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항암제 이후 10년만에 나온 ‘생존율 개선’ 치료법
고가 치료제 + 고가 치료제 조합, ‘약가 결정’이 관건
암심의위 지난해 통과…아바스틴 약가인하 ‘청신호’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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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간세포암 분야의 핵심 이슈는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과 표적항암제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의 국민건강보험 진입 여부다. 10여년 만에 나온 새로운 치료법으로 환자의 생명 연장을 입증했지만, 고가의 치료제 간 조합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까지도 여러 초고가 의약품에서 정부와 제약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건강보험 적용이 지연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재정 지속성’과 ‘환자 접근성 강화’, 그리고 ‘약가’ 사이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새로운 고가 치료제의 급여화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급여권에 진입하기 위한 긍정적인 여건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다만 여전히 절대적인 약가 자체가 높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 과정이 순조롭지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효과는 입증…‘문제는 약가’

지난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간세포암 1차 치료 적응증을 승인했다. 이 결정에 근거가 된 연구는 2019년 발표된 IMBRAVE150 임상 결과다.

IMBRAVE150 연구는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과 기존 1차 치료 표준요법인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를 비교한 임상이다.

연구 결과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넥사바 대비 전체 생존기간(OS)을 5.8개월 연장(19.2개월 vs 13.4개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6.8개월로 넥사바의 4.3개월 대비 2.5개월 효과적이었으며 이를 통해 전체 사망 위험을 넥사바 대비 42%,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41% 줄였다.

객관적 반응률(ORR) 역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35.4%, 넥사바가 13.9%로, 우월성이 확인됐다.

당시 이 결과는 글로벌 시선을 끌어 모았다. 2000년대 중반 넥사바 등장 이후 10여년 간 수많은 후보물질이 간세포암에서 고배를 마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가 2018년 등장했지만, 이 또한 넥사바 대비 생존 연장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이 결과를 통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글로벌 주요 가이드라인에서 간세포암 환자의 전신치료에 최우선 권고 약제로 올라섰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간세포암 1차 치료제로서 지닌 가치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병용하는 두 약제의 단가가 높다는 장애물이 있다.

전 국민이 지불하는 국민건강보험에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더욱 명확한 데이터, 혹은 약가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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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121명 리얼월드 연구 결과…“IMPOWER150 결과와 같은 선상”

국내에서 국민건강보험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한국인 대상 임상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내용 임상 데이터가 없으면 허가가 나지 않아 이 경우 가교임상(해외 의약품에 대한 한국인 안전성 평가)을 진행하기도 한다. 반대로 한국인 데이터가 충분하다면 급여 협상에서 중요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IMPOWER150 연구에 참여한 한국인 환자는 4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2018년 국내 임상 계획 승인 당시 글로벌 피험자 480명 중 한국인은 40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연구가 승인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에 대한 한국인 리얼월드(실제임상현장) 연구를 발표했다. 이 데이터는 IMPOWER150 임상에서 부족했던 한국인 대상 데이터의 깊이를 더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11월 국제간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리버 인터네셔널(LIVER INTERNATIONAL)에는 ‘한국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에 대한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제품명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이라는 논문이 게재됐다.

이 연구는 2020년 5월~2021년 2월 국내 11개 기관에서 1차 치료제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을 투여한 138명의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 데이터를 후향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종 분석에 포함된 환자는 121명이었다.

추적기간 중앙값 5.9개월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투여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6.5개월, 객관적 반응률은 24.0%로 나타났다. 전체 생존기간은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결론에서 “한국의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도 IMPOWER150 임상과 동일 선상의 효과 및 안전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 아바스틴 30% 약가 인하…바이오시밀러 출시도 급여 진입 ‘청신호’

충분한 데이터가 있다고 해도 약가가 기존 치료제와 큰 차이를 보인다면 국민건강보험 적용은 어려워진다.

그러나 제약사 입장에서는 책정된 약가를 유지하며 건강보험에 등재되길 바란다. 정부와 기업 간 벌이는 약가 협상이 팽팽한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호재가 나왔다. 아바스틴의 특허가 국내에서도 만료됨에 따라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나온 것이다.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면 약가 제도에 따라 오리지널 의약품인 아바스틴의 약가도 인하된다.

지난 3월과 5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온베브지와 화이자의 자이라베브가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로서 국내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이에 따라 10월 1일부터 아바스틴의 약가가 조정된 것.

아바스틴 100mg 1바이알은 기존 33만387원에서 23만1,271원으로, 400mg 1바이알은 107만5,351원에서 75만2,746원으로 각각 30%씩 떨어졌다.

이제 협상은 떨어진 아바스틴 약가에서부터 시작된다. 게다가 온베브지의 경우 100mg 1바이알이 20만8,144원으로 아바스틴 대비 10%가량 약가가 낮다. 해외에 비해서는 약가 차이가 크지 않지만, 급여권 진입에 있어서 바이오시밀러의 존재는 장점이 될 수 있다.

현재 화이자의 자이라베브 역시 출시 절차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당초 고가의 항암제 두 개를 사용하는 요법이라 급여 등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암질환심의위원회를 빠르게 통과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며 “간세포암 환자들도 올해 안에 최신 치료제를 급여 혜택 속에서 투여받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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