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장 치료 TTF, 생존률 ‘개선’…연내 데이터 판독 기대
면역항암제 부스터 ‘기대주’ TIGIT, 반응률 개선 이뤄내나
EGFR TKI 내성, 면역항암제+VEGF 억제제 ‘콤보’로 잡을까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폐암은 지난 20여년 간 가장 빠르게 새로운 혁신 치료법이 도입된 암종이다. EGFR, ALK 등 유전자 변이에 의한 암 발생을 표적하는 치료제에다가 면역항암제까지 잇따라 효과를 보인 영역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인 암 사망률 1위는 폐암이다. 발생 환자 수가 많고 새로운 치료법에도 여전히 예후가 나쁜 경우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4~2018년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2.4%다. 1993~1995년 12.5%에서 큰 폭으로 개선된 수치다. 하지만 전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같은 기간 42.9%에서 70.3%까지 올라선 것을 감안할 때 폐암은 여전히 혁신적인 치료법이 요원한 상황이다.

21일 <메디코파마뉴스>는 폐암 가운데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비소세포폐암 분야에서 진행 중인 주목할 만한 연구를 선정했다. 이들 연구가 성공한다면 폐암 환자의 삶의 질과 생존율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전기장 종양치료 기기 TTF, LUNAR 임상 결과 ‘긍정적’

전기장 종양치료(TTF, Tumor Treating Fields)는 체내에 전기장을 일으켜 암 세포의 성장을 방해하는 기전이다. 암세포에만 특징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환자의 삶의 질과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노보큐어社는 최근 전기장 종양치료 기기인 TTF의 비소세포폐암 임상 3상인 LUNAR 연구의 환자 모집을 완료했다.

TTF는 전기를 세포 내에 충전된 단백질을 이용, 암세포를 전기 자극에 취약하게 만드는 방식의 치료법이다. 앞서 이 방법은 뇌종양에서 효과를 확인하고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당초 LUNAR 연구는 백금 기반 화학요법에 실패한 비소세포폐암 4기 환자 534명을 대상으로 미국, 유럽, 중국 등 124곳의 시험기관에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종료 목표는 2023년 9월이었다.

연구에 등록된 환자는 면역항암제 혹은 도세탁셀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표준치료군과 표준치료에 TTF 치료를 더한 TTF군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1차 목표점은 표준치료군 대비 TTF군의 전체 생존율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독립모니터링위원회(DMC)는 LUNAR 임상의 기존 계획이었던 534명의 환자 모집을 276명으로 축소하고 추적관찰 기간 또한 1년으로 줄일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가 210명에 대한 중간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대조군에 배정된 환자에게 비윤리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대로 말하면, TTF군의 치료 경과가 그만큼 좋다는 긍정적인 신호인 것.

현재 LUNAR 임상 계획은 276명에 대한 1년 추적 관찰로 변경됐으며 환자모집까지 완료한 상태다.

이번 연구는 연내 데이터 판독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면역항암제 취약점 ‘반응률’…TIGIT 억제제, 돌파구 마련하나

면역항암제는 암 환자의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주목받는 치료제다. 하지만 20% 수준의 낮은 반응률은 아직 풀어야할 과제다. 일단 약에 반응하기만 하면 획기적인 효과를 내지만, 면역항암제에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나머지 환자의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면역항암제의 반응률을 높이는 방법을 찾기 위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배경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TIGIT 억제제 역시 면역항암제 반응률을 개선하기 위해 나온 후보물질이다.

최근 열린 유럽임상종양학회 면역항암 학술대회 2021(ESMO-Immuno-Oncology Congress 2021)에서는 로슈의 TIGIT 억제 기전의 후보물질인 티라고루맙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CITYSCAPE 임상 2상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135명의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 임상에서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에 티라고루맙을 추가 했을 때 객관적 반응률(ORR)은 38.8%로 티쎈트릭 단독 투여군의 20.6%에 비해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티라고루맙을 추가한 투약군에서는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1.7개월(5.6개월vs3.9개월) 개선했으며 질병 악화, 혹은 사망 위험을 38% 줄인 것으로 관찰됐다. 전체 생존기간(OS)은 티라고루맙군 23.2개월, 티쎈트릭 단독군이 14.5개월로 확인됐다.

특히 PD-L1 발현율이 50%를 넘는 환자에선 객관적 반응률이 69%에 달하면서 티쎈트릭 단독 치료군의 24.1% 대비 획기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해당 환자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티라고루맙군이 16.6개월, 티쎈트릭 단독군이 4.1개월로 1년 이상 효과적이었다.

TIGIT 억제제 후보물질은 로슈 외에도 여러 제약사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면역항암제 반응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EGFR TKI 내성 환자 치료, 면역항암제+VEGF 억제제 콤보 요법 ‘주목’

비소세포폐암에서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는 절차는 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로 여겨진다. 이는 약의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일종의 지표와 같기 때문이다.

비소세포폐암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유전자 변이는 EGFR 변이다. 서양인의 경우 15% 내외이지만, 한국인은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40%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쓰여지는 표적치료제는 1세대 약물에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와 타쎄바(엘로티닙), 2세대 치료제로 통하는 지오트립(아파티닙)과 비짐프로(다코미티닙), 3세대인 타그리소(오시머티닙)와 렉라자(레이저티닙)로 구분된다.

타그리소로 대표되는 3세대 표적치료제는 기존 치료제 대비 이상반응 가능성을 낮추면서도 뇌전이 환자에서 효과를 거둬 주목 받았다.

문제는 3세대 표적치료제를 사용한 뒤 내성이 발생했을 때 사용 가능한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후속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배경이다.

이 가운데 면역항암제 티비트(성분명 신틸리맙)와 VEGF 억제제인 베바시주맙의 조합이 3세대 표적치료제의 후속 약제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열린 유럽임상종양학회 가상 기조강연(ESMO-Virtual Plenary)에서는 두 약제 조합의 효능을 평가한 임상 3상 연구인 ORIENT-31의 중간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이 연구는 1·2세대 표적치료제를 사용한 뒤 T790M 변이가 음성이거나 3세대 표적치료제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444명의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티비트·베바시주맙·페메트렉시드·시스플라틴 4제 요법군, 티비트·페메트렉시드·시스플라틴 3제 요법군, 페메트렉시드·시스플라틴 2제 요법군으로 나뉘어 각 치료군별로 효능이 관찰됐다.

최근 공개된 중간 결과, 4제 요법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6.9개월로, 2제 요법군의 4.3개월 대비 2.6개월 개선을 보였으며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3.6%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객관적 반응률 역시 4제 요법군이 2제 요법군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을 진행한 쉬언 루(Shun Lu) 상하이 흉부병원 교수는 “EGFR 표적치료제는 초기에 임상적 반응이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필연적으로 내성이 발생한다”며 “현재 내성 발생 환자에게 화학요법이 표준으로 권고되고 있지만, 사실상 혜택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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