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제약 지수 시총, 올 10거래일 만에 각각 10%·8% ‘폭락’
대외변수 및 성과 부진 맞물린 결과…‘누적된 피로감’ 투심 악화
마땅치 않은 분위기 반전 카드…“올해도 조정 장세 지속될 듯”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제약바이오가 시계제로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돌파구로 삼을 만한 모멘텀 부재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대외 변수로 전체 시장 분위기마저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약바이오 섹터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상위사들의 조정세가 지속되면서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올해 제약바이오의 반등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까닭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가 지난해 연말 반등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올 들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움직임과 오미크론 변이 등 대외 변수와 최근 하락세가 뚜렷한 상위사들의 주가 흐름이 맞물리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코스피 의약품 지수 시가총액은 올해 증시 개장 이후 단 10거래일(1.3~1.14) 만에 10%가 빠지며 130조 원(137조1,810억 원→125조1,270억 원) 선이 무너졌다. 코스닥 제약 지수 시총 역시 같은 기간 50조1,220억 원에서 46조4,250억 원으로 8%가 빠졌다.

이같이 단기간에 주요 제약바이오 지수의 시총이 쪼그라든 배경에는 상위사들의 부진한 주가 흐름이 자리잡고 있다.

코스피 의약품 지수 구성 종목에서 시총 상위 10개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유한양행, 한미약품, GC녹십자, 대웅제약, 신풍제약, 진원생명과학 등인데, 이들이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5%를 웃돈다.

최근 이들 기업 대다수는 좀처럼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코스피 의약품 지수에서 약 2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셀트리온이 최근 분식회계 의혹으로 급락을 거듭하며 조정의 골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코스닥 제약 지수 역시 마찬가지다. 전체 시총의 약 40%를 담당하고 있는 셀트리온제약, 씨젠, 에스티팜, 휴젤, 에이비엘바이오, HK이노엔, 유바이오로직스, 바이오니아, 한국비엔씨, 네이처셀 등 10개 업체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며 지수 반등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처럼 제약바이오 섹터를 지탱하고 있는 주요 기업들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지난해 내내 이어졌던 조정 장세가 올해도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마땅한 카드가 눈에 띄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이들 기업 중 상당수가 그동안 코로나19 백신·치료제·위탁생산 사업으로 주목 받아왔는데 실질적인 성과는 제한적이었던 데다 이를 대체할 상승 모멘텀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에 무게가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제약바이오 섹터의 주요 관심사인 신약 개발 이슈도 분위기 전환용으로 활용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평가다. 지난해 다수의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기술수출 성과를 냈음에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전 세계적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대유행하면서 임상 일정이나 발표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신약 이벤트 기대감을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제약바이오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섹터는 당장의 결과물보다는 잠재력에 더 많은 가중치가 부여되는 영역인 건 사실이다”면서도 “다만 그동안 만족할 만한 성과보다는 실패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만큼 누적된 투심의 피로감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코로나19 테마주들이 부진을 거듭하면서 증시 분위기를 더 악화시키는 역할을 했다”며 “올해는 제약바이오 전반의 반등보다는 개별 기업의 사업 경쟁력에 따라 시장의 관심이 편중되는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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