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등세에도 보수적 목표가 제시…공매도 ‘음모론’ 목소리도
‘악의적 저평가’ 비난했지만…정확하게 ‘맞아 떨어진’ 주가 흐름
맹목적 확신은 결국 손실로…“기업가치 평가 유연하게 접근해야”

▲ 사진=셀트리온 2공장 전경(출처: 셀트리온 홈페이지)
▲ 사진=셀트리온 2공장 전경(출처: 셀트리온 홈페이지)

셀트리온에 박한 평가를 내리던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선견지명이 있었던 걸까. 현재 이 회사의 주가는 바로 1년 전 그들의 예언치에 근접해 있다. 공매도로 이익을 보기 위해 수 년간 매도 리포트를 악용하고 있다는 음모론도 있었지만 결국 자신들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당시 거센 비판 분위기에 휩쓸려 빛 바랬던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셀트리온에 대한 기업가치 평가 기준이 다시금 재조명받고 있다.

재작년 연말,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한 셀트리온에 대한 매도 리포트를 쏟아냈다. 실제로 JP모건을 필두로 크레디트스위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은 셀트리온의 목표 주가를 13~21만 원으로 제시했다.

셀트리온의 주가는 그해 11~12월 한 달여 동안 25만 원에서 40만 원(2020.12.7. 40만3,500원)까지 수직 상승했지만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강력 매도 의견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후에도 셀트리온은 핵심사업인 바이오시밀러 부문이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연간 최대 실적을 그해 3분기 만에 돌파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의 개발 이슈까지 더해져 시장 기대치는 정점에 달했다. 그러나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자신들의 기업가치 평가 기준을 끝까지 밀고 나간 것.

당시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공매도로 이익을 보기 위해 매도 리포트를 악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시장 전반에 확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셀트리온이 수 년간 공매도 세력의 공세에 시달리며 주가가 출렁인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35~45만 원으로 제시하며 외국계 투자은행의 목표주가와 큰 괴리감을 보인 것도 투자자들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했다.

그러나 지난해 셀트리온의 주가는 2020년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계단식 하락을 거듭하며 최악의 길을 걸었다. 주가에 일부 거품이 껴있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던 당시 다수의 전망이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실제로 2020년 장 마감(12.30) 당시 35만9,000원이었던 셀트리온의 주가는 1월 5일 현재 18만7,500원으로 47.8% 하락했다. 온갖 비난에 시달렸던 외국계 투자은행만이 정확하게 주가 흐름을 예측한 것.

그동안 사업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책정해 셀트리온 저평가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비난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셀트리온은 2~3분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4분기 선전을 바탕으로 전년 대비 각각 5.2%, 9.4% 증가한 1조9,457억 원의 연매출과 7,79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추정치대로라면 역대 최고 실적을 다시 한 번 갈아치우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오랜 기간 외국계 투자은행들로부터 냉정한 평가를 받았음에도 그동안 실적으로 기업가치를 입증해왔고, 투자자들도 이에 호응했다.

그러나 최근 셀트리온을 바라보는 국내 증권사와 투자자의 시선은 예전과는 온도차가 있는 모양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30만 원 밑으로 하향된 목표주가를 그대로 놔두고 있고, 현재 주가 흐름 역시 52주 신저가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력사업인 바이오시밀러의 성장세가 완숙기에 접어든 데다 차세대 캐시카우로 지목됐던 램시마SC(피하주사제)와 코로나19 치료제(렉키로나주) 등의 성과가 시장 기대치를 한참 밑돌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즉 기업가치를 끌어 올릴 만한 중장기 모멘텀에 대한 의구심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제약바이오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관계자는 “그동안 외국계 투자은행이 셀트리온의 성장세를 지나치게 저평가한다는 비판을 투자자들로부터 줄곧 받아 왔지만 현재 결과만 놓고 본다면 가장 정확하게 기업가치를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음모론이 제기되고 이것이 확대 재생산되면 결국 시장 참여자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약바이오 섹터는 당장의 실적뿐만 아니라 중장기 성장 동력이 주가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며 “맹목적인 확신보다는 개별 기업에 대한 평가 체계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투자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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