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토종 백신 한 발 앞선 SK바사…해외 진출은 ‘미지수’
셀트리온 주사 치료제, 재택치료 시스템서 사실상 ‘무용지물’
국내 제약사, 변이 대응력·가격 경쟁력 염두…“끝까지 가봐야”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2020년 12월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미국의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전 세계에 공급됐다. 지난해 말에는 화이자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 약 ‘팍스로비드’도 우리나라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그동안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시장 성공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다. 이미 시장 선점 타이밍을 놓친 상황에서 뒤늦게 발을 들인 국내 업체에 과연 기대를 걸어도 될지에 대한 의구심인 것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임인년 새해를 맞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치료제의 시장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고자 제품별 ‘숨은 일인치’를 들여다 봤다.

≫ SK바사 백신, 글로벌 수출 가능성 ‘미지수’…국내용 ‘우려’

현재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으로 유력한 회사는 SK바이오사이언스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백신은 현재 품목허가를 앞두고 개발 최종 단계에 진입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 12월 21일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백신 ‘GBP510’의 대규모 임상 3상에 대한 효능 평가(중화항체 분석)를 시작했다. 효능 평가는 백신 투약을 통해 실제 임상 대상자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얼마나 생성되는지를 측정하는 작업이다.

앞서 건강한 성인 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GBP510의 임상1/2상 결과에 따르면, GBP510과 면역증강제를 함께 투여한 투약군에서 중화항체가 100% 형성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화항체 유도 수준은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청 패널 대비 5배에서 최대 8배가 넘는 것으로 관찰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효능 평가를 거쳐 올해 상반기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따낸다는 구상이다. 정부 역시 이 회사의 코로나19 백신 1,000만회 분을 선구매하기도 하면서 백신주권에 지원군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이 허가 받을 경우 ‘코백스 퍼실리티’(백신 공동구매·배분 프로젝트)를 통해 백신 물량 공급처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제민간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지원 대상 기업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 회사가 택한 임상 방식이 ‘면역원성 비교 연구’인 만큼 국내 승인 이후 공급망을 글로벌로 확대하려면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과 각 국가별 긴급사용승인 등 넘어야 할 산이 산적하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상용화에 성공한 코로나19 백신은 모두 ‘위약 대조’ 임상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이다. 심지어 면역원성 만을 비교하는 임상에 대한 명확한 국제 가이드라인조차 현재로선 없는 상태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개발한 백신이 국내용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백신 뿐만 아니라 모든 약들은 글로벌 시장에 유통하기 위해서는 위약 대조 임상을 진행한다”며 “국내 백신 개발을 위해 식약처에서 규제를 완화해줬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개발한 백신이 해외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 셀트리온 주사 치료제, 재택치료 시스템서 사실상 ‘무용지물’

셀트리온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유일하게 코로나19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 2월 식약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은데 이어 같은 해 9월 정식으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제품명은 렉키로나주(성분명: 레그단비맙).

이 약은 병원에서 60분간 정맥주사로 투여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현행 우리나라 재택치료 시스템에서는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말 식약처는 미국 화이자의 경구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국내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이 약은 집에서 편하게 복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택치료 시스템에 최적화된 약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국산 렉키로나주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두 약물 모두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증 및 중등증의 성인 및 만 12세 이상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투약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복용 편의성을 높인 팍스로비드가 시장 우위를 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인 것.

다만, 팍스로비드의 경우 중증의 간·신장애 환자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렉키로나주에도 희망은 있다. 일종의 틈새시장을 노려볼 만하다는 뜻이다.

현재 셀트리온은 렉키로나주를 흡입제형으로 개발하기 위해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변이 바이러스 대응력이 우수하다고 알려진 후보항체 ‘CT-P63’에 대한 글로벌 임상 1상을 연내 종료하고, 관련 데이터를 확보한 뒤 개발 중인 흡입형 치료제와의 결합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오미크론이 쏘아올린 ‘실낱 희망’…“변이 궁합, 끝까지 가봐야”

일찌감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대웅제약과 신풍제약은 임상 3상에 들어갔다. 기존 의약품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 비즈니스에 도전하고 있는 것.

먼저 대웅제약은 만성 췌장염 치료제인 호이스타를 ‘코비블록(성분명: 카모스타트 메실레이트)’이라는 이름의 경구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이 약은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와 병용 투여하는 방식으로 코로나 치료제에 쓰인다.

다만 함께 진행하던 코로나19 예방 목적의 임상 3상은 중단됐다. 백신 접종률 증가로 인해 임상 참여 환자 모집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경증 및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역시 2b상을 마쳤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3상 진입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발 늦게 개발전에 뛰어들었지만 오히려 상황을 반전시키는 곳도 있다.

일동제약은 일본 시오노기제약이 개발한 경구용 치료제 후보물질 ‘S-217622’를 공동 개발하고 있는데 지난해 연말 국내 2/3상 승인을 받았다. S-217622는 하루 한 번 복용으로 기존에 개발된 다른 치료제 대비 복용편의성을 높였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동제약은 임상 중간 결과를 확보해 올 상반기 내로 긴급사용 승인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시오노기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국내 생산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변이의 등장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유행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업계가 다양한 변이에 대한 시장 형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개발을 완료하고 시판 중인 다국적 제약사의 치료제는 상대적으로 고가로 형성돼 있는 만큼 가격 경쟁력만 갖추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며 “다만, 백신접종으로 인해 임상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비용 부담도 따르고 있어 향후 국내 제약사가 치료제 개발을 완료할 수 있을지는 더 두고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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