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40조 원 ‘증발’…10종목 중 8종목 ‘하락’, 평균 30% ‘손실’
한국비엔씨·바이오니아·한국파마 오르긴 했는데…고점比 ‘반토막’
시총 ‘1조 클럽’, 24개사 포진…유한·한미·녹십자 대형사도 한자리

▲ 자료 출처=한국거래소
▲ 자료 출처=한국거래소

올 한해 국내 제약바이오주는 거품 논란과 유동성 축소로 직격타를 맞았다. 내려 앉은 주가와 시가총액이 그 결과다. 지난해 신종 감염병 확산으로 제약바이오 업종이 최대 수혜주에 등극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연말을 맞아 코로나19 사태 이후 변화된 2021년 제약바이오 증시 환경을 심층 분석했다.

지난해 코로나19를 기회 삼아 급격하게 몸집을 불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올해는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작년 쏘아올린 시총마저 거품이 빠지면서 제자리로 돌아온 한 해였다.

당초 전문가와 투자자들은 올해 제약바이오 증시를 낙관적으로 봤다. 코로나로 막혔던 처방의약품의 판매고가 올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했으며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따른 모멘텀 확보와 진단키트 수혜, 백신 위탁생산 등 여려 호재 가능성을 높게 점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에 못미친 성장과 글로벌發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에 따른 유동성 축소가 제약바이오 업종 전반에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올 들어 벌어진 씨젠의 부정회계, 에이치엘비의 임상 해석 문제, 바이넥스의 의약품 불법 제조 사태가 드러나면서 헬스케어 업종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훼손됐다. 여기에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약물들이 줄줄이 임상에 실패한 데다 기업들의 불성실 공시가 드러나면서 제약바이오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까지 추락했다. 이는 결국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배경이 됐다.

다만 일부 대형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원동력으로 작용하면서 진단키트와 위탁생산 업체를 중심으로 개별주의 순환매 상승이 나타났다.

≫ 제약바이오주, 10종목 중 8종목 하락…평균 30% ‘손실’

<메디코파마뉴스>가 한국거래소 자료를 근거로 올해 (12월 27일 현재) 코스피 의약품(45종목) 및 코스닥 제약(107종목) 지수에 속한 기업들의 등락 폭을 분석한 결과, 의약품지수는 작년 말 2만1,085.04포인트에서 1만7,117.77포인트로 18.82% 하락했다. 제약지수도 1만4,040.39포인트에서 1만1,152.23포인트로 20.57% 급락했다.

신규 상장 등을 제외한 138개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올해 주가가 오른 종목 수는 26개, 내린 종목은 112개로 집계됐다. 10종목 중 8종목의 주가가 떨어진 셈이다.

오른 종목의 평균 상승률은 57.19%였다. 이 중 100% 이상 상승한 종목 수는 4종목(오른종목의 15.4%)이 전부였으며 50% 이상 상승한 종목으로 범위를 확대해도 8종목(오른종목의 30.7%)에 불과했다.

반면, 내린 종목의 평균 하락률은 –29.1%였다. 이 중 50% 이상 하락한 종목수는 9종목으로 집계돼, 떨어진 종목 10곳 중 1곳은 소위 ‘반토막’ 난 기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올해 제약바이오 종목을 사서 내린 종목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투자액의 평균 30% 정도는 손실로 떠안았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국내 종합주가지수는 4.39% 상승했다. 글로벌 증시 역시 미국 다우존스가 17.46% 급등했으며 미국 제약바이오 대표지수인 나스닥 생명공학지수도 1.52% 올라 강보합을 지켰다. 글로벌 증시와 비교할 때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에 투자한 시장 참여자들의 손실 피해 체감 온도가 상대적으로 컸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수치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제약바이오 시총, 40조 이상 ‘증발’…전년 대비 하락폭 20% 육박

올 들어 코스피 의약품지수 종목과 제약지수 종목의 총 시가총액(이하 시총)은 지난 27일 기준 186조104억 원(의약품지수 종목 135조8,540억 원, 제약지수 종목 50조1,56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시총 207조471억 원보다 약 21조 원이 줄어든 규모다.

지수 낙폭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약 10%의 시총 감소는 나름 선방한 결과다.

