 상당한 조정을 받았다.

이 같은 조정세는 코로나19 관련 사업을 추진한 개별 기업들의 주가 흐름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성과 없으면 결국 ‘급락’…코로나19 치료제 개발사 ‘고전의 연속’

대표적인 코로나19 테마주로 꼽히는 경구용 치료제 개발 업체 대다수는 올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고 임상을 진행 중인 업체는 텔콘RF제약(임상 1상), 현대바이오(임상 1상), 제넥신(임상 1상), 한국유나이티드제약(임상 2상), 크리스탈지노믹스(임상 2상), 이뮨메드(임상 2상), 아미코젠파마(임상 2상), 동화약품(임상 2상), 대원제약(임상 2상), 녹십자웰빙(임상 2상), 일동제약(임상 2·3상), 제넨셀(임상 2·3상), 신풍제약(임상 3상), 종근당(임상 3상), 대웅제약(임상 3상), 엔지켐생명과학(임상 2상 완료) 등인데 이 중 연초 대비 24일 현재, 주가가 상승한 곳은 일동제약 단 한 곳에 그쳤다.

개발을 포기한 일양약품, GC녹십자, 부광약품 등의 주가 역시 올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렇다고 개발에 성공한 업체가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인 것도 아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치료제 품목 허가를 받은 셀트리온의 현재 주가는 연초 대비 40% 이상 빠졌다.

≫ 올해 급등한 백신 개발사…오미크론 악재에 ‘털썩’

백신 개발 업체들의 주가 흐름은 그나마 나은 상황이었다. HK이노엔(임상 1상), 큐라티스(임상 1상), 아이진(임상 1·2상), 유바이오로직스(임상 임상 1·2상), 진원생명과학(임상 1·2상), 셀리드(임상 1·2상), 제넥신(임상 1·2상), SK바이오사이언스(임상 3상) 임상을 진행 중인데 이 중 4곳(아이진, 유바이오로직스, 셀리드, SK바이오사이언스)은 연초보다 높은 주가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기업의 주가 급등세가 지난해가 아닌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본격화된 데다 현재도 계단식 하락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평가를 쉽게 내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기존 백신의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 토종 백신 개발 업체의 미래를 더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제는 단순한 개발 성공이 아니라 변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백신의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반등을 모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데 정부(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가 이번 주부터 임상 3상 시험 검체에 대한 효능 평가(중화항체 분석)를 시작한다고 밝힌 상태다.

코로나19 백신의 국산화를 위해 정부의 전방위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이 백신이 당초 목표대로 내년 상반기 상용화가 된다면 후발 주자들의 내년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희비 갈린 위탁생산 업체…주가 등락, 실적 따라 ‘들쭉날쭉’

치료제와 백신 못지 않게 코로나19 테마주로 언급됐던 위탁생산(CDMO) 업체들은 실적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실제로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국내 CDMO 업체들이 수혜를 입었는데 이는 곧 주가 흐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승 기조를 유지한 이유다. 코로나19 백신과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 회사는 올해에만 11건의 증산 계약을 따냈다. 이로 인해 1~2공장의 가동률은 100%에 근접했고 3공장의 가동률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올해 3월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社 백신의 위탁 생산을 맡으며 견실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정부로부터 백신 개발과 관련해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어 투자자들이 더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두 회사가 올해 제약바이오의 조정 장세에서도 선전할 수 있었던 데는 시장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준 실적 수치가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이슈의 중심에 섰지만 장기간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 GC녹십자,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 한국코러스 컨소시엄 등은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빠르게 수그러들면서 시장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특히 위탁생산을 맡게 될 백신이 변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명날 경우 글로벌 수요가 급감할 수도 있는 만큼, 특정 위탁생산 업체에 대한 불확실성은 최근 들어 더 증폭되는 양상이다.

≫ 실적과 성장 모멘텀 함께 본 투자자들…"투심 기준의 교훈 얻은 한 해"

코로나19를 계기로 대기업 반열에 올라선 진단키트 업체들은 올해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도 미래 성장 잠재력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안고 가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 7월 코스피 시장에 데뷔한 진단기기 업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올 3분기까지 2조4,862억 원의 누적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지만 이 회사의 주가 흐름은 좀처럼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진단기기 대표 업체인 씨젠도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7,654억 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가는 정반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제약바이오 3분기 누적 매출 상위권 빅3에 이름을 올린 유한양행(1조2,638억 원), GC녹십자(1조1,355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1조1,236억 원)와의 실적 규모를 비교해 보면 진단키트 업체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박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오미크론 변이의 글로벌 확산이 이들 진단기트 업체의 반등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며칠 남지 않은 2021년은 지금의 상태로 마무리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관계자는 “코로나19 테마주에만 편승하면 주가가 급등하던 지난해 제약바이오 섹터의 흐름은 올해 초부터 약화되기 시작했다”며 “지난 5월 재개된 공매도가 여기에 기름을 붙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성과가 부재하거나 시장의 기대치에 밑도는 결과물이 잇따라 나온 점도 코로나19 테마주에 대한 부정적 기류를 강화하는데 일조했다”며 “특히 당장 양호한 실적을 보여주더라도 개별 기업의 성장 모멘텀이 불확실할 경우 멀어진 투심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