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주가 방어 노력에도 투심 냉담…올 들어 ‘52주 신저가’ 속출
시총 상위 20개사 대부분 고전…중소형 업체도 조정 분위기 ‘확산’
악재 확대 재생산에 반등 ‘요원’…제약바이오 투매 우려 목소리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제약바이오를 대표하는 상위사들의 주가 하락세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호재성 소식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주가 방어에 안간 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상위사들의 조정 분위기가 거세지자 중소형 업체에도 그 파급력이 미치는 모양새다. 제약바이오 섹터 전반에 대한 투매 현상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배경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섹터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겪었던 만큼 올해 반등의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침체의 늪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는 분위기다. 상위사와 중소형사 가릴 것 없이 주가는 무너지고 있고, 투심의 시선도 더욱 싸늘해 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헬스케어, SK바이오팜, 에스디바이오센서, 셀트리온제약, 한미사이언스,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현재(1.18 종가 기준) 시가총액 3조 원을 넘어서는 제약바이오 상위 10개사 중 올 들어 주가가 상승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범위를 20위권으로 넓혀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시총 순위 10위권에 3개 업체나 이름을 올린 셀트리온그룹의 주가 하락세는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장 증시 개장 후 12거래일(1.3~1.18) 동안 셀트리온은 –18%(19만4,500원→15만9,500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8.3%(7만9,100원→6만4,600원), 셀트리온제약은 –31.5%(12만4,500원→8만5,300원) 급락하며 3사 모두 올해 들어 52주 신저가를 빈번하게 다시 쓰고 있다.

급기야 코스닥 시장 부동의 시총 1위였던 셀트리온헬스케어(10조148억 원)는 지난 18일 전지·배터리 관련 업체인 에코프로비엠(10조456억 원)에게 자리를 내주며 2위로 밀려났다. 지난 2020년 말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총이 27조 원에 달하며 2위와 18조 원 이상 차이가 났던 것을 감안하면 그간의 추락이 얼마나 가팔랐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같은 셀트리온그룹의 급락세에는 핵심사업인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성장성 둔화 우려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자체 개발 코로나19 치료제의 실적, 최근 부각되고 있는 분식 회계 의혹 등이 자리잡고 있다.

회사 측은 최악으로 흘러가는 주가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시장에서 호재로 읽힐 만한 바이오시밀러, 렉키로나주 관련 보도자료를 잇따라 배포하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분식 회계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지만 투심의 반응은 싸늘하다.

또 지난 10일 셀트리온 1,000억 원(54만 7,946주), 셀트리온헬스케어 500억 원(67만 3,854주) 등 자사주 매입 결정을 비롯해 17일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 김형기 대표이사의 7억 원 규모의 1만 주 장내 매수 소식 등 주가 방어 카드를 잇따라 내놓았지만 이 역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현재 시총 규모 합산이 24조 원에 육박하는 SK그룹의 제약바이오 삼형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 들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는 –17.9%(22만9,500원→18만8,500원), SK바이오팜 –13.4%(9만8,400원→8만5,200원), SK케미칼 –5.1%(14만8,500원→14만1,000원) 떨어졌지만 좀처럼 하락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 중 시장의 관심을 받을 만한 자체 사업을 물적 분할(SK바이오사이언스, SK멀티유틸리티)로 떼어 준 SK케미칼은 지난해 초부터 투심의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다. 특히 68.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가 급등할 때는 제한적 상승에 그치고, 급락할 때는 같이 따라가는 패턴을 보여주며 현재 52주 최고가(31만1,582원) 대비 –52.3% 떨어진 상태다.

이에 SK그룹은 그동안 시장의 기대를 받아왔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과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신약 임상 관련 소식을 잇따라 내놓으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위사의 조정세를 두고 시장 전반에 공포 분위기가 확산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 섹터가 타 산업 대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특성을 갖고 있는 만큼, 앞으로 새로운 모멘텀이 등장하지 않을 경우 악재가 확대 재생산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갈수록 공고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약바이오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관계자는 “제약바이오는 투자 리스크가 큰 영역이지만 일정 이상의 실적이 담보되는 상위사들마저 지난 1년간 주가가 반토막이 나는 사례들이 많아지면서 시장의 신뢰가 급격히 무너진 상태”라며 “이 때문에 큰 폭의 조정을 받았음에도 상위사의 현 주가 수준이 여전히 높다는 인식이 짙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소형주의 주가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며 “대표적인 성장주인 제약바이오가 올해 금리 인상 이슈로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상당 기간 조정 장세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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