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약바이오기업 30여 곳 기업공개 도전장 내밀 듯
'기술력의 바이오' 올해 ‘총출동’…작년 IPO 양상과 ‘대조’
제약사 알짜배기 관계사 '주목'…증시 반등 트리거 되나

임인년 새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증시 침체에도 불구하고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거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가 기술성 심사를 강화하면서 상장 문턱이 높아진 가운데 예비심사를 신청한 곳만 1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 기업공개가 예정된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주력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은 대체로 항암제, 플랫폼기술, 알츠하이머 치료제, 백신, 진단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 HK이노엔, SD바이오센서 등 대어들이 주목받았다면 올해는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과 사업구조가 탄탄한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전통 제약사들의 알짜배기 관계사들도 대거 IPO를 준비 중에 있어 침체된 제약바이오 증시가 반등할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메디코파마뉴스>가 한국거래소에 등록된 예비심사기업을 확인한 결과, ▲알피바이오(연질 캡슐) ▲이뮨메드(항바이러스 항체신약) ▲에이프릴바이오(재조합 항체신약) ▲디앤디파마텍(알츠하이머 신약) ▲퓨쳐메디신(유전체기반 신약) ▲샤페론(면역질환 신약) ▲보로노이(표적항암제) ▲루닛(AI의료)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의료용기기) ▲선바이오(PEG유도체) 등 10곳이 예비심사청구 서류를 제출하고 현재 한국거래소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애드바이오텍 ▲바이오에프디엔씨 ▲노을 3곳이 심사 승인에 따라 기업공개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애드바이오텍은 지난해 10월 28일, 바이오에프디엔씨와 노을은 12월 23일 각각 심사승인을 받았다.

애드바이오텍은 고역가 항체(특이난황항체, IgY) 생산 기술을 통해 항체의약품을 개발하는 곳으로,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13~14일 이틀간 공모청약을 받는다. 바이오에프디엔씨는 식물세포 플랫폼 기술기업으로 24일부터 이틀간 기관 투자가로부터 수요예측을 진행한 후 다음 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융복합 체외진단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노을도 공모 일정을 조정 중으로 다음 달 상장 추진이 유력하다.

이 외에도 올해 30여 곳의 제약바이오사가 IPO에 도전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보령바이오파마(백신 개발) ▲SK팜테코(CDMO) ▲지아이이노베이션(이중융합단백질 신약) ▲휴온스메디케어(소독제, 관리감염시스템) ▲동국생명과학(진단의약) ▲다원메딕스(의료기기) ▲아벨리노랩(유전자가위, 분자진단) ▲아리바이오(알츠하이머 신약) ▲J2H바이오텍(희귀질환 신약) ▲세레신(뇌질환치료제) ▲테라베스트(NK세포치료제) ▲제노스코(항암신약) ▲콘테라파마(파킨슨병 이상운동증) ▲한국코러스(백신, CMO) ▲일리아스바이오(엑소좀플랫폼) ▲뉴라클사이언스(치매항체 신약) 등이 올해 신규 상장에 도전한다.

반면, ▲와이바이오로직스(항체신약, ADC) ▲노보믹스(유전자진단) ▲엑셀세라퓨틱스(세포배양배지), ▲한국의약연구소(임상CRO)는 심사를 철회했다.

본지는 올해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제약바이오기업들 가운데 주목할 만한 회사들을 살펴봤다.

 

≫ 올 기술력 바이오사 ‘총출동’…작년 대형사 IPO 양상과 ‘대조’

보령바이오파마는 보령제약의 계열사로 백신 전문기업이다. 올 4분기 상장을 목표로 진행 중인 이 회사는 백신 뿐 아니라 전문의약품, 유전체검사, 제대혈은행 등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으며 최근 3년(2018년~2020년) 연속 1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진원생명과학, 큐라티스 등과 함께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바이오벤처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도 했다. 이 컨소시엄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후 연간 5억 도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한국코러스, 종근당바이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스푸트니크V’ 백신 기술이전 계약도 체결했다. 향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스푸트니크V에 대한 사용 승인이 나올 경우, 수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신약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유한양행이 130억 원 규모를 투자해 경영에 참여한 곳이기도 하다.

유한양행은 지난 2020년 상환전환우선주 6만9,546주(지분 9.62%)를 30억 원에 사들인 데 이어 지난해 14만6,029주를 100억 원에 추가 매수했다. 이는 항체신약 개발 기술과 단백질 의약품의 체내 반감기를 늘릴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갖고 있는 에이프릴바이오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얘기다.

실제로 에이프릴바이오는 기술수출을 통해 신약 개발 능력을 검증 받았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제약사인 룬드벡과 5,400억 원에 육박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APB-A1)’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계약금은 1,600만 달러(한화 약 192억 원)로 임상개발 및 승인 성과가 나올 경우 마일스톤으로 최대 4억3,200만 달러(5,200억 원)를 추가 지급받는 조건이다.

