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대비 효과성…팍스로비드, 몰누피라비르에 ‘판정승’
팍스로비드, 물량 도입도 순항 중…‘한숨 돌린’ 정부 여유
서둘 이유 없는 정부…수급 불안 없다면 화이자로 충분
확진자 추이가 ‘변수’…“政, 승인 여부 보수적 검토할 듯”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먹는 코로나 약 몰누피라비르의 승인이 예상과 달리 늦어지고 있다. 이 약은 당초 국내에 가장 먼저 도입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후발주자인 팍스로비드에게 자리를 내줬다. 정부의 물량 확보 전략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 데다 방역체계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면서 신속 도입 목소리마저 잦아든 상황이다. 경구약의 수급 불안 문제만 없다면 정부가 몰누피라비르의 승인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가 머크(MSD)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승인에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처음 알려졌던 이 약의 입원·사망 중증화 효과가 당초 50%에서 30%로 낮아진 만큼 추가 검토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설명이다.

그동안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던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경우, 보통 국내에서 빠르게 사용 허가를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몰누피라비르의 승인 지연은 이례적이다.

식약처가 몰누피라비르 심사에 여유를 부리는 데에는 최근 승인 결정이 떨어진 화이자의 팍스로비드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이 약의 입원·사망 중증화 효과는 88%로, 몰누피라비르의 30%를 월등히 앞선다. 팍스로비드(63만 원)의 약 값도 몰누피라비르(83만 원) 보다 20만 원 저렴해 가격경쟁력에서도 앞선다.

여기에 당초 7만 명분에 그쳤던 팍스로비드의 확보량이 최근 76만2,000명분으로 대폭 확대되면서 사실상 몰누피라비르의 가치가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그래서일까. 정부는 몰누피라비르의 추가 물량 확보에 소극적인 분위기다.

실제로 팍스로비드의 구매량이 단기간에 10배 이상 늘어난 것과 달리 몰누피라비르의 계약 물량은 24만2,000만 명분으로 변화가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몰누피라비르의 승인 시점이 국내 확진자 증감 추이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확진자가 급증해 팍스로비드 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식약처가 몰누피라비르의 승인 심사를 무리해서 진행하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식약처가 결정을 미룰 만한 이유는 또 있다. 몰누피라비르가 승인될 경우 당초 개발사와 체결했던 구매약관이 본계약으로 이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몰누피라비르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사실상 세컨드 옵션인 데다 국민들의 인식도 좋지 않은 만큼 식약처 입장에선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것.

익명을 요구한 약업계 관계자는 “팍스로비드 초도 물량을 잘 활용한다면 당장 경구약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몰누피라비르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차선책으로 남겨두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몰누피라비르가 암이나 기형 등의 부작용 이슈와 낮은 치료 효과 등으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라 비용 대비 효과성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식약처가 시간을 두고 몰누피라비르의 승인 여부를 보수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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