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중 3개 항암제 임상…고형암, 혈액암 대비 경쟁 ‘치열’
만성질환약 임상시험 253건, 위식도역류질환 96건 뒤이어
종근당 31건, 국내 제약사 중 ‘최다’…대웅제약·휴온스 순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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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임상시험을 가장 많이 한 질환은 항암 분야인 것으로 본지 분석 결과 확인됐다. 상당수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암 치료제를 지목한 셈이다.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가장 많이 진행한 기관은 아이큐비아였으며, 토종제약사 중에는 종근당이 최다 임상 건수를 기록했다. 국내 진출한 다국적제약사 가운데서는 MSD가 임상 활동 반경을 가장 많이 넓힌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메디코파마뉴스>가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 전체 승인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총 1,350건의 임상시험이 국내에서 승인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0년 대비 20.5%(1,121건) 증가한 규모이며, 3년 전인 2018년과 비교하면 임상승인 건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과거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2018년 712건(전년대비 8.7%↑), 2019년 973건(36.7%↑), 2020년 1,120건(15.1%↑)으로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여 왔다. 최근 3년 간 임상시험 승인 증가율은 연평균 24%를 웃도는 수준이다.

치료제별로 보면 항암제가 총 334건으로 전체의 25%에 육박하며 최다 승인 건수를 기록했다.

이어 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치료제가 총 253건, 위식도역류질환약 96건, 골관절염 치료제 52건,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33건, 비뇨기약 26건 순이었다.

≫ 최다 승인, 폐암·림프종 순…고형암 시장, 혈액암 대비 경쟁 ‘치열’

구체적으로 보면, 항암제 가운데서도 폐암 치료제와 관련한 임상시험이 지난해 4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림프종 38건, 유방암 28건, 백혈병 21건, 위암 21건, 다발골수종 17건, 전립선암 10건 순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여전히 고형암 임상시험 시장이 혈액암을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항암제는 다른 치료제와 달리 다국가 임상 비중이 유독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총 334건의 항암제 관련 임상시험 가운데 전체의 72%에 육박하는 239건이 국외 개발을 포함한 연구들이었다.

특히 국내 개발용으로 진행 중인 항암제 관련 연구도 95건(28%)에 달했는데 이는 최근 우리나라가 다국적제약사들의 시장 조기 진입 국가로 채택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환자들 입장에서 보면 그 만큼 치료 기회가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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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성질환 치료 대세 된 ‘복합제’…4제 약물 시장 선점 ‘눈독’

항암제에 이어 임상 비중이 높았던 치료제는 만성질환군이었다. 당뇨 102건, 고혈압 93건, 고지혈증 58건으로 총 253건에 달했다.

만성질환 치료제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복합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역시 관련 임상 승인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시장 초기에 발을 들인 기업들의 경우 코로나 특수를 제대로 누렸다. 2년 간 지속된 신종 감염병 사태로 국내 처방 시장 지형도가 요동쳤지만, 만성질환 치료제의 경우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하는 만큼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매출이 꾸준히 나온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대외 변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안정적인 캐시카우인 셈이다.

실제로 종근당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초기, 자누비아(당뇨병 치료제), 아토젯(고지혈증 치료제), 딜라트렌(고혈압 치료제), 리피로우(고지혈증 치료제) 등 만성질환 중심의 주력 품목으로 신종 감염병 사태의 직격타를 피해갔다. 지난해 국내에서 진행된 임상시험 10건 중 2건이 이들 질환과 관련된 배경인 것.

지난해 승인된 임상시험들을 통해 읽혀지는 트렌드도 있었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같이 치료할 수 있는 4제 복합제에 대한 연구가 다수 존재했다는 점이다.

현재 고혈압약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3제 복합제에 이어 4제 약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시작된 셈이다.

실제로 대웅제약은 지난해 1월 고혈압약인 암로디핀과 올메사르탄에 이상지질혈증 치료 제인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합친 4제 복합제 ‘DWJ1451’ 개발에 들어갔다.

일동제약도 같은 해 3월 고혈압약 발사르탄, 암로디핀베실산염과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바스타틴칼슘, 에제티미브를 섞은 ‘ID14009’ 임상 1상에 돌입한 바 있다.

≫ 판 커지는 국산 P-CAB 약 시장…위식도역류질환약 시장 변화 ‘속도’

위식도역류질환 약제 시장의 변화도 감지됐다. 지난 한 해 동안 관련 치료제 임상 건수만 96건에 달한 것.

