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큐아 급여 시 ‘순차치료’ 현실화…최대 3차까지 ALK TKI 급여권
급여 기준 단순화로 알룬브릭 ‘최대 수혜’ 예상…기존 약점 극복하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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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로비큐아(성분명 롤라티닙)가 국민건강보험 급여권에 근접했다. 이 약의 보험급여 기준에 따라 알룬브릭(성분명 브리가티닙)의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는 로비큐아의 급여기준을 설정했다. 이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협상을 거치면 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최근 항암제에 대해 약평위가 암질심의 의견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로비큐아의 급여화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점은 암질환심의위원회가 통과시킨 로비큐아의 급여 기준이다.

19일 <메디코파마뉴스> 취재 결과 암질심은 로비큐아의 급여 기준을 허가사항에 비해 단순화 시켰다. 특정 성분이 아닌 1·2세대 ALK 저해제로 구분한 것.

로비큐아의 허가사항은 알레센자(성분명 알렉티닙) 또는 자이카디아(성분명 세리티닙)를 1차 ALK 저해제로 치료받은 이후,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 및 적어도 다른 1개의 ALK 저해제로 치료받은 경우다.

허가사항 대로라면 1차 치료제로 알룬브릭을 사용할 경우 2차 약제로 로비큐아를 사용할 수 없다. 1차 잴코리 치료 후 2차에서 알룬브릭을 사용할 경우에는 로비큐아를 사용할 수 있지만, 사실상 사용량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로비큐아가 글로벌 허가 임상에 돌입하기 전까지 알룬브릭이 1차 치료 적응증을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다. 미국에서 알룬브릭의 1차 치료 허가는 2020년 5월에야 이뤄졌다.

실제로 로비큐아의 허가 임상은 알룬브릭을 제외한 채 진행됐고 국내·외 허가사항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현재 알룬브릭을 1차 약제로 사용한 뒤 로비큐아로 이어지는 치료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는 없는 상황이다.

≫ 과거 DPP-4i·SGLT-2i 병용 급여화 ‘잡음’…로비큐아, 학계 분위기는?

학계에서는 1차로 알룬브릭을 사용한 이후에도 로비큐아를 처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알룬브릭을 포함한 로비큐아의 급여 관련 의견서도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학회의 의견은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하고 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진료지침에 따르면,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1차 치료제로 알룬브릭을 카테고리1로 권고하고 있으며 1차 치료제 사용 후 재발 시 로라티닙의 사용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암학회(ESMO) 가이드라인 역시 알룬브릭을 포함한 2세대 ALK 저해제 사용 후 질병이 진행된 환자에게 로비큐아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허가사항 외 처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당뇨병 치료제 DPP-4 억제제와 SGLT-2 억제제의 병용요법을 급여화 하는 과정에서 허가사항 외 처방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로 인해 DPP-4 억제제와 SGLT-2 억제제의 병용요법은 여전히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로비큐아의 경우 학회 내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허가사항 외 급여권 진입이 일단은 긍정적인 상황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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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비큐아 급여 기준, ‘최대 수혜’ 제품은 알룬브릭…왜?

암질환심의위원회가 설정한 기준대로 로비큐아가 급여권에 진입한다면 알룬브릭은 최대 수혜 제품이 된다.

의약품 시장조사 업체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ALK 저해제 알레센자는 지난해 상반기 15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2016년 국내 허가를 획득한 알레센자는 2018년 1차 치료제로 급여권에 진입하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약은 ALEX 연구에서, 1차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무진행생존기간(PFS)이 34.8개월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잴코리에서 확인된 10.9개월 대비 23.9개월 개선한 결과였다.

알레센자는 모든 하위집단에서도 잴코리 대비 생존기간을 개선했으며 뇌전이에서도 우월성을 입증했다. 사실상 잴코리와 약효에 대한 논쟁을 끝내는 결과였다.

다만, 알레센자는 1차 치료제로 사용할 경우 후속 옵션이 부재하다는 게 한계점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로비큐아의 등장으로 해결됐다.

현재 알레센자의 가장 강력한 경쟁 제품은 알룬브릭이다. 이 약은 지난해 4월 1차 치료제로 급여권에 진입했다.

ALTA-1L 연구에서 알룬브릭의 무진행생존기간은 24개월로, 잴코리군의 11개월 대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 평가의 무진행생존기간은 29.4개월에 달했으며 알레센자와 간접 비교에서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뇌전이 환자에서 두개 내(intracranial) 객관적 반응률(ORR)이 78%에 달하면서 알룬브릭의 장점이 부각됐다.

다만 로비큐아의 허가사항이 문제였다. 현재의 기준으로는 알룬브릭을 1차에 사용했을 때 처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급여기준마저 허가사항을 따를 경우, 알룬브릭의 시장성 확대는 어려움이 자명했다.

이번 암질환심의위원회의 급여 기준 설정으로 알룬브릭은 큰 산을 넘었다는 평가다. 로비큐아의 급여화가 알룬브릭과 알레센자의 본격적인 경쟁을 촉발할 상황인 것.

국내 ALK 저해제 업계 관계자는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다양한 저해제가 시장에 나오면서 치료 옵션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2세대 ALK 저해제의 사용이 환자의 장기 생존율을 높이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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