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60곳 최대주주 주식담보대출 '현미경 해부'
오너일가 2곳 중 1곳 주식 담보 묶여…평균 20% 은행 손에
담보유지비율 하락 시 경영권 위협도…주가 부양 ‘고민’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최근 제약사들의 2·3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상속·증여세 납부로 인한 오너 일가의 주식 담보 대출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대주주 지분의 20% 이상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 담보로 잡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오너 일가의 과도한 담보 대출 규모다.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급락할 경우 더 많은 지분을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곧 경영 리스크로 되돌아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제약사 최대주주들의 지분에는 담보 설정 비율이 어느정도일까.

<메디코파마뉴스>는 국내 주요 제약사 60곳의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내역을 심층 분석했다.

먼저 이들 60곳 가운데 30곳은 주식을 담보로 잡고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약사 2곳 중 1곳은 최대주주 지분에 담보가 껴있던 셈이다.

이 중 개인의 대출 계약금액을 공개한 23곳의 대출액 규모는 2,689억 원이었으며 담보로 제공된 주식의 평가액은 5,816억 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단, 법인 대출만 있었던 곳과 개인 대출 만기 계약이 올해 종료 예정인 곳은 대출액 집계에서 제외됐다.

≫ 무늬만 오너 소유…지분의 절반 이상 은행 담보 잡힌 제약사 ‘수두룩’

최대주주 주식의 담보 비중이 가장 높았던 곳은 명문제약 우석민 회장이었다.

우 회장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이 회사의 주식(680만2,395주, 지분율 20.03%) 중 3분의 2에 달하는 443만2,174주(담보 비중 65%)를 대출을 위한 담보로 제공하고 있었다.

우석민 회장이 은행 등으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은 67억 원 규모였다. 여기서 담보로 제공된 주식의 시가총액은 2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대출을 받기 위해 주식 평가액의 3배 이상의 지분을 은행 등에 담보로 잡혔단 뜻이다.

우 회장은 기업은행으로부터 2건의 담보계약을 통해 30억 원, 대신증권으로부터는 27억 원, 하이투자증권에서는 10억 원을 대출받은 상태였다. 이율은 2.6%부터 4.1%까지 다소 높은 이자를 부담하고 있었다.

게다가 대신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매 3개월마다 대출 연장을 갱신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우석민 회장이 명문제약의 지분을 양도하려는 움직임에 주식담보 대출의 부담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되는 배경이다.

이 외에도 이연제약 유용환 사장 외 오너 일가가 보유 중인 주식 역시 절반 가까이가(43%) 대출을 위한 담보로 제공되고 있었으며 동구바이오제약(담보 비중 36.72%), 대화제약(34.51%), 유유제약(31.65%), 삼진제약(30.72%) 등도 30% 이상의 지분이 담보로 잡혀 있었다.

대출 규모로 보면 이연제약 유용환 사장 일가(대출액 470억 원), 동구바이오제약 조용준 부회장 일가(350억 원), 부광약품 김상훈 사장(150억 원), 경동제약 류기성 부회장(121억 원) 등이 주식을 담보로 100억 원 이상 대출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유유제약 유원상 사장 일가(79억 원), 삼진제약 조의환 회장 일가(77억 원), 대화제약 김수지 회장 일가(75억 원), 명문제약 우석민 회장(67억 원), 국전약품 홍종호 대표(57억 원), 한국파마 박재돈 회장 일가(50억 원), 광동제약 최성원 부회장(65억 원) 등이 지분을 담보로 잡히고 수 십억 원대의 돈을 금융권으로부터 끌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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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사의 은행권 신용도 민낯…기업별 이자율도 ‘천차만별’

이자율과 담보유지비율도 기업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특히 담보유지비율의 경우 최소 110%에서 최대 382%까지 기업별로 극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 계약인 만큼 기업의 가치가 이자율과 담보 유지비율 조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담보유지비율은 주식을 담보로 실행된 대출된 계좌나 계약이 최소한의 주식가치를 유지해야 하는 비율을 뜻한다. 예를 들어 1억 원의 주식 담보 대출의 담보 유지비율이 150%라면 적어도 담보로 잡힌 주식의 시가평가액은 1억5,000만 원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담보유지비율은 평균 140% 수준이었다. 이 가운데 명문제약 우 회장이 대신증권으로부터 돈을 끌어오면서 체결한 담보유지비율은 382%에 달해 이번 조사 대상 60곳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 회장은 하이투자증권에도 연 4.1%의 이자를 주기로 하면서 고금리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명문제약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29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외주 영업 방식인 CSO(판매대행)로 체제를 전환하고 인건비와 판관비 축소를 통해 3분기까지 흑자전환에 성공한 상태다.

담보유지비율을 종료된 계약까지 범위를 넓혀 보면, 국전약품 홍종호 대표(계약당 최소 120%, 최대 200%), 유유제약 유원상 사장(120~200%)이 주식 평가액을 2배나 유지해야 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담보유지비율이 높은 곳은 대체로 이자율도 높았다. 실제로 국전약품 홍종호 대표(최소 연 금리 2.63%, 최대 4.15%), 고려제약 박해룡 회장(3.7~4.1%), 한국파마 박재돈 회장 차녀 박근희(4%) 씨 등이 최대 연 4%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었다.

반면, 부광약품 김상훈 사장(2.82%), 대화제약 김수지 회장(2.44~2.71%), 삼진제약 조규석 전무(2.73%~2.75%), 일양약품 정도언 회장(2.65%), 휴온스글로벌 윤성태 부회장 차남 윤연상(2.41%) 씨 등은 최대 이자율이 3%를 넘지 않았다. 이들은 은행 등 금융권이 대출(여신) 이자율을 3% 이내로 제시한 만큼 기업의 담보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 제약사, 2·3세 경영권 승계 본격화…상속·증여세 납부 ‘각자도생’

2·3세 경영권 승계에 따른 증여·상속세 등의 문제로 제약사 최대주주가 세무당국에 담보나 법원 공탁을 한 사례도 빈번했다. 대표적으로 하나제약, 부광약품, 삼진제약, 경동제약 등의 오너 일가가 여기에 해당했다.

실제로 하나제약 창업주 조경일 회장의 자녀인 조혜림 이사는 서부산세무서로 60만 주를 납세 담보로 제공했다. 담보로 제공된 주식의 평가가치만 보면 120억 원 규모다.

부광약품 김상훈 사장은 반포세무서에 130만 주를 담보(법원 공탁)로 제시했다. 다만, 회사 측은 세금 대부분이 납부된 상태로 일부 연부연납이 종료되지 않아 아직 법원 공탁이 해지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연부연납은 세금 일부를 장기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외에도 삼진제약 조규석 부사장이 7만5,000주(평가액 약 20억 원), 경동제약 류기성 부회장 60만 주(평가액 약 70억 원)가 증여세와 관련한 연부연납의 이유로 법원에 공탁한 상태다.

제약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관계자는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배구조와 관련한 최대주주의 주식담보 대출 규모가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주가가 담보권설정비율 아래로 떨어지면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대여금 회수에 나설 수 있어 주주 피해와 경영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제약사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도 최대주주의 주식 담보 대출의 규모 변화를 예의주시 하는 중”이라며 “이 때문에 오너 일가 입장에서도 주식담보비율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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