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코러스 컨소시엄 ‘탈퇴’…자체 캐시카우 확보에 방점
당장 악재일 수 있지만…선택과 집중 전략 장기적으론 ‘긍정적’
제한적 성장성 및 외부 변수 취약…원료약 편중 구조 개선될까

▲ 사진=종근당바이오 전경(출처: 종근당바이오 홈페이지)
▲ 사진=종근당바이오 전경(출처: 종근당바이오 홈페이지)

종근당바이오가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사업에서 발을 뺐다. 대신 자체적으로 보툴리눔 톡신을 만들어 기업가치를 끌어 올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코로나 비즈니스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신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1일 <메디코파마뉴스> 취재 결과, 종근당바이오가 최근 한국코러스 컨소시엄에서 탈퇴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컨소시엄은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안 스푸트니크V의 위탁생산을 위해 조직된 모임이다.

당초 종근당은 컨소시엄 내에서 백신 원액을 바이알에 담는 완제(DP) 공정을 담당하기로 했지만 사업 불확실성이 장기간 해소되지 않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바이오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한국코러스 컨소시엄에 합류한 이후 본계약 일정이 기약없이 미뤄져 왔다”며 “러시아 측이 스푸트니크V 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스푸트니크 라이트에 초점을 맞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다 향후 글로벌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도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새롭게 진출한 보툴리눔 톡신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위탁생산 백신 사업이 여전히 시장의 주요 관심사임에도 불구하고 종근당바이오가 과감하게 발을 뺀 배경에는 사업 구조 재편에 대한 이 회사의 의지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불확실한 외부 사업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사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견인할 차세대 캐시카우 발굴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더 낫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

종근당바이오는 원료의약품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완제품 대비 원가율은 높지만 판관비 등이 적게 투입되는 사업 영역이라 그동안 마진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특히 이 회사의 간판 원료의약품들의 경우 구조적으로 글로벌 수요가 꾸준한 품목들이라 대체적으로 수급 리스크가 크지 않았다.

실제로 포타슘 클라불라네이트(Potassium Clavulanate, 베타락탐 저해제)는 부비동염, 복강 내 감염, 혐기성 균 감염 등에 두루 쓰이고, DMCT(항생제 원료)는 여드름 치료, 리팜피신(Rifampicin, 항생제 원료)은 결핵, 아카보스(Acarbose, 당뇨병 원료)는 당뇨병 치료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외부 변수가 2년여간 지속되며 이 같은 사업 안정성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 팬데믹 장기화로 글로벌 원료의약품 수요 감소 → 재고 증가 → 생산량 조절 → 매출 원가 급증이라는 악순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근당바이오가 지난해 3분기까지 올린 누적 매출은 1,09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4억 원 적자전환하며 사업성이 크게 훼손됐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의 원인에는 코로나19 이전 전체 매출에서 70~80%에 이르던 해외 수출 비중이 60%(64.4%)대로 내려앉은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즉 원료의약품에 쏠린 사업 구조의 취약성이 외부 변수에 의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관계사인 종근당건강이 프로바이오틱스 사업에서 나오는 매출로 종근당바이오의 수출 부진 공백을 일정 부분 메우고 있지만, 이를 대안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종근당바이오가 보툴리눔 톡신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한 결정적인 배경인 것이다.

종근당바이오는 지난해 충청북도 오송생명과학단지에 보툴리눔 톡신 전용 생산 시설인 오송공장을 준공했다. 총 457억 원이 투입된 이 공장은 연간 600만 바이알의 생산 능력을 갖췄으며 향후 1,600만 바이알까지 생산 규모가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 이 회사의 연간 생산 능력(600만 바이알)은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선두권 업체인 메디톡스(1,770만 바이알), 휴온스글로벌(600만 바이알), 휴젤(580만 바이알), 대웅제약(500만 바이알)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다. 종근당바이오가 보툴리눔 톡신 사업에 어느정도 기대를 걸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종근당바이오는 자체 보툴리눔 톡신 개발을 위해 최근 전임상을 마무리하고, ‘미간주름개선’을 적응증으로 한 임상 1상 시험계획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회사 측에서 공식적인 확인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임상 1상 승인이 떨어지면 이를 빠르게 마무리하고, 개발 기간 단축을 위해 임상 2·3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오송 신공장의 국내 GMP(품질관리기준), 미국 cGMP, 유럽 EU-GMP 승인 추진을 통해 자체 보툴리눔 톡신의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까지 발생하는 생산 설비 공백을 위탁생산 사업으로 최소화하는 것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종근당바이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사업 철수가 단기적으로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은 보툴리눔 톡신 사업에 대한 후속 행보를 구체화 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실보다 득이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불확실한 사업을 배제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판단이 결국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먹혀들 것이란 얘기다.

종근당바이오 관계자는 “러시아 백신 위탁생산 사업 철수는 실익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린 전략적 결정이었다”며 “불확실한 외부 사업에 역량을 투입하기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사의 미래를 담보할 차세대 성장 동력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향후 보툴리눔 톡신 사업 강화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착실히 다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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