그러나 여기에는 ‘숨은 일인치’가 존재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올해 신규 상장 또는 편입한 기업 총 14곳의 시총이 새롭게 추가된 점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신규 종목을 제외한 기존 종목에서 빠져나간 시총 규모는 총 40조5,091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보다 20%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 제약바이오 24개사, 올 시총 ‘1조 클럽’ 이름 올릴 듯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시총이 1조 원을 넘는 곳은 24개사로 집계됐다. 이 중 시총 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58조6,222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대비 3조9,699억 원 늘어난 규모다.

셀트리온이 시총 28조1,412억 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한 때 이 회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시총 규모를 두고 순위 경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올해 주가 급락으로 20조 원의 시총이 공중 분해되면서 두 회사의 격차는 2배 이상 벌어졌다.

3위는 올해 새롭게 기업 공개(IPO)한 SK바이오사이언스였다. 이 회사의 시총 규모는 17조978억 원으로 2위 셀트리온을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다.

이어 셀트리온제약(4조9,344억 원), 유한양행(4조7,092억 원), 한미약품(3조5,450억 원), 씨젠(3조1,858억 원), GC녹십자(2조5,944억 원), 에스티팜(2조5,727억 원), 휴젤(2조239억 원) 등이 2조 원 이상의 시총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대웅제약, 신풍제약, HK이노엔, 종근당, 한국비앤씨, 유바이오로직스, 바이오니아, 진원생명과학, 오스코텍, 차바이오텍, 한올바이오파마, 에이비엘바이오, 네이처셀, 보령제약 등도 시총 ‘1조 원 클럽’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이었다.

≫ 무늬만 급등, 따져보면 고점比 ‘반토막’…빛 좋은 개살구

올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한국비엔씨였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해 말 4,250원에서 지난 27일까지 2만1,850원이 올라 2만6,100원에 마감했다. 상승률만 6배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이 종목의 사상 최고가는 사실 따로 있었다. 지난 9월 28일 기록한 7만500원이다.

당시와 비교하면 한국비엔씨의 주가는 최고점 대비 63%나 추락한 것이다. 만약 개인 투자자들이 이 종목을 9월 이후에 샀다면 이익보단 손해를 크게 봤을 것으로 보인다.

티앤알바이오팹도 세계 처음으로 3D프린팅을 이용한 이식용 인공기관 개발 성공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 때 상승률이 180%에 달했다. 하지만 이 종목 역시 지난 27일 주가는 올해 고점(9만1,000원) 대비 반토막난 4만7,300원까지 내려온 상태다.

코로나 진단키트 수혜주인 바이오니아, 치료제 관련주인 한국파마도 각각 168%, 123% 급등했지만 두 종목 모두 연고점 대비 각각 52%, 42% 하락하면서, 주식 매수 시점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이 외에도 코로나 수혜주 찾기로 일부 개별 종목의 강세가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휴마시스가 74% 급등했고 유바이오로직스(65%↑), 이연제약(59%↑), 일동제약(44%↑), 휴온스글로벌(44%↑), 에스티팜(33%↑), 이수앱지스(18%↑), 씨티씨바이오(17%↑) 등이 상승세를 지켜냈다.

올해 신규 상장된 기업 중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보적이었다. 공모가가 6만5,000원이었던 이 회사의 주가는 코로나 백신 테마주로 힘을 받으면서 22만3,500원으로 급등했다. 수익률만 243%에 달한 셈이다.

반면, 신풍제약은 올 들어 주가가 75% 폭락한 3만1,750원에 거래되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코로나 테마주로 묶이면서 7,240원이었던 주가가 단숨에 14만9,500원으로 20배나 치솟은 바 있다.

그러나 투자자를 몰리게 했던 코로나19 치료제 피라맥스의 국내 임상 2상 결과가 1차 목표점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임상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고, 여기에 불법 리베이트와 탈세 의혹 등 각종 구설수에까지 휘말리면서 신풍제약의 주가는 올 들어 직격타를 맞았다.

한편 이 외에도 지난 27일 기준 에스씨엠생명과학, 삼일제약, 일양약품, 녹십자엠에스, 강스템바이오텍, 부광약품, 파멥신, 올리패스 등이 올 들어 주가가 반토막 난 상태로 한 해를 마무리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