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총순위 ‘지각변동’…배터리·반도체·게임 주도 세력 ‘점령’
실적·성장성 흐릿하면 소외 분위기 뚜렷…까다로워진 ‘투심의 눈’
“도박 의지한 투심 현혹 벗어나야…신뢰 회복 발판 마련 시급”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코스닥 시장 주도 세력이었던 제약바이오의 위세가 급격히 축소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시가총액 순위 상위권을 점령하던 이들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실적과 성장성을 앞세운 배터리·게임 업체에 자리를 내어주는 모양새다. 막연한 기대감 만으로 고평가 받던 제약바이오의 호시절은 이제 지나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정책이 강화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개인 여가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배터리, 게임 관련 기업들이 새롭게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반면 그동안 터줏대감 역할을 해왔던 제약바이오기업들은 하락세가 뚜렷했다.

실제로 배터리 업체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의 지난해 시총 순위는 2020년 대비 각각 5계단, 16계단 상승해 2위, 4위에 랭크됐다. 게임업체 펄어비스(9위→3위)와 카카오게임즈(8위→5위) 역시 순위를 대폭 끌어 올렸고, 게임과 블록체인을 결합시켜 주목 받고 있는 위메이드는 순위권 밖에서 단번에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셀트리온제약은 2위에서 7위, 씨젠은 3위에서 11위, 알테오젠은 4위에서 10위, 에이치엘비는 5위에서 8위로 내려앉았다. 제넥신, 휴젤, 메드펙토는 아예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 2020년 코스닥 시총 순위 1~5위까지 모두 제약바이오기업(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씨젠, 알테오젠, 에이치엘비 순)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1년 사이에 격변이 일어난 셈이다.

이 같은 코스닥 시장 재편 분위기는 시총 20위권 내 제약바이오 업체 비중 추이를 살펴봐도 명확하게 감지된다.

실제로 제약바이오기업의 수는 2018년 9개, 2019년 9개, 2020년 8개, 2021년 6개로 하락세가 완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 자료 출처=한국거래소,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자료 출처=한국거래소,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이처럼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는 배경에는 흐릿해진 미래 청사진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0년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수혜를 봤던 기업들은 사업가치와 실적 연속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데 실패했고, 신약개발 기업은 파이프라인에 대한 잠재성 외에 실질적인 성과를 장기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지난해 내내 침체의 늪에 빠져 좀처럼 반등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섹터보다는 실적과 성장성을 겸비한 타 산업 섹터로 투심이 옮겨가는 현상이 올 들어 더 두드러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몇 년전만 해도 매출이 수 십억~수 백억 원, 심지어 실적이 전무한 업체라도 유망한 신약 파이프라인 하나로 시총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때를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제약바이오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관계자는 “최근 코스닥 시장은 전 세계 산업 트렌드와 궤를 함께하면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겸비한 업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제약바이오도 도박에 가까운 사업으로 투심을 현혹하는 그간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 왔다. 명확한 미래 비전 제시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발판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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