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신성장 동력 ‘눈독’…올 제약바이오 시장 주도할 듯
긴 조정세 속 ‘투심 붙잡기’ 성공…실적으로 경쟁력 ‘입증’
리딩 업체 중심 ‘시장 재편’ 가속화…중소사 살길은 ‘차별성’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국내 제약바이오가 일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수 십년 간 지속돼 온 화학의약품 중심의 산업 지형도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바이오의약품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이 중심에는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고 있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과 위탁개발생산(CDMO)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이슈로 주목을 받은 일부 대형 업체들이 작년 내내 이어진 제약바이오 조정 장세 속에서도 퀀텀점프의 발판을 다지면서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향후 성장 잠재력과 수요 대비 공급 부족 현상까지 부각되면서 중소 업체들이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점도 이 같은 낙관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한동안 제약바이오 상승장을 주도했던 백신·치료제·진단키트 개발 기업의 뒤를 이어 올해에는 CMO·CDMO 업체들이 시장 주도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임인년 신년기획으로 국내 바이오의약품 CMO·CDMO 시장을 해부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을 들여다 봤다.

≫ CMO·CDMO에 ‘쏠린 눈’…너도 나도 공격적 투자

코로나19 백신·치료제의 탄생과 글로벌 수요 급증으로 국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과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백신·치료제 개발 및 진단기기 업체가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이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물과 성장 모멘텀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CMO·CDMO 업체로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

실제로 국내 CMO·CDMO 리딩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1조1,237억 원과 영업이익 4,085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이미 뛰어 넘는 수치다.

또 다른 대표 업체인 SK바이오사이언스도 합격점을 받아냈다는 평가다. 이 회사의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액(1,586억 원→4,781억 원)과 영업이익(268억 원→2,203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1%, 722% 증가했다.

지난해 내내 이어져 온 제약바이오 조정 장세 속에서도 이들 두 기업의 주가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고 지속된 배경이다.

CMO·CDMO 시장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중소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에스티팜과 GC셀은 각각 투자 확대와 합병을 통해 사업 확장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고, 휴온스, 차바이오텍, 이연제약, 바이넥스, 헬릭스미스 등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모습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CMO·CDMO 열풍은 제약바이오가 주력 사업이 아닌 타 산업의 대기업에까지 번지고 있다.

SK는 유전자·세포치료제 위탁생산 사업에 진출하고자 지난해 3월 프랑스 CDMO 업체인 이포스케시를 인수한 데 이어 현재는 미국 위탁개발생산기업인 CBM(Center for Breakthrough Medicines)과도 독점 투자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CJ제일제당도 지난달 9일 네델란드 CDMO 업체인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Batavia Biosciences)의 지분 76%를 2,630억 원에 조기 인수하며 회사의 4대 미래 성장 엔진 중 하나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 커지는 바이오의약품 시장, ‘틈새’ 노리는 CMO·CDMO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바이오의약품 CMO·CDMO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는 데는 성장 잠재력이 한 몫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2,827억 달러(336조 원)로 총 의약품 시장에서 31%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2026년 그 비중이 38%로 확대되고, 시장 규모도 5,516억 달러(656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자체 제조·생산 설비를 갖추지 못한 국내·외 바이오의약품 개발사들이 투자 대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CMO·CDMO 계약을 늘리는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그래서일까. 업계에서는 2020년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제조 시장에서 18%의 비중을 차지한 CMO 비중이 2025년 24%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계기로 촉발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바이럴 벡터, mRNA 의약품 등에까지 확대되며 전 세계적으로 연구개발이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향후 CMO·CDMO 사업 가치는 갈수록 올라갈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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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 역량 확보, 기업가치 가를 ‘핵심 키’ 될 듯

바이오의약품 CMO·CDMO 사업에서 국내 업체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조·생산 역량과 기술력, 인력 등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섹터에서 바이오의약품 CMO·CDMO가 핵심 화두 중 하나가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소수의 대기업에 수혜가 집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실제로 화이자와 함께 mRNA 백신 상용화에 성공한 모더나는 글로벌 CDMO 분야 1위인 스위스 론자(LONZA)社를 주력 파트너로 삼았고,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선택했다. 즉 개발사의 눈높이에 맞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실제 실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국내 중소 CMO·CDMO 업체들은 백신 위탁생산과 같은 당장의 수익 사업보다는 세포유전자치료제, 바이럴 벡터 제조·생산의 잠재적 역량을 보여 줄 수 있느냐에 따라 기업가치가 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미국, 유럽 등에서 상용화된 세포유전자 치료제, 재조합 벡터 백신과 같은 바이오의약품은 15개에 불과하지만 향후 5년간(Global Data) 100개 이상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수요 대비 턱없이 부족한 글로벌 공급처…“역량 갖췄다면 시장 노려볼 만”

현재 유전자 재조합 의약품에서 원하는 치료 유전자를 발현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인 바이러스 벡터를 생산할 수 있는 CMO 공장은 미국 45개, 유럽 32개, 아시아 7개 등 전 세계적으로 87곳에 불과하다.

또 임상 중이거나 상용화된 유전자 재조합 의약품에 필요한 바이럴 벡터의 연간 수요는 30~60억 리터 규모인데 현재 글로벌 생산 캐파는 수요 대비 1%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2020년 20억 달러(2조 3,770억 원)였던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이 연평균 31.4% 성장하며 2026년에는 101억 달러(12조 원)까지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점도 CMO·CDMO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국내 업체에게는 호재다.

초기 연구개발 및 임상 단계의 세포유전자치료제는 대부분 대학교, 연구기관, 병원 등에서 최소 30%에서 최대 75% 가량이 위탁생산을 통해 제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대규모 상업화 물량을 생산할 수 없는 만큼 개발사 입장에서는 믿고 맡길 수 있는 CMO·CDMO 파트너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중소 업체들도 충분히 노려볼 만한 블루오션 시장인 셈이다.

하지만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바이오의약품 CMO·CDMO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기는 대내외적인 여건이 녹록치 않다. 국내·외 리딩 업체들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를 공격적으로 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내 중소 업체는 특화된 사업 역량 확보와 잠재적 고객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느냐가 향후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올해에도 코로나19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사업 역량을 입증한 바이오의약품 CMO·CDMO 업체에 대한 시장 기대감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그동안 주목 받았던 치료제·백신 개발 업체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비이성적 투자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데다 투심의 눈높이도 높아진 만큼 올해 CMO·CDMO 기업들이 시장 전반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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