알피바이오는 범 대웅家에 속해 있다. 이 회사는 연질 캡슐 제형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OEM/ODM(주문자 위탁생산) 전문기업으로 하반기 기업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알피바이오는 대웅제약 창업주 윤영환 명예회장의 차남인 윤재훈 대웅제약 전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최대주주인 회사다. 다만, 2016년 알피바이오의 전신기업인 알피코프의 인적분할로 인해 알피바이오가 출범하면서 2017년 지주사인 대웅이 보유했던 이 회사의 지분은 전량 처분됐다. 이 때문에 두 회사는 더이상 계열 관계가 아닌 독립적인 사업파트너로 협력하고 있다.

알피바이오의 최근 실적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2019년 27억 원이었던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이듬해인 2020년 42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작년 영업이익은 최소 5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회 기업공개에 성공할 경우 브랜드 효과에 따른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뮨메드는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로 관심받고 있는 기업이다. 지난해 8월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고 예비심사청구서를 접수한 상태다. 앞서 2020년에는 기술성 평가에서 고배를 마시며 당시 상장 문턱을 넘지 못한 바 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최근 인플루엔자 폐렴 등 감염증 질병에 대한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 ‘hzVSF-v13’이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상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러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진행했던 ‘hzVSF-v13’ 임상 2상 결과를 이달 중 공개하고, 임상 3상 절차를 밟아 긴급사용승인(EUA)을 획득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자체 개발한 고효율 스크리닝 시스템 플랫폼(GI-SMART)을 기반으로 글로벌 빅파마들과 면역항암제, 알레르기치료제 등에 대한 기술이전 및 공동임상 협약 등을 맺으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대표적으로 면역항암제 ‘GI-101’은 앞서 지난 2019년 중국 심시어社에 총 9,000여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 됐으며, 현재 머크(2020년 7월), 아스트라제네카(2021년 12월)와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머크와 아스트라제네카는 자사가 각각 보유한 '키트루다', '임핀지'와의 병용 임상을 통해 효과를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지아이이노베이션은 2020년 7월에도 알레르기 치료 후보물질을 유한양행에 1조4,000억 원 규모로 기술을 이전하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초대형 라이선스 아웃(기술이전)에도 불구하고 수익이 인식되기까지는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구개발 투자 증가에 따라 2020년 이 회사의 당기순손실은 760억 원 규모였으며 지난해 9월까지 1,402억 원으로 적자 폭이 크게 늘어났다.

이들 외에도 동국제약의 계열사로 국내 조영제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동국생명과학, SK의 자회사로 위탁개발생산(CDMO)을 주력으로 하는 SK팜테코에 주목할 만하다. SK팜테코가 올해 IPO에 성공할 경우 2020년 SK바이오팜, 2021년 SK바이오사이언스에 이어 또 한 번의 SK 열풍을 이어가게 된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작년 IPO 기업 10곳 중 7곳 공모가 밑돌아…올 기업공개 시점 ‘저울질’

올해 IPO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 가운데 일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진입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기업공개가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이들 상당수가 증시 침체에 따라 공모가를 밑도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장에 성공한 제약바이오기업(의료기기 등 포함) 19곳 가운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돈 기업은 12곳에 달했다. 10곳 중 7곳은 당초 공모가보다 주가가 떨어진 셈이다.

지난해 공모가보다 주가가 낮았던 기업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공모가 3만2,000원→12월30일 종가 2만850원) ▲뷰노(2만1,000원→1만8,900원)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1만2,400원→9,600원) ▲라이프시맨틱스(1만2,500원→9,580원) ▲진시스템(2만 원→1만1,450원) ▲큐라클(2만5,000원→2만2,650원) ▲HK이노엔(5만9,000원→5만2,500원) ▲딥노이드(2만1,000원→1만8,300원) ▲한컴라이프케어(1만3,700원→8,870원) ▲바이젠셀(5만2,700원→3만6,850원) ▲바이오플러스(3만1,500원→2만7,500원) ▲지니너스(2만 원→1만2,750원)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모가를 웃돈 기업은 ▲네오이뮨텍(공모가 7,500원→12월30일 종가 1만350원) ▲바이오다인(3만 원→3만3,400원) ▲SK바이오사이언스(6만5,000원→22만5,000원) ▲에이디엠코리아(3,800원→5,940원) ▲SD바이오센서(5만2,000원→5만5,900원) ▲차백신연구소(1만1,000원→1만1,100원) ▲툴젠(7만 원→9만600원) 7곳으로 확인됐다.

제약바이오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한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기업공개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주식시장에서 제약바이오의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어 IPO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올해 증시 여건이 좋아질 경우 그 동안의 관망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상장 추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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