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등 MPP와 복제약 라이선스인 계약…사업성 ‘예측불가’
제네릭 영향력 막강한 인도·중국 참여…“경쟁력 확보 쉽지 않다”
제품력 앞선 팍스로비드도 ‘가세’…공익적 목적에 고마진 불가능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최근 먹는 코로나약 몰누피라비르의 복제약(제네릭) 생산권을 따낸 국내 업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감지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규제기관으로부터 승인받은 경구약 2종 가운데, 제품력이 앞서는 팍스로비드 역시 제네릭 시장 등장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향후 인도, 중국 등 글로벌 제네릭 전문 업체와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만큼 사실상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셀트리온, 한미약품, 동방에프티엘 등이 최근 국제연합(UN) 산하 국제의약품특허풀(MPP)과 미국 머크(MSD)社가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제품명 라게브리오)’의 제네릭 의약품 생산을 위한 라이선스인(License-in) 계약을 체결했다.

MPP는 이번에 국내사 3곳을 비롯해 인도 10곳, 중국 5곳, 방글라데시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각각 2곳, 인도네시아와 케냐, 파키스탄, 이집트, 요르단 각 1곳 등 총 27개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이처럼 몰누피라비르 복제약 생산 길이 열린 배경에는 의약품 접근성이 떨어지는 105개 저개발국가의 보건의료를 지원하려는 공익적 목적이 자리잡고 있다. 제네릭 라이선스를 확보한 업체들이 애초부터 높은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다만 시장을 선점한 제품의 경우 일정 이상의 사업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저개발국 코로나19 치료제 시장 규모는 1조7,000억 원으로 적지 않은 규모다. 여기에 현재 경구약 치료 옵션이 몰누피라비르와 팍스로비드 2가지 밖에 없다는 점도 기대감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복제약 생산 수익성 ‘글쎄’…인도·중국 철옹성, 최대 ‘걸림돌’

이처럼 단순히 보면 전 세계 먹는 복제 코로나약 시장 상황은 국내 업체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그런데도 일각에서 이 시장의 실익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는 뭘까.

일단 복제약 생산에 뛰어든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는 게 쉽지 않다는 판단이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제네릭 의약품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도와 중국이 국내 업체의 사업성 담보에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인도 해외 수출 진흥기관인 인도 브랜드 에쿼티 재단(India Brand Equity Foundation/IBEF)에 따르면, 인도는 전 세계 제네릭 의약품 수출 물량의 2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공급 국가다. 지난해 인도 의약품 시장 규모는 420억 달러(21일 환율 기준 50조 1,060억 원)인데, 이 중 수출액이 244억 4,000만 달러(29조1,569억 원)에 달한다.

단순히 수출 규모만 큰 것도 아니다. 미국과 영국의 제네릭 의약품 시장에서 각각 40%, 25%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품질 측면에서도 인정 받고 있다. 인도가 의약품 부문에서 미국을 제외하고 FDA(미국식품의약국) 인증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라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인도 정부는 1970년 특허법을 완화하고, 2005년 ‘무역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에 가입하기 전까지 완성품에 대한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전략적으로 자국 제네릭 의약품 산업 역량을 키워왔다.

이 기간 동안 인도의 제약산업 인프라도 자연스럽게 몸집을 불렸다. 제약기업 수만 3,000여개로 늘렸으며 제조·생산시설 역시 1만500여 개로 대폭 확충했다. 여기에 저렴한 인건비와 역량을 갖춘 인력풀도 인도가 글로벌 제네릭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배경이다.

중국의 제네릭 의약품 경쟁력 또한 만만치 않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 KPMG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원료의약품(API)의 20%를 담당하는 최대 API 공급 국가다. 제네릭 의약품 리딩 국가인 인도가 원료의약품 수급의 약 70% 가량을 중국에 의존할 정도다.

특히 중국의 원자재 가격은 인도보다 25~30% 저렴하고, 노동 생산성은 1.5배 높다. 즉 비용 대비 효율성과 대규모 제조·생산 역량 등은 인도보다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국내 업체가 인도와 중국 출신 기업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품질, 가격 경쟁력, 글로벌 유통망 확보 등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전제돼야 한다는 평가다. 몰누피라비르 복제약 생산에 뛰어든 국내 업체의 사업성을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은 배경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제품력 앞서는 팍스로비드도 복제약 생산 초읽기…‘첩첩산중’

현재 UN 국제의약품특허풀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에 대해서도 라이선스인 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업체가 따낸 몰누피라비르 제네릭 사업의 잠재적 수익성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결정적인 이유다.

앞서 UN 국제의약품특허풀은 지난해 11월 화이자와 계약을 통해 저개발국가 95개국을 대상으로 팍스로비드의 특허 대가없이 제네릭 생산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품력에서 앞서는 팍스로비드 복제약이 나오면 몰누피라비르 제네릭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저개발국가를 대상으로 한 공급이라 하더라도 더 나은 치료 옵션이 우선적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팍스로비드의 잠재적 사업성이 우위에 있는 만큼 제네릭에 강점이 있는 글로벌 유력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대거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국내 업체에게는 리스크다. 일단 약의 비용 효과성에 대한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복제약 시장 경쟁이 예상보다 더 치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현시점에서 저개발국가의 코로나 경구약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을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상 난센스라는 게 업계 일각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업체가 경구용 코로나약 제네릭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향후 실익을 얻을 수 있을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도, 중국 기업의 제네릭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 이들과의 경쟁에서 사업성을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공익적 목적으로 열린 시장이라 마진의 최대치는 사실상 결정이 돼 있는 만큼 누가 더 빨리 원가를 낮추면서 품질 확보와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느냐가 경쟁에서 살아남는 핵심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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