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NA 백신 추가접종 ‘회의적’…“반복된 투여, 항체 생성 저하”
“젊은층 추가 접종 글쎄…고령층·기저질환자는 4차 접종해야”
외국 사례 의존은 그만…“한국형 백신접종 전략 수립 시급”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코로나19가 새 국면을 맞았다. 향후 4차 접종 전략이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를 핵심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의 추가 접종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으로, ‘한국형 백신접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19일, <메디코파마뉴스>는 국내 호흡기·감염학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이 말하는 '한국형 4차 백신 접종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 질병관리본부장 역임 정기석 교수, “4차 접종 필요하지 않다”

▲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정기석 교수
▲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정기석 교수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한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4차 접종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현재 mRNA 백신의 항체 지속 효과는 3개월인데 그렇다고 때 맞춰 반복해서 접종할 수는 없다”며 “이미 3차 접종만으로도 충분히 백신이 들어간 상황에서 이후 N차 접종은 과잉 접종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4차 접종을 해야 한다면 정부는 확실한 근거를 대야 한다”며 “외국 사례는 의미가 없고 한국형 백신 접종 전략을 수립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해외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 유럽의약품청(EMA) 마르코 카발레라 백신 전략 책임자는 “잦은 백신접종은 면역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오미크론의 경우 팬데믹(대유행)에서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이일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4차 접종을 시행하고 있는 이스라엘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이스라엘 현지 감염병 전문가인 에얄 레셈 셰바 메디컬센터 교수는 “3차 접종만으로도 충분한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오미크론 변이처럼 독성이 약한 바이러스가 지속될 경우 추가접종은 필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피력했다.

≫ 김우주 교수, “젊은층, 추가 접종 글쎄…고령층·기저질환자는 4차 접종해야”

▲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
▲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백신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오리지널 바이러스로 만든 것들이다. 수차례 변이가 진행된 오미크론에 대해서는 예방 효과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실제로 화이자 백신을 2차까지 접종한다 해도 오미크론 변이 예방 효과는 1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차까지 접종해야 70% 예방 효과가 나타나는데 이마저도 3개월이 지나면 효과가 절반으로 떨어진다”며 “오미크론 변이에 한해서는 3번을 접종해야 1회의 접종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교수는 고령층과 기저질환자의 경우 4차 접종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하자 고령층과 기저질환자를 대상으로 3차 접종을 서두른 바 있다.

당시 60대 이상 고령층은 별다른 예약 없이 의료기관에서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3차 접종률이 빠르게 80%를 넘어섰다.

문제는 이달 말부터 오미크론 변이가 본격적으로 유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간 단위로 평가하는 국내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 비중은 12월 첫째주 1.7%에서 1월 첫째주 12.5%로 한 달 사이 10% 이상 급증했다. 특히, 해외유입 확진자 중 88%가 오미크론 확진자일 정도로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게다가 이달 말 설 연휴로 인한 이동량 증가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우주 교수는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그 때쯤 되면 지난 연말에 3차 접종했던 사람들의 예방 효과도 현저히 떨어졌을 것”이라며 “결국 고령층과 기저질환자를 중심으로 돌파감염이 이뤄지면서 이들이 위중증 환자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18~49세 젊은층에서는 백신접종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이 많은 만큼 무리해서 추가 접종을 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최근 외신에서 잦은 백신 접종이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은 아직까진 이론일 뿐 입증된 바는 없다. 이스라엘과 덴마크가 4차 접종을 시행 중이고, 독일도 논의 중이다. 우리나라도 3차 접종 후 항체가의 변화 양상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한 후 추후 접종을 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엄중식 교수, “반복된 백신 접종, 항체 생성 능력 저하”…추가접종 ‘회의적’

▲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
▲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

앞서의 정기석, 김우주 교수와 달리 4차 접종에 대한 결정을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추가 접종이 필요한 집단은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어떤 백신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 자료가 부족한 만큼 쉽게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현재 추가 접종을 했을 때 효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실제로 4차 접종 시 백신 효과가 어느정도 나타나는지 알기 어려운 데다 지속시간도 충분하지 않은 점이 추가 접종을 결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령자나 면역저하자 등은 다른 연령 대비 항체가 빨리 감소하는 만큼 4차 접종은 필요하다는 것이 엄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mRNA 백신을 추가 접종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엄 교수는 “백신 접종이 반복될수록 항체가 만들어지는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일부 백신에서 존재한다”며 “mRNA 백신을 반복 접종할 경우 성분 자체가 변이 바이러스에 특이하게 맞춰간다고 하더라도 항체를 비슷하게 만들어낼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백신 보호 효과는 더 떨어질텐데 4차 접종도 똑같은 백신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4차 접종을 동일한 플랫폼의 백신으로 할지 아니면 단백질 재조합 백신으로 갈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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