실제로 최근 들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영역에서 P-CAB(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 기전의 약물이 시장 침투 속도를 올리는 모양새다. 이 분야에서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PPI(프로톤 펌프 억제제) 기전의 단점을 보완하며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9년 국산 신약 30호로 허가된 HK이노엔의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 계열의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이 출시되자 시장은 빠르게 재편됐다.

이 약은 출시 2년 만에 처방액 1,000억 원을 넘어서면서 기존 시장을 주도했던 PPI 계열을 누르고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을 장악했다.

케이캡의 흥행은 후발 주자의 등장을 이끌어냈다. 지난 연말 국산 신약 34호로 허가된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가 대표적이다. 케이캡과 같은 기전인 이 약은 작년 12월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을 적응증으로 식약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았다.

펙수클루는 올 들어 추가 임상 승인도 따냈다. 이 약이 P-CAB 시장의 후발주자인 만큼 기존 케이캡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추가 적응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인 것.

HK이노엔 역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기존 알약 형태에 이어 입에서 녹여 먹는 제형인 구강분해정을 출시해 케이캡의 시장 점유율을 지켜내겠다는 구상이다. 또 이 약을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 요법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약물의 처방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도 P-CAB 후보물질인 JP-1366에 대해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으며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변이 없다면 올해부터 P-CAB 약물의 본격적인 시장경쟁이 형성되고 처방 확대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치매 예방약인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에서 대형 제약사 두 곳이 맞붙었을 때도 5년 만에 전체 시장규모가 3배 이상 확대된 전례가 있다.

≫ 종근당 31건, 국내 제약사 최다…대웅제약·휴온스 순

지난해 임상시험 최다 승인 기관은 글로벌 임상대행기관인 한국아이큐비아였다. 이 회사는 작년 한 해 동안에만 39건의 임상시험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 받았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서는 종근당이 31건으로 가장 많은 임상 실적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치료제 CKD-314(제품명: 나파벨탄) 임상 3상을 비롯해, 희귀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CMT) 치료제로 개발 중인 CKD-510 글로벌 임상 2상, 당뇨병 치료제 CKD-396·CKD-398·CKD-383·CKD-393 등 4개 물질에 대한 임상 3상, 녹내장 치료제 CKD-351과 고혈압·고지혈증약 CKD-333 임상 3상, 탈모 치료제 CKD-843, 다발골수종 치료제 CKD-581 임상 1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었다. 특히 이 회사가 보유한 임상 파이프라인에 3상 연구가 대거 포함돼 있는 만큼 올해 연이은 승인 소식도 가능한 상황이다.

종근당에 이어 대웅제약(22건), 휴온스(20건), 알리코제약(19건), 팜젠사이언스(17건), 환인제약(17건), 동국바이오제약(14건), 위더스제약(14건), 한미약품(14건), HK이노엔(13건), 보령제약(12건), 서울제약(12건), 일화(12건), 다산제약(11건), 한국파마(11건), 대웅바이오(11건), 동국제약(11건), 삼진제약(11건), 에이치엘비제약(11건), 유영제약(10건), 제일약품(10건) 등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10건 이상의 임상시험을 승인 받은 곳들이었다.

이 외에도 경동제약(9건), 구주제약(9건), 대원제약(9건), 동아에스티(9건), 셀트리온(8건), 아주약품(8건), 일동제약(8건), 하나제약(8건), 한국유나이티드(8건), 새한제약(7건), 셀트리온제약(7건), 테라젠이텍스(7건), 동광제약(7건), 삼익제약(6건), GC녹십자(5건), 국제약품(5건), 대화제약(5건), 신풍제약(5건), 안국뉴팜(5건), 안국약품(5건), 영진약품(5건), JW중외제약(5건) 등이 지난해 5건 이상 임상을 진행했다.

한편, 국내 진출한 다국적제약사 가운데 작년 우리나라에서 임상시험을 가장 많이 승인 받은 곳은 한국MSD로 총 28건에 달했다. 이어 한국노바티스 27건, 한국로슈 21건, 한국얀센 18건, 한국아스트라제네카 16건,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16건, 한국화이자제약 12건, 한국애브비와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노보노디스크제약이 각각 10건을 기록했다.

자료 출처=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 승인 데이터,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자료 출처=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 승인 데이터,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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