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사라진 독감약 시장…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나비효과’
단계적 일상 회복 중단하자 환자 급감…처방 수요 ‘절벽’ 지속
독감약 시장 ‘틈새 노린’ 주사제, 작년 론칭…업체는 ‘속앓이’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코로나19가 국내 치료제 시장의 생태계까지 교란시켰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와 개인위생 인식이 높아지자 독감 환자가 급감하면서 관련 의약품 시장이 2년 간 사실상 셧다운 된 것이다. 여기에 최근 확진자 급증으로 정부가 방역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데다 단기간에 완화될 가능성도 크지 않은 만큼 독감약 수요의 균열은 올 연말에나 정상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보통 독감으로 알려져 있는 인플루엔자는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매년 성인 인구의 5~10%, 소아의 20~30%가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300~500만 명이 중증으로 악화되고, 30~70만 명은 사망에까지 이른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장 이후 이 같은 양상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팬데믹 장기화로 개인위생 인식이 급격히 높아지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해외 이동 제한 등이 더해지면서 환자 발병률이 드라마틱하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매년 11월부터 독감 환자 수가 증가하기 시작해 12월과 이듬해 1월 절정에 이르렀다가 3~4월에 감소하는 유행 패턴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 같은 데이터는 지난 2년 간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 것.

실제로 질병관리청이 수집한 2020~2021년 200병상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 219곳의 인플루엔자 입원 환자 수는 211명으로, 2019~2020년 1만2,660명보다 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 간 병원 1곳 당 독감으로 입원한 환자 수가 단 1명 꼴이었던 셈이다.

또 2020~2021년 사이 인플루엔자 환자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1,000명당 4.0명을 기록한 46주차(11월 첫 째주)였는데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2020년 최고치를 찍었던 52주차의 49.8명에 비해 92%가 쪼그라든 수치다.

상황이 이런 만큼, 지난 2020~2021 동절기 시즌에 사실상 휴업 상태였던 국내 독감약 시장은 2021~2022 시즌에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남은 유행 기간 역시 독감약 수요의 진공상태는 변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된 지난해 11월 첫째 주(45주차, 3.3명)와 둘째 주(46주차, 4.0명)에 인플루엔자 환자 수가 잇따라 시즌 최고치를 경신하며 한 때 독감약 시장이 되살아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는 확진자 급증으로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계적 일상 회복이 중단되기 2주 전인 11월 셋째 주부터 발병 환자 수는 3.6명(47주), 3.5명(48주), 2.4명(49주), 2.7명(50주), 1.9명(51주), 2.1명(52주) 빠르게 내려갔다. 이는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외래환자 1,000명당 5.8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 때문에 독감약을 보유하고 있거나 지난해 하반기 품목을 론칭한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올해 동절기 사업을 사실상 포기한 분위기다.

특히 타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독감약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상반기 주사제인 페라미비르 제제를 출시한 일부 업체들은 허탈함을 애써 숨기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독감 시즌은 지난해보다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내부적으로 여러 준비를 해왔는데 아쉽게 됐다”며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독감약 수요가 크게 감소하기는 했지만 시장 자체가 소멸한 것은 아닌 만큼 기회가 올 때까지 사업 기